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Jul 06. 2017

<기억>이라는 물체(?)가

요즈음 새삼스럽다



그러니까 그 아이에게는 증조할머니.... 의 장례식이었는데

목사님께서 장례 설교 중에 우리의 어머니들....

먹고 싶은 것 다 먹지 않고 자녀들 입을 더 생각했다... 는 헌신에 대한 

평범한 요지의 말씀을 전하셨다. 

(아흔두 살, 지인의 어머니, 

그  젊은 시절을 어찌 아리요만 대다수 어머니의 삶을 보면 그러하니까)

그 아이는 매우 부산했는데 하여간 증조할머니의 시체 앞에서도 매우 당당했다.

그게 나는 참 신기했다.

무섭지 않니? 묻고 싶었지만  돌아가신 분에 대한 예의가 아닌 듯하여

장지에서 

개미와 함께 노는 그 아이에게 넌지시 물었다.

할머니... 돌아가셔서 슬프니?

네 할머니가 할머니 잡수실 것 안 드시고 저에게 주셨대요.

그러니까 그 순간 나는 <기억>이란 물체가 전혀 사실과 다른 모습으로

사람에게 자리할 수도 있다는 생경한 경험을 했다.

그 아이는 이제 여섯 살 아니면 일곱 살 

그런데 지인의 어머니께서는 아흔두 살이시고 오랫동안 아프셨으니

이 아이와 음식을 나누실 일은 아마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목사님 설교가 이 아이에게 마치 그런 일이 있었던 것처럼

생각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이 아이는 증조할머니를 기억하게 될 때 어쩌면 할머니의 

생명이 떠난 경직된 얼굴보다는 할머니 먹을 것을 먹지 않고

자신에게 주었다는 생각만 하게 되는 게 아닐까, 

팩트가 아닌 조작된 기억이 자리하는 순간을 훔쳐본 셈이다.  


    

지난달 하이원 리조트에서의 일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여기저기 산길을 헤매며 다녔다. 

리조트에 와서 누가 주변 산길을 걸으랴... 

그래선지 길은 환히 나 있는데도 숲은 우거지고 길에도 풀이 가득했다.

아무도 없는 혼자 걷는 숲길.... 아주 좋았는데 

멧돼지 표지판을 본 순간

나타나지도 않는  멧돼지가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더군다나 여기는 산이 주 욱 죽 이어지는 강원도 아닌가,

그러니까 한 시간이 넘게 산책을 했는데 썩 그리 즐거운 것은 아니었다.

내내 두려움이 함께 했었기 때문이다.

그럴 때 누군가 한 사람이라도 같이 했다면 멧돼지 대신 숲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방엘 돌아오니 그제야 일행들이 산책을 하겠다고 나선다. 

혼자 남아 눈부신 햇살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누군가 톡톡 베란다 문을 노크한다.

선명하고 큰소리였다. 

이게 무슨 소리지? 베란다 문을 열고 고개를 빼서 바라보니 

세상에 커다란 까치가 문을 두드리다 휙 날아간다.  

한참 까치가 날아간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을 닫고 짐을 챙기고 있는데

뭔가 이번에는 조금 더  기이한 소리가 요란스레 난다. 

또 까치가 왔나?..... 그래도 아까 소리와는 사뭇 다른데....

다시 베란다 문을 여니

세상에 까치가 무엇인가를 쪼다가 휙 날아간다.

저런 싹수없는 놈. 

작은 새를 저렇게 커다란 놈이....

어머나 세상에 그 작은 새는 박쥐였다. 

텐트처럼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려고 하는데 날지를 못했다.

아파선가... 환한 햇살 때문인가.... 길을 잃은 겐가...

세상에 실제로 박쥐를 보다니...

베란다 바닥에 몸을 대고 이리저리 구르다가 날려고 애는 쓰는데

가까이 가면 

그 아이가 더 놀랠 것 같았고 

박쥐에게 서식하는 벌레.... 생각도 났다. 

가만히 베란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밥 먹자는 전화가 와서 나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이따 떠나기 전에 확인해야지.

웬걸, 차를 타고 나서야 박쥐 생각이 났다. 

어떻게 됐을까?  


이즈음 멍히 혼자 있을 때면 가끔 그 박쥐가 기억난다.

나는 그래서 그 박쥐를 기록하기로 마음먹었다.  

정말로 연약해 보이던 자그마한 얼굴과 날개....

삼각형처럼 삐쭉하던.... 얼굴...

익숙한 동굴 속 울퉁불퉁함이 아닌

미끄러운 타일과 시멘트 그리고 쇠로 된 봉....

그 한량없이 매끄러운 것들 사이에서 

무엇하나 잡을 것이 없을 때 얼마나 고독했을까,.

햇살은 왜 그리 눈부셔.... 도무지 눈을 뜰 수가 없네.

내 집은 어딘가?

내 어미는 어디에 있는가?   

아주 사소한 경험이다. 

굳이 의미를 따지는 것도 우스운 무의미한 일 같은 것, 

그러나 

그러나 

마치 우리네 삶 속의 한정경 아닌가, 

그래서 먼데 외국에서 생긴 일이거나 특이한 풍경 속 정경이 아닌데도

내 안에 각인된 것 아니겠는가?

(사족:그래 이왕이면 내게 한번 후해보자 

이제 여행 속에서 풍경을 느끼는 게 아니라 

풍경 속에서 여행을 감지하는 촉하나, 생겼다는 이야기다.ㅎ)

작가의 이전글 임현의 고두叩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