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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07. 2017

Atacama Crossing

4derserts




달두 보지 못한 채 추석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겨우 오늘 오전에서야 일에서 놓여나 FM을 켰습니다.  

틀어주는 음악을 듣다보니 


브람스의 앨토랩소디 생각이 나서 유투브를 열어놓고 질리도록 듣습니다. 

사막횡단을 떠난 담휘 생각을 하다가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을 찾아 읽었습니다. 


시가 무르익는지 시를 읽는 내가 무르익는지  

가을산 가을 숲길이 내 앞에 펼쳐지더군요.

숲은 고요하고 단풍은 쌓여있고 

가을의 서늘한 정기 속에 나타난 두 갈래 길

두 갈래 길을 면밀히 바라보다가 결국 하나를 선택하는 나 

그리고 걷습니다. 

매 발자국이 새로운 길이며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길을 가는 걸음이란 것을 이제는 너무나 잘 알죠. 

오랫동안 망설이거나 서성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선택을 해야하며 다시 또 타박타박 걸어야만 한다는 것을

가끔은 선택한 길을 성큼성큼 걷다가도

선택하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에 목이 메일 때두 있긴 하지요.

그런 그리움은 그저 생래적인거지요.

가지 못한 길에 대한 그리움이 아니라

생에 대한 그리움...이라고나 할까요.   

*****           

단풍 든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습니다
 몸이 하나니 두 길을 가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한참을 서서
 낮은 수풀로 꺾여 내려가는 한쪽 길을
 멀리 끝까지 바라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똑같이 아름답고, 
 아마 더 걸어야 될 길이라 생각했지요 
 풀이 무성하고 발길을 부르는 듯했으니까요
 그 길도 걷다 보면 지나간 자취가 
 두 길을 거의 같도록 하겠지만요
 그날 아침 두 길은 똑같이 놓여 있었고
 낙엽 위로는 아무런 발자국도 없었습니다
 아, 나는 한쪽 길은 훗날을 위해 남겨 놓았습니다!
 길이란 이어져 있어 계속 가야만 한다는 걸 알기에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거라 여기면서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  

부산한 명절이기도 했지만  

아타카마 사막횡단을 떠난 담휘 때문에 

틈만 나면 4derserts 사이트에 들어가서 담휘 흔적을 찾노라 마음이 산란했습니다.


4dersert는 

Gobi March, Sahara Race, Atacama Crossing, 파타고니아의 RacingThePlanet

그리고 극지방을 걷는 The Last Desert등 일주일에 250Km를 걷는 스포츠입니다.  

이카루스 스포츠라고도 하더군요.  

  

담휘가 사막 횡단을 간다고 해서

담휘 엄빠는 가지마라 소리만  안했어요.  

그래 니 알아서 해라, 했죠.


담휘가 대학을 합격해놓고 롯데마트에서 두 달 동안 생선장사 알바를 했어요.

시간제 알바가 아니라 종일 근무하는 알바였어요.

아마 두 달 동안 한달에 150만원 정도 월급을 탔으니 알바치고는 많이 번거죠.

그런데 워낙 말수가 없는데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아서 견딜만 한가부다 라고 생각했죠. 

해병대를 들어가서 휴가를 나왔다가 들어가는데

군인들이 그 시간을 그렇게 싫어한다고 해서 

너두 그러니? 하고 한번 물었더니, 

자기는 휴가 후 귀대보다  생선장사 알바 하러가기가 더 싫었다는 거예요. 

아니 너 암말도 안하고 잘 다녔잖아  했더니 

형들이 그렇게 욕을 했다는거에요.

그제야 생각 해보니 고등학교도 채 졸업하지 않는 애가 무슨 일을 얼마나 잘하겠어요.

그러니 그 거친 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이 

이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지  조금 짐작이 가더군요.

엄마에게 왜 이야기 안했어? 하니 그냥...하더군요. 

그 때 아이에게 조금 미안했어요. 

아마도 담휘는 엄빠의 평소 지론대로

한번 시작한 일은 마쳐야 한다!를 생각했을 것이고

 어쩌면 자기 자신도 그 일에 지기 싫기도 했겠지요.     

그래도 엄마가 어리광 부릴 틈을 주었더라면

그렇게 싫은 알바를 두 달 동안 참고 했을까, 싶어서 

불량엄마 탈피용으로 

‘어찌 되었든 그 고생이 네게 나쁜 것은 아니네 휴가 후 귀대가 더 나으니’ 

그렇지 뭐....라고 담휘가 대답했을 거예요. 


해병대 복무동안 면회 한번 안간 이야기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그럴 수가!!!!! 하며

군대 이야기만 나오면 무용담처럼 가끔 돌출하기도 하는데

면회 오라하면 언제든 가겠다고 하는데 

담휘가 오라고를 안한 거죠.

국토 대장정을 하기도 했고 두 번인가 외국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왔어요. 

어디든 가면 최선을 다해서 하고 열심히 해서 

사실 간섭할 게 없는 아이기도 해요.


 Atacama Crossing을 신청해놓고

지리산 화대종주를 무박으로 가서 

18시간을 걷고 오기도 했고

북한산 열두문을 8시간에 휙 걷고 오더군요. 

나는 그저 Atacama Crossing은 그것들 보다는 조금 더 빡센 트래킹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던 거예요.

그리고 젊으니까 남들 하면 다 하겠지,

그리 가볍게 생각한 거죠.


말이 일주일이지 첫날과 마지막 날은 가볍게 걸어서 결국 닷새 동안  걷는데

40여 킬로미터를 사흘동안 걷다가

그제어제 72킬로미터를 24시간에 잠도 자지 않고 걷더군요.

물론 일찍 마라톤을 해서 도착한 사람은 캠프에서 쉬고 있구요. 

우리나라에서는  8명이 참석을 했는데 두 명은 기권을 하고 6명이 걷는데

두 친구는 조금 더 잘 걷더군요.

박카스..옷을 줄곧 입은 청년은 아마 후원을 받고 하는 것 같기도 햇어요. 

다들 이십대고 한사람만 삼십대 더군요. 


신기하게도 상위에 랭크된 사람들은 30대도 별로 없고 거의가 40대 50대들입니다. 

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이런 험한 사막길을 걷고 달린다는 것은

젊음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긴 시간을 통해 훈련하고 다져진 몸을 바탕해서 강인한 정신력으로 하는 거였어요. 

그러니까 에베레스트 산 봉우리 하나를 오르려면 숱한 훈련과 경험이 필요하듯이

사막트래킹 역시 그런 익스트림 스포츠인거에요.


첫날은 33등이더니 그 다음날부터는 70등 그리고 80등으로 순위가 밀리더군요.

둘째날부터 40킬로미터 정도를 사흘간을 내리 걷다가

바로 어제 그제 세상에 72킬로미터를 24시간에 잠도 안자고....


제 가슴이 그 때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했어요.

키 179에 65킬로그램정도 나가는 어찌보면 여리여리한 체걱으로 

몸을 만들거나 지속적인 훈련을 한 것도 아닌 상태의 빼빼한 담휘가 얼마나 힘들까...


마라톤을 한 일등한 사람은 9시간 10분에 들어왔는데 

담휘는 얼마 걸린 줄 아세요? 

세상에 23시간 8분에 들어왔어요.

삼십대 한국사람하고 거의 비슷하게요. 

82등 담휘뒤로 겨우 4명 있어요. 

시작은 100여명 조금 넘게 시작했는데 탈락하고요.

일주일동안 자기가 먹을 음식을 챙겨 가야하고 주최측에서는 물만 준다고 해요. 

저는 설마 그럴까, 

그러니 음식도 사이트에서 보고 자기가 다 준비한거에요.


불량엄마는 세상에 저렇게 힘든 일인줄 알앗더라면 

음식체크라도 좀 할걸,  

홍삼이라도 보낼걸,

걸, 걸, 하며  잠을 못이뤘어요.

쓰러지면 어떨까,

탈락하면 낙심할텐데,

그래서 사이트를 통해 보내는 이멜에 

아주 열심히 평소에 전혀 사용안하던 문장 

담아 너를 사랑한다. 네가 자랑스럽다. 실패해도 너는 이미 위대하다    

지금 이제 마지막 코스 8키로를 걷고 나면 

산페드로 광장이 나오고 아타카마 사막횡단은 마감됩니다.

담휘 평생에 잊지 못할 사건이 되겠지요.

몇 년전 저두 비오는 여름날 19키로를 걸어 검은돌 점점히 박힌 한라산길을 걸어

백록담에 에 오르고 보니 웬만한 산은 다 갈수 있겠다 라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제 아들 안담휘

어쩌면 그 거대한 사막처럼 커다랗게 변해서 돌아올 것 같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제 무슨 일을 당해도 겁나지 않는 

늠름하고 장대한 사나이가 되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사족:

지금 글로 뭐하고 있느냐면 

열심히 아들자랑 푼수질 하고 있는 거랍니다.

아마 새까맣게 끄을리고 체중은 한 오킬로그램 정도 빠졌을 것 같은 아들을요.  


사족2: 드디어 담휘가 사막 횡단을 마쳤습니다. 온몸이 아프고 발톱이 두개 빠졌대요.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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