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May 25. 2016

연화도

통영에서 한 시간 배를  타고

아주 늦은 밤에 집을 나서는 기분을 아시는가?

물론 다른 때 보다 훨씬 더 부지런해야 한다. 

내일 식구ㅡ들 먹을 반찬도 

집에 있을 때보다 더 신경 써야 하고

집안 정리도 당연히 더 잘해놓아야 한다.

일종의 면피행위다.

혼자 집을 비우는 일에 대한,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게 그리 미안할일인가 싶기도 하다. 

이 정도는 내가 내게 

혹은 내 가족들이 내게 

충분히 배려해도 될 만큼 저들을 위해 살아왔다. 

하긴 저들의 삶이 내 삶이기도 하니...무슨 구별이 굳이 필요하리오만, 

딸래미가 역까지 태워주고 지하철로  충무로역에 내린다. 

1번 출구로 나가며 금호고속을 찾는데 안 보인다. 

어디에 세운 거지? .

익숙한 스텝이 다가와 버스 위치가 바뀐 곳을 일러준다. 

일찍 예약을 한 탓인지 창가 홀로 좌석이다.

시간은 11시 30분 출발인데 다들 이르게 도착을 했는지 시간이 되기도 전에 출발을 한다. 

잠실에서 한 번 더 사람을 태운 후 

버스는 어둠속을 달리기 시작한다.

고맙기도 하지 ...운전기사 분....

잠두 자지 않고 긴 시간을 나를 위해 그 먼 곳 까지 운전을 해주니...

김휴림 여행편지에서 제일 만족하는 것이 군더더기 없는 진행이다.

휴게소에서 한번 쉴 것이다. 필요하신 분은 그때를 이용하시라, 

그리고 침묵하시라. 작은 소리도 용납 안된다.

가지고온 책을 좀 볼까 하다가....그냥 좌석을 길게 눕히고 눈을 감았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한 번 서고..

차가 멈춘 듯 해서 보니 4시가 훌쩍 넘었다.

몇 사람은 조심스럽게 밖을 거닐기도 하고

대개는 거의가 깊은 단잠에 빠져 있다.

다섯 시 넘어서 차안의 불이 켜지며 일어나라고 한다.

그리고 복지리국을 대한다. 

정갈하게 다듬어진 콩나물과 산뜻한 미나리가 전부다

마늘은 넣었겠지만 국에 가장 큰 양념인 대파도 보이지 않는다.

초를 약간 넣어서 먹으라고 한다.

몇 번 그냥 먹은 뒤 식초를 약간 넣어 보았다.

신기할 정도로 맛이 더 부드러워졌다. 

쥔장이 나서서 그냥 복지리국은 어디서나 먹을 수 있지만 

이국은 아주 작은 복어, 쫄복으로 불리는데 통영에서만 먹을 수 있다고 한다.

검지 손가락 반토막한 정도의 크기인 복어....에서 독을 제하려면....

껍질을 벗겨먹을까 하다가

복어는 껍질 맛이라고 하던데...... 

여전히 생선이 지닌 그 특유의 냄새가 다가온다. 

언젠가 정말 비싼 임진강 민물장어를 대접 받은 일이 있었는데

대단히 귀한 음식임에도 불구하고

정말 그 살이 아이스크림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선의 비릿한 냄새가 느껴졌다. 

생선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냄새를 좋아할텐데

나는 그것들이 아주 예민하게 느껴지는 대신 딱 거기 까지다.  

몸이 느끼는 일은 참으로 잘 변하지 않는다.

정신이나 감각에 비하여 몸은 의외로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

변덕스럽지 않다는 이야긴데....

쓰다보니 무수한 반론이 생각나기도 한다. .

이 부분은 

사실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 비슷할까?  

아침 조간신문에 마종기시인의 이야기가 아주 길게 실려 있었다.

그중의 한 대목 

죽을 때 사람의 얼굴이 거의 다 편안해 보이는데

한줄기 눈물 자욱이 있다고,

생리학자는 

눈물샘이 막혀서 고인물이 흘러내린다 했다는데.....

뒤에 아무런 설명이 없었지만 

아마 시인도 그럴 것이다. 

그리고 나는 그 생리학자의 말을, 그 과학을 믿지 않는다.

몸이 느끼는 별리의 감정이 없겠는가? 

어쩌면 영혼은 몸을 떠나 어디론가 갈 곳이 있어 

가볍게 몸을 벗어나 옛집ㅡ을바라볼 때 

몸은 생각하지 않겠는가....

네가 그렇게 홀홀히 떠나니 이제야 말로 

나는 왔던 곳으로 흙으로 돌아가겠구나....

너와도 이별이며 나와도 이별이구나 

잘 가라 내 몸이여.....

마지막 눈물 한방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겠는가?

눈물은 그냥 눈물이지 

눈물샘이 멈춰서 고였던 물이 아니란 것이다.  

그러니까 눈물과 몸의 이야기는 

사실적인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닌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가 이리 장황하다. 

통영 선착장 6시 반 배.....를 타기 위해 부두에 선다. 

약간의 해무....가 바다를 덮고 있다.

바다위의 아스라한 형체들.....이 아마 

저들을 바라보는 내가 느끼듯 나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배를 타고 한시간 후에 들어간 작은 섬 연화도

섬이 연꽃처럼 생겼다고 한다. 

여의도 반 만한 섬..... 오른쪽으로 돌기 시작해서 걸을 수 있는 섬의 끝 출렁다리 까지 

약 8킬로 정도..... 

아침 7시30분부터 걷기 시작했다. 

아니 세상에 풀숲에 아직도 이슬이 이렇게 생겨나는구나.

내가 풀숲의 이슬을 바라본 게 언제 적인가....

감탄을 하다가 생각해보니 이른 아침이었다. 

오월 숲을 걸을 때 참으로 나는 내 걸음이 아름다이 여겨졌다. 

이 싱그러운 숲을 걸을 수 있다니 

이런 숲의 향기ㅡ우아하면서고 고귀한 향기를 들이킬 수 있다니, 

처음 가본 낯선 섬.... 

내가 사는 곳과 아주 멀디먼 섬....

햇살은 눈부셨고 

자그마한 산길은 딱 혼자 걷기에 족했다. 

같이 간 일행들이야.... 사진 몇 장 찍으면 이미 저만큼 사라져버리고

나는 숲에 혼자 남았다.

새소리.....가 그렇게 맑은지 

소리가 그렇게 고요함을 불러일으키는지 

걷다 바라보면 바다가 보이고

나무들은 사랑스럽다는 듯 너무나 사랑스러워 어찌할 수 없는 눈빛으로 

새로 돋는 새순들을 아니 자라나기 시작하는 새순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다못해 동백나무도 

꽃 지고 순나기 시작하더라.

그 형용키 어려운 왕성한 생명의 향연이라니 

고요한 충만이라니.

그 찬연한것들과의 독대라니!!!

걸음이 어찌 아름답지 않을소냐. 






작가의 이전글 찔레꽃 머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