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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27. 2017

가을 소나타

가즈오 이시구로의 노벨상은 좀 의외다. 

뭔가 노벨상은 커다란 스케일...그리고 개인보다는 전체를 아우르는 글이어야 할 것 같은데

이시구로...의 글은 매우 사적이고 내면적인 

그리고 사회적으로 본다면 과거 지향적인 글처럼 여겨지기 때문이다.

겨우 그의 책 두 권을 읽고 나서 할 이야기가 아닌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세상을 읽는 방법 중의 하나가  一葉知秋니까.... 

그의 유명한 책 한권인 장편 ‘남아있는 나날’ 과 

그의 안유명한 책 단편모음집 ‘녹턴’을 읽었으니

推一事可知로 해석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무엇을 다 정확히 확실하게 알겠는가,     

‘남아있는 나날’은 엄청 좋아했던 영화이다.

안소니 홉킨스를 아주 매력적인 집사로 만들어 팬이 되게 한 영화.

오래전에  이 영화를 볼 때는 가즈오 이시구로를 몰랐었다.

그러다가 올해 초엔가...

북클럽에서 소설 ‘남아있는 나날’을 읽었다.

당연히 영화보다 더 섬세하고 더 우아했다. 

깊은 내면을 이야기 할 때 감히 영화가 못미치는 것이 소설이기도 하다.   

초로의 신사가 지닌 아름다움은

결국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데에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줘서...

뭔가 글을 읽는 내내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었다.

노화의 제증상중에 걱정이 느는 것과 자신의 삶에 대한 확인....이 있다는데

나 노인 맞다. ㅎ    

녹턴은 제목처럼 음악에 대한 이야기가 베이스로 갈려있는 음악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재즈와 크래식을 아마 작가는 비슷한 감도로 좋아하는 듯,

그중 첼리스트.....는 매우 흥미롭다. 

광장 상설밴드에서 첼로를 연주하는 젊은이는 헝가리인이다.

공산주의 나라에 살다가 온 가난한...

그러나 유명한 스승에 대하여 자부심이 강한, 첼리스트

그에게 대가라고 자신을 지칭하는 미국의 중년여인이 다가와 레슨을 해준다. 

젊은 첼리스트는 점점 그녀에게 빠져 들어가고....

아니 그녀의 음악세계로 빠져 들어간다는 것,

결론적으로 그녀는 열한 살에 첼로를 그만둔 여인이기도 하다.

이 기막힌 스토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이어지는지....

여전히 지금도 첼로를 연주할 줄  모르더라도

첼로를 가르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어제 마티네 음악회를 갔다

순이언니가 첫 번째로 예약한 표라....자리도 엄청 좋은..... 

제목은 송영훈의 러브레터....

그참...제목이 좀 그렇다. 아무리 로맨틱하고  말랑거리게 만들고 싶다해도

러브레터라니...너무 흔하고 너무 상식적이다. 

소제목은 가을소나타.....

잉마르 베르히만의 영화 제목도 가을 소나타가 있다.  

자매간의 애증이 지나치게 서늘하게 그려진 영화 

그러고보니 가을과 소나타라는 단어가 어울리는가, 

소나타는...가을에 듣기 좋은 음악인가,  

가을소나타...하니 커피 생각도 난다. 

커피는 매우 가을스럽긴 하다. 

그 빛깔...짙은 갈색...

약간의 쓴맛, 신맛, 그리고 그뒤의 향기는 낙엽 태우는 향기보다 더 사람을 몰입하게 하니

거기에 낙엽 굴러 다니는 거리가 조금 보인다면 금삼에 첨화겠다.

송영훈은 가까이 보니 잘생긴 훈남이다.

첼로를 시작한 경우가...

한 살 위 형에게 치이기만 하다가 형이 바이얼린을 했는데 

그보다 더 큰...첼로로 형을 이기고자...

아마 그 때 더블베이스를 알았더라면 

지금쯤 더블 베이스 주자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당연히 나는 헝가리인 첼리스트와 연주를 전혀 할 줄 모르면서

 첼리스트에게 첼로를 가르치는...미국인여자가 떠올랐다. 

그러니 인생은 얼마나 사소하며 보잘 것 없는가

그러나 또 얼마나 눈부신가,.

연주회는 들을 뿐 아니라 보는 것이기도 하다.

파사칼리아...두 번째 줄 딱 앞자리....에서 첼로와 바이얼린이 딱 만나는 그 지점을

들으면서 보니 오메~~~좋 은 거.....

세상에 양평 단풍 보다

곰배령길 거제수보다.... 아니다 그만큼 좋네 다 좋네...행복하네... 기쁘네...나조차 아름다워질 것 같네.......이게.... 음악이 뭐지? 저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무화의 것....무재의 존재...저게 어떻게 이리 사람을 홀리냐고...그래서 베토벤이 가장 신 가까이 있는 것이 음악이라고 했나벼....

비올라 김상진.... 동아콩클 최초로 비올라로 우승한. 연대음대교수...이 친구가 참 ...

작곡까지 하는데  비올라를 기타처럼 품에 안고 피치카토로 연주하는....피치올라 센세이션....처음으로 연주하는 곡이라는데 오메... 

거기다가 의자를 따로 가져다가 앉지도 않은 채...피아노 의자...피아니스트옆에 살짝 걸터 앉아 연주를 하는데...처음 갤러리에 걸린 모네의 일출처럼..... 인상적이었다.    

마침 오후스케줄도 없고 한가한 터라 

바로 옆 아람누리 미술관으로 갔다

2017년 경기유망작가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고양시민이라 천원 할인해줘서 4000원을 주고 들어 갔는데

마침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현대미술.. 설치미술...비디오 미술... 기타등등 

요즈음 젊은 사람들의 하는 작품의 특징 하나는

설명을 듣지 않으면 절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작품을  작품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을 작품화 하는 것이라

그리고 그 철학이 또 우리가 아는 철학이 아니라

그들만의 리그 같은, 철학임으로 설명을 들어야만...알 수 있을까 말까다.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설명 하는데

그리 표현된 것 까지는 무어라 할 수 없다 하더라도

표현해 내기 위한 그들의 논지는 적어도 분명해야 하지 않는가,

철학의 깊이가 논리가 사색이 깊지 못하니   

모래위에 세운 성처럼....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빚어 낸 겉멋처럼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젊으니까 

저런 허황한 과정을 통하여 자신들의 세계로 점차 진입해 들어가겠지....

그래도 서너 작품은 좋았다.

선녀라는 쌩뚱맞은 대상을 흐릿하게 그린....나무위의 선녀.....

그 흐릿함만큼 자신의 작품에 대하여 설명을 못하던 작가는 

오히려 그래서 신뢰가 보내졌고...

한 친구는 솔직했다. 

돌과 철의 관계 속에서 

자연과 사람의 관계를 연상하며 작품을 하는데. 

하다 보니 작품에 너무 집중해서 잘 만들려고만 애를 써서...

그러니까 이 친구는 잘 만들어진 작품에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그 작품이 관계라는 무형의 실재를 자신의 작품으로 나타내고 싶은데

작품이 너무 정교하게 혹은 아름답게  

제가 보기에도 그가 만든 작품은 정성과 함께 완성도가 높아 보였다.     

만들어졌다며 그게 불만족 스럽다는 어투였다. 

그래서 작업실  책상을 가져다 놓으며 그 과정을 보여 준다는...

그러니 얼마나 다른 세대를 사는가....생각하다가

그렇지 그러니까 절묘한 균형의 문제일수도 있겠다.

잘 만들어진 작품은 그 자신으로 존재할 뿐이지 

그래서 작가가 의도하는 관계를 떠날 수 있다는..... 

서툼과 과정사이에 존재하는 것 들을 보여주고 싶은데

그 밸런스가 깨져버린다는......        

그러니까 또

 그제서야 다시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이....

어떤 선명한 결말도 없이 그냥 자연스레 썰물처럼  

일상으로 되돌아가버리는 미국 여인

 한참 천재인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몇 년 후 다시 후즐근한....모습이 되는 첼리스트...

그러니까 이시구로는

삶이 완벽이나 완결 혹은 눈부심만으로 지속되는 게 아니라는

신다 벗어논 양말 같은 모습이라는.... 

그 지점을  너무나 섬세한 눈으로 잘 포착해냈고

관계를 표현하고 싶은 젊은 작가 역시....

젊은이 치고는 눈이 밝은 게 아닌가,     

음악회 간다고 빼딱구두를 신어서

다리가 조금 아픈 듯 해 아름뜨레 로 들어갓다.

그보다는 커피 향기가 더 미리 나를 이끌었을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앞에 두고

창가 쪽에 앉으니 나뭇잎 굴러가는.... 모습도 보인다.

가을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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