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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27. 2016

‘친환경 초록평화의 도시’
   고양 시장님 귀하

              조선일보에 실린 독자제언

 냉전시대 모든 사회주의 국가들이 넘어졌을 때 쿠바는 의연히 살아남았습니다.  

자전거와  유기농 도시농법 때문이었죠.

빈 땅은 물론이고 오가노포니코를 만들어 식물을 심었고

음식물 쓰레기는 땅속에 묻어 유기농거름으로 사용했지요.

지금도 쿠바는 도시에서 생산되는 도시농업으로 싱싱한 야채를 먹을 수 있고

버려지는 음식물은 거름이 되는 친환경 도시가 되어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것 외에도

식물이 주는 근원적인 에너지로 인해 삶의 태도가 의연해진 것 아닐까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극단적인 환경론자들은 귀향과 자급자족 외에 미래에 대처할 수 있는 존재방법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바의 도시농법은 모든 인류의 미래지표일수도 있다고 이야기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십여 년 동안 이면도로에 있는 건물 앞에 화분을 한 줄!!!로 놓고 기르고 있습니다.  

거창한 도시농업으로 시작했지만 

고추와 토마토 두벌콩 녹두와 함께 봉선화 분꽃 맨드라미 나팔꽃 채송화 등등을 심은 화분들입니다.

아 목화도 매년 심고 있어요.

지나가는 아이가 엄마에게 묻습니다. 

엄마 이게 무슨 꽃이야,

엄마가 대답을 못하면 제가 얼른 대답해줍니다.

응 그게 목화란다.

아이뿐 아니라 엄마도 신기해합니다.

아, 목화 꽃이 이렇게 예쁜가요?

어르신들도 그냥 못 지나가지요.

목화 열매를 보시면서 아 이맘때쯤 이 열매 까먹으면 정말 달콤했는데...

순식간에 수십 년 뒤로 시간을 돌려버리는 마술을 목화가 발휘합니다.

단순한 도시농법을 넘어선 <도시의 서정화>라며 작명조차 해가며 화분을 키웠습니다. 


며칠 전 어떤 사람이 사진을 찍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나갔더니 화분이 도로를 점유했다고 민원이 제기되었다며 사흘 이내에 치우라는 겁니다.

정리된 사진을  민원인에게 보여줘야 한다면서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야한다더군요.

오가노포니코와 목화 분꽃 이야기도 해가며

무엇보다 이곳은 <꽃의 도시 고양시> 아니냐 했더니

자신이 봐도 보기 좋고 남에게 아무 피해도 가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민원은 오직 법대로!!!! 라는 겁니다.

무서운 법!!! 앞에서 어찌 하겠습니까.

자라나기 시작하는 순들을 뿌리째 뽑고

지난 해 늦가을부터 초겨울 까지 파리가 없는 틈을 타서 음식물과 흙을 섞어 만든

그야말로 유기농 거름과 혼합된 부드러운 흙을 쓰레기봉투에 담았습니다.

삭막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눈을 잠시라도 시원하게 해줄 식물들은 쓰레기가 되었고

앞으로도 수년 수십 년 무엇인가를 세상으로 내보낼

나의 ‘오가니포니코’ 역시 쓰레기가 되어버렸습니다. 


고양시 홈페이지에 들어갔더니 <친환경 초록평화의 도시>라는 타이들이 크게 떠있더군요.   

겨우 이주일 동안 피었다 사그라지는 꽃박람회를 개최한다 해서

고양시가 초록평화의 도시일까요.

한 줄로 늘어서있는 건물 앞 화분에 도로점유라는 무시무시한 법을 적용하는 도시가 초록평화의 도시일까요. 음식 찌꺼기로 만든 유기농 화분을 다시 쓰레기로 만들어야만 하는 곳이 친환경 도시일까요.  

자그마한 화분이 놓여있는 골목길,

초록식물들이 자라나는 건물들,

그리고 그런 식물들을 사랑하고 돌아보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가

진정한 <친환경 초록평화의 도시>의 모습 아닐는지요.

고양 시장님! 쿠바처럼 유기농 도시농법을 장려해주지는 못할망정 건물 앞 화분이 무단 도로 점유라니요.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5/26/2016052603467.html

사족: 언젠가 어느 기자가 쓴   '....습니다' 투는 상대방에게 잘보이고자 하는.....

아니 정확하지는 않는데....그런  뉘앙스를  담은.....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래도 이즈음은 가끔 기자들도 습니다....를 쓰던데  

기사를 읽은  딸의 평은

<매우 무미건조> 였다.

아 글을 고치는 것은 허락했다.

조선일보 글은 고양시장께서 읽으실거라...

읽는것이 매우 중요함으로 

매우 무미건조한들 어떠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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