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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n 27. 2017

내 사랑

재미있게 잘





<재미있게>와 <잘>이란 결 다른 단어들이 

한 쾌에 엮어지기도 하죠,

가령 <재미있게> 사는 삶과 <잘> 사는 삶이란 

질감 다른 문장이 같은 이야기로 여겨질 수도 있다는 거죠.       

아이참 나는 정말 좋은 동네 사는구나....

어제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집에서 조금만 차를 타고 나가면 파주 출판도시 끝에

명필름 아트란 극장이 있어요.

아직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런지 주말에만 영화를 상영하는데

특별한 작품들만 상영해서 좋기도 하지만

출판도시 끝이라선지

유리로 된 세련된 건물에 비치는 창밖 풍경이

아무도 손대지 않는 <그냥 풍경>이에요. 

이름도 잘 모르는 사 초과의 풀들이 그냥 솟아나 있는

숲도 정원도 아닌 자연 그대로의.....

황량함과 건조함 그저 무미함이 그득하거든요.  

영화도 좋지만 지극히 평범한 풍경이 좋아서.... 행복한 거예요. 

그렇죠. 그런 곳에 서면

<행복>이 언제나 따스하고 즐겁고 포근한 것이 아니라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생각이 

자연스러움과 합일되어 떠오르기도 해요.

풍경이 우리를 자주 철학자로 만들기도 하죠.     

아직 개봉 전인 영화인데

특별히.... 걸 크러쉬 전이라는 제목 하에 미리 상영하는

‘내 사랑’이라는 영화를 보러 갔어요.

제목이 좀 유치한 듯 해 망설였지만 

나이브 화가의 다큐멘터리라는 것과 

심재명 대표의 이야기 시간이 있다 해서 간 거죠.     

영화는 제목이 가리키듯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았지만

조금 몸이 불편한 여자와 거칠고 무식한 남자가

만들어내는 사랑이야기가 약간의 미소가 지어지는 가운데 

마치 스미듯이 물들 듯이

아주 천천히 만들어져 가더군요. 

에단 호크.... 매우 지적인 이 남성이 

거친 야성의 남자 연기를 그렇게 잘하더라고요.

치열한 예술혼 같은 것은 없지만

안목적으로 멋지지 않은 남성 여성이 만나서  

이루어가는 사랑은 사람의 고귀함을.... 그 평등함을....

새삼 느끼게 했어요. 

전혀 아름답지 않은 사람들의 지극히 아름다운 이야기....

그들의 사랑이 스미듯 저미듯 이루어지듯이

나도 새삼... 사람을, 온전한 사랑을, 

사람의 고귀함이 럭셔리함에 있지 아니하고 돈에도 있지 아니하고 

흠모하는 지성에도 별로 깊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그 단순한 사실을  새삼 생각하게 되더라는 거지요.     

에단 호크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피아니스트 세이모어라는 다큐멘터리를 감독해서인데

아주 독특한 그러나 아름다운 피아니스트가 주인공이죠.

얼굴에 인생이 보인다고 하는데 정말 얼굴에 피아노와 삶이 그려져 있는 

아름다운 사람에 대한 접근을 에단 호크는 

약간의 밀당과 수수함과 평이함으로...

그래서 더욱 사실적으로 다가오는 감동을 주었거든요. 

영화관과 영화 한 편으로

재미있게 사는 삶이 되었고 

잘 사는 삶 속으로 살짝  안착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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