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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9. 2018

자로일기

180508

아침 장애인 자활센터에 가서 활동보조인 계약서를 체결했다.

자로의 활동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장애인 자활센터와 계약을 하고 

내가 자로의 활동을 보조하게 된 것이다.  

단기교육을 받을 때 성공회대 교수가 보조인 지원인은 느낌이 아주 다르다며

올해는 보조인이란 단어로 불리지만 내년에는 지원인이란 이름으로 바뀐다고 했다. 

고급진 단어를 사용함으로 서로에게 적절한 권위 부여를 해준다는 뜻이렸다.

물론 그 교수는 이렇게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해석했다.

숙지하고 사인하고 숙지하고 사인하고....사인하고 읽어야할 서류가 보통 많은 게 아니었다. 

그러고보니 워낙 숫자 감각도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평생 가계부라는 것을 한 번도 적어본 없다.

빤한 살림살이라는 이야기도 되고 무계획적인 사람이라는 이야기도 된다,.

그리고 그  두 가지 사안은 100% 나다.  

다행히 남편 역시 경제에는 무지한 사람이라서 도무지 관심도 없고 당연히 체크도 없었다. 

북클럽과 이야기 하면서 객관적으로 나의 경제 상태를 볼 때 중산층은 절대 아니고 

하류 중층이 아닌가 싶다고 했더니 하류층이 그렇게 여행을 가느냐는 일갈, 

설왕설래 삶의 방법 추구하는 것이 다르다는등 

가난하더라도 여행을 추구하면 그 방향이 열리기도 한다는 둥.

다양한 이야기가 덧이어 졌다.

애니웨이,

여전히 나의 경제 상태는 중산층은 아니다 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돈에 그리 갈급하지는 않았다. 

나보다 부자 앞에서는 사리지만 

나보다 가난한 사람 앞에서는 식사와 커피는 거침없이 샀다.     

좀 부자였으면 할 때도 나보다 못한 사람들...그들이 아주 괜찮은 사람일 때

뭔가  팍 도와 주고 싶은데 할 수 없을 때 ..

돈이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돈이 많아도 남을 못 도울 거라는 생각도 한다. 즉 변명일수도 있다는 이야기)  

그런 내가 육십이 넘어서 약간의 돈을 벌게 된 것이다. 

흠~~ 글로 돈을 아주 조금씩 벌기도 하긴 했지만 그거야 급여가 아니었으니 

그것도 장애인인 자로로 인하여....

센터는 의외로 화려하고 청결해 보였다.

그리고 이제 신입인 젊은이가 미리 와 앉았는데

아마도 그는 이런 서류 절차를 배우는 중 같았다. 

그리고 담당자... 담휘 만한 젊은이들....그 외에도 의외로 근무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 씩씩한 사람들이 모두 다 장애인 때문에....돈을 벌고 ......사는 것이다. .

그들이 장애인을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이 그들을  돕는다는...

이런 아이러니라니..

이 부분은 아마도 내가 자로와 함께 하는 동안 심심찮게 나의 머릿속을 맴돌 것이다. 

자로를 데리고  복지센터 내의 장애인 주간보호센터에서 하는

아로마테라피 수업을 갔다. 

조금 이르게 갔기에  

옥상공원부터 시작해서 복지센터 투어를 했다. 

그리고 자그마한 갤러리가 있는 카페에서 자로와 함께 달달한 커피를 마셨다 

카페에 앉아있는 자로가 멋져보여서 사진을 한 장 찍어 보여줬더니 좋아하는 듯 했다. 

자로도 예민할 수 있고(커피에 관해서는 자로엄마에게 물어보지 못했다)  

나도 커피 한잔이 요즘 거하다 싶어 하나만 시켜 빨대로 둘이 다정하게 마셨다. 

자로는 핸드폰을 아주 굉장히 좋아한다.   

수업시간에 아주 건강하고 씩씩하게 생긴 여자아이가 단번에 자로에게 관심을 표했다. 

오빠 이리와... 자기 옆자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그러자, 아줌마는 그 옆에 앉으세요. 

그 아이는 매우 말도 잘하고 표정도 전혀 장애인 다운 표정이 없었다. 

앞에 앉은 여자아이는 자로와  동갑 이라는데 정말 어린애 같은 얼굴에 쉬지 않고 

작은소리로 말을 하거나 노래를 흥얼거렸다. 

그러다 내게 우연히 말을 했는데 그 속도가 너무나 빨라 

한참 뒤에 그 어머니....의 말로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뭔가 비범함이 느껴졌다.   

무엇인가 한번 내면이나 그 생김새가 정해지면 왜 그리 바꿀 수 없는 것일까?

마치 폐쇄화처럼 자신만을 바라보고 사는 아이들.....

그렇다고 그들이 불행해 보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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