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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n 07. 2016

이제야 조금

     그저 그리워 하는 것이 삶이라


요즈음 허만하 시인의 책 세 권을 돌려가며 읽고 있다.

말테의 수기를 읽었음에도 보이지 않던 라이너마리아 릴케의 말들을 

시인을 통하여 다시 보게 된다.

릴케는 젊을 때 시를 쓰는 일처럼 무의미한 일은 없다고.... 시는 감정이 아니라 경험이기 때문에,

일천한 경험으로 언감생심 무슨 시를.....이야기렸다. 

그는 살로메에게 쓴 편지에서 일본의 유명한 화가 호쿠사이의 말(세상에 호쿠사이가 누군가) ㅡ

“일흔 세 살에 이르러 겨우 금수충어禽獸蟲魚의 골격 초목의 출생을 깨달을 수 있었다.“ㅡ을 인용했다.  

보통 사람보다 훨씬 각진 날카로운 겹눈으로 사물을 관찰하며그려온 화가가

일흔세 살에서야 골격일지 초목의 출생을 깨달았다고 하니

우리 같은 범인이야 어디 초목의 ㅊ이라도 알겠는가, 


하긴 나도 이십대 무렵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그 때 문학사상에 

‘백년 동안의 고독’이 처음 번역되어 연재될 때 였다. 

그 환상적인 판타지, 는 정말 오로지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혹은 창조되는 것 처럼 여겨졌는데 맨발의 길죽한 흑백사진이 함께 놓인 자리에서

마르께스 그냥반 그렇게 말했다. 

<나는 현실을 떠나서는 한발자욱도 나갈 수(생각할 수) 없다> 

그 때는 그 말이 정말 이해가 안되고 마치 그가 어떤 이념처럼 

어떤 거짓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제 나는 그 말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는다.

 

외아짐(외숙모)이 아들을 잃었다. 

근데 어제 엄마랑 옛날 이야기를  하다가 우연히 돌아간 아이...사촌동생 이야기가 나왔다. 

그 아이의 마지막 장면

엄마의 표현 그대로다.

‘아야, 그 뺏가루를 봉투에 담아 주는디 그것이 첨에 겁나게 뜨겁드란 말이다. 

꼭 작은되 하나정도나 될까말까하드망, 돌아오다가 강물에 그것을 뿌리는디, 그것이 꼭 밀가리 같드라, 

곱기가,. 바람이 불어와서 그 가리들이 즈그엄마한티로 날리는 거여, 그랑께 느그 아짐이 그라드라, 

오메 살아서는 어매 싫다고 맨날 밖으로 돌드만 인자사 왜 그라고  와 쌓냐,.......’ 


오늘 아침 문득 은행나무를 올려다보니 보니

은행알들이 동글동글 많이도 열려 있다.

초록나무 잎새 사이에서 초록열매, 동질의 이질.그, 우아함, 

그런 간극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삶의서정, 

언제 저리 열렸다냐,

언제 저리 자랐다냐. 

고개를 들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들

무릎을 끓지않으면 보이지않는것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것들이

세상에는 너무 많다.

기실 그 작은것들은 영혼의 호흡일진대. 함께 하지 못한것들을 그저 그리워 하는것이 삶이라,  

  

허만하 시인은 감나무가

'일 년에 한번 밝히는 유황빛 등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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