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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ug 19. 2017

배롱나무





매화는 마디 곧은 여인, 

이화梨花는 재주 있는 여인, 

국화는 재주 있는 여인으로 문장에 뛰어난 자. 

수선화는 시사詩詞에 능한 여인, 

해당화는 아름다운 애첩이고, 

가을 해당화는 사나운 본처 아래 있는 어여쁜 첩이며, 

말리茉?, 즉 재스민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계집종이다. 

목부용木芙蓉은 중년의 시비詩婢이다. 

다만 난초는 이름 있는 가문에서 생장하여 사화詞畵를 좋아 하고 맑고 시원

한데에 마음을 부치며 음악에 마음을 쏟는 절대 미인이 된다.  

청언소품에 나오는 글이다. 

맑고 시원한 난초는 되기 어려울 듯......해당화는 네버 사절...

국화 수선화 같은 여인이고도 싶으나...

아, 부용화 괜찮네.

중년의 시비라니....

부용화는 풀 같은데...관목이다.

여름에 시원스레 피어나는 모습이 그래, 시를 아는 것 같아. 

그러나 婢라... 조용하다.

시비...어쩌면 귀부인의 우아함보다 더 우아할 수도...... 

용감한 페미니스트는 아니지만...꽃을 여성으로? 

썩 그리 환영하지는 않는다. 

이제 아니마와 아니무스가 중용을 잡아가는 때.

늙어가는 것은 

사람이 되어가는 일이라고, 

하여 남편은 이제 남성이 아니고 아내 역시 여성이 아니라 

부라더와 시스터가 되어가는, 

친애하는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중이라...

(이런 글 읽을 때, 아니에요, 저는 아직 여성이예요. 하는 분들 꼭 있더라...

당신, 여성하세요....말은 이렇게 해도 사실 저두 여성이긴 해요 ㅋㅋ)   

혹시 배롱나무도 여인일까.... 

불리는 이름이 많다.

목백일홍 백일홍..간지럼 나무 

중국에서는 자미화라고 부른다고 하는데 양귀비가 사는 성 이름이 자미성이었대나. 

아름다운 양귀비처럼 아름다워서 생겨난 이름.  

백일홍이란 이름은 백일동안 피는 꽃이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벼가 패기 시작하면 목백일홍 피어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백일동안 즉 벼가 익는 동안

배롱나무 계속 피어나 있다. 

설마, 한꽃이 백일동안 피어나겠는가.

꽃송이가 많다. 

꽃망울 맺어지고 저 아래서는 피어나고 지고...

수없이 피고지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유심해져 바라보면 사람 같기도 하다.

여자라기보다는 선비다. 

시원스런 성품을 지닌.... 

화려한 태를 지닌.... 

긴 시간..... 고요히 익어가는 벼를 

그윽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마치 이황과 기대승 같기도 하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 두 선비....애틋하기가...

순전한 정인이라도 샘 낼만큼 그윽했다. 

그들이 서로를 그리워하는 편지는... 

오메, 단품들겄네......다. 

그 그리움의 본산은 서로의 학문이었다.  

명옥헌 원림에 서계시는 목백일홍들은 정말 선비 같았다.

무지렁이인 나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곳엘 갔는데

자그마한 연못에 반영을 그리며 

나무는 

그저 맑고 

그저 시원스레 

그저 고요했다. 

원림은 우리나라 정원을 부르는 단어.

원림은....그대로 자연!을 말한다. 

일본처럼 아기자기 야지랑을 부리는 게 아니고

중국처럼 괴석을 가져다가 기이한 자태를 뽐내는 게 아니라

자연을 그대로 차경한다.

거친 듯 하지만 실제로는 가장 우아한 형태의 정원이다. 

그저 가볍고 우아하게 자그마한 연못....하나 파고...

최소한 물이 주는 정취쯤은 지녀야 하지 않겠는가.

파초 잎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주는 정한쯤은 

그리워해야 글이 읽어질터이니. 

그리고 주변에 어울리는 나무 몇 그루 심는 게 원림이다. 

명옥헌은 오희도 오이정 ..

제자 오기석을 사랑하는송시열이 지어준 이름이라고 한다. 

정자지만 

정자 안에 방을 만들어..

구들도 있고 굴뚝도 있다.

거할 수 있게 만든...별서다.

그곳에 앉아 보았는데....

글 읽어지겠더라. (느낌 아니까^^*) 

같은 글을 읽어도 그 높낮이는 현저하다.

좋은 책이라면

그 품새가 열자 백자일 것이다.

얇은 사람이라면 겨우 한자나 읽고 읽었다 할 것이고..

깊은 사람이라면 깊이를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나처럼 일천한 사람이라도 

이곳에서 수날....고요히 책을 읽는다면

깊이를 모르겠어...알 수 없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 

베롱 원림....

명옥헌 원림...

버스에서 내려...

조금 걸었는데 

동네 고샅길 살짝 돌아서니

꽃이 피어나 있는데..... 

아, 

일순 숨을 들이쉬고 

그리고.....아주 천천히 내쉬었다.

세상에,,,,,

더위가 사라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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