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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r 27. 2018

사람 보다 책이 좋다

사람 보다 책이 좋다    


써 놓고 보니 참 유치한 문장입니다. 

무엇보다 무엇이라니요.

이제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에게

‘좋음’이라는 개념도 채 인식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라고 묻는 것과 같은 선이기 때문이죠. .  

이 ‘좋음’이라는 개념을 당신은 확실히 아시는가요? 

 저는 요즈음 아주 쉬운 단어를 써놓고도 이거 알아? 니가 생각하는 게 맞아?

 주춤거리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질문을 그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알고 있던 알아왔던 혹은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에 대한 회의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그 모든 존재들에 대한 존재에 대한 생각이 새삼스럽게 들어서이기도 합니다. 

개별화된 존재들에 대한 개별화된 인식과 

조금 다른 편에 서서 그들을 통합해내려는 혹은 연결시키려는 인식사이에서 오는 

탠션...같은 게 부쩍 생겨나있다는 거죠. 

좋은 거라고 미리 짐작하며 슬쩍슬쩍 넘어가기도 하지만  

이것처럼 어리석은 문장을  안 쓰고 살수도 없군요. ㅎ 

그러니

책보다 사람이 좋다...아니지 사람보다 책이 더 좋다 라는 명제는 

오늘이 그렇다...라는 것과

책두 좋아하지만 그만큼  사람을 좋아한다는 함의를 품고 있기도 하지요.   

사람을 떠난 책이 어디 있겠어요.   

책은 새로운 친구를 얻는....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통로인걸요.    

오늘 일이 있어 장애인 복지관을 갔습니다.

처음 가본 곳인데...이른 시간인데도 주차장에는 차가 가득 있었고 건물에는 사람들이 그득했습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이 길어져서 그곳에 있는 오픈서가에 서서 책쇼핑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아멜리 노통브

나는 그녀의 책을 한권도 읽지 않았는데 

대중적으로 유명하니 보나마나 가벼울 것이다.....해서 아예 시도를 안했는데

생명의 한 형태라는 책 제목을 달고 음전하게 있는 모습이

일단 두껍지 않아서 그리고 글씨도 커서 금방 읽어 제끼기에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읽기 시작했죠.     

편지는 제가 매우 좋아하는 글의 형태입니다.

일단 편지글은 무겁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또 지나치게 가벼운 쟝르는 아니에요,. 

소설에서 차용된 편지는 

작가의 픽션으로 진짜 편지가 지닌 성정을 다 품고 있지는 못하더라도

그래도 편지라서  편지의 품성을 품고 있기도 하지요.

아멜리 노통브는 편지를 받습니다. 이라크에 파병된 군인에게서요.

그녀는 (실제로 그런가?) 수많은 편지를 받고 읽고 답장을 보냅니다.

전쟁이 빚어낸 비만에 대한 이야기가 주요 소재로 나옵니다.

전쟁 때문에ㅡ죽음이 바로 곁에서 빚어내는 일상이 되어서 

그는 자신의 몸무게에 130킬로그램이나 더 살이 찐 사람이 되어갑니다. 

자신의 살을 세혜라쟈드...로 여기는 음식중독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더 큰 중독이라고 합니다.    

마치 보폭이 큰 모델이 무대 위를 성큼성큼 걷는 듯한 느낌의 글입니다.

거리는 길지 않지만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지니고 있는 풍경이었어요,

그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들이 흥미진진 진행되다가

놀라운 반전에 또 반전이 이어집니다. 

소설의  반전은 

마치 내가 아주 좋아하는 이른 봄 햇쑥을 넣어 만든 

아주 연한 연두색인 쑥인절미의 하얀 녹두고물 같은 거죠. 

물론 쑥인절미는 고물 없는 채로도 맛나지만 하얗게 거피한 녹두고물과 함께 할 때

으흠, 맛의 절정을 달리게 되죠.    

지나친 낙관은 무지함의 산물이라거나 

diplomate는 고대 그리스어 diploma가 어원인데 한번 접은 종이,  편지라는 의미.

예술의 가장 본질적인 속성은 회의라는 표현들은 

찬바람머리처럼 소슬하죠. 

아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쉬지 않고 그 낯설고 신기한 두 사람을 바라봅니다.

소설은  상황에 대한 이해도 길러주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이해를 크게 해주죠.

두 사람...이해가 충분히 가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을 새로운 벗으로 내게 담았으니 

딱 그마만큼 나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으리라... 

이해가 깊어진다 해도 사실 별게 없어요. 

오늘 이 시간 깊은 밤 시간들이 지나면 내일 아침이 올 것이고

변함없는 하루

그러나 무수한 다름의 하루는 여전히 내게 다가올 것이고

변함없음, 무수한 다름, 의 시간들은 썰물처럼 나를 지나 흘러가겠지요. 사라져 가겠지요.    


봄입니다. 

우리 동네도 산수유가 피어났어요.

나무 주변만, 가지 주변만, 살짝 물들이는.....그 연한 노랑의 세계.

가슴이 살짝 두근거렸습니다.

아, 

책을 읽든 안 읽든, 

아주 특이한 두 사람을 알든 모르든 그게 무슨 상관이겠어요.

봄이 오시는 데에.....

우리 동네는 서북쪽이니 

당신동네에는 더욱 봄이 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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