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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12. 2018

<자로일기>

180510

  
 오늘은 자로와 국립 현대 미술관을 갔다. 

오월의 가로수 나무들은 도시의 거리를 숲으로 만들어 준다.   

이제 막 신록을 벗어난 그러나 채 녹음에 다다르지 않는 나뭇잎새들이 

순한 바람에 일렁이는데 

그렇다. 살아있는 것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저 눈부시게 일렁이는 생명들처럼 나도 눈부신 생명이리. 

그리고 자로는 더욱 그러하리.

“자로야 우리 조금씩 크게 걷자. 그래야 운동이 된대”

“녜에”

미술관 가는 길이니 그래 나는 자로야 너를 현대미술로 이해하겠다.

네가 비록 겨우 단 하나의 말 ‘녜’ 밖에 못한다 하더라도

그렇지, 나는 너의 네라는 대답을  이해하기 어려운 작가의 작품 작가만의 세상 앞에서 골똘히 생각하는 견자들처럼 

나도 너를  너의 녜 라는 대답을 

여러 각도로 아주 다양하게  해석해 볼 거야.

녜 좋아요, 아니요 싫어요, 녜 그렇겠군요. 녜 감사합니다. 네, 정말요? 녜 이건 뭐죠? 

이해하기 어려운 현대미술적인 너와 함께 현대미술을 보러가니

혼자 가는 것보다 얼마나 더 좋으니?    

사람들은 조금 낯선 것에 굉장히 예민하다. 

자로를 흘깃 스쳐가는 눈길로 바라보다가도 거의 언제나 자로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은 멈추고야 만다. 

젊은이들이나 아이들 눈길은 잠간 머물다가 금방 지나가지만

나이든 사람들의 눈길은 복잡하고 끈적이며 체면도 없다. 

그리고 그와 함께 있는 나에게도 거침없는 시선을 보낸다. 

자로와 나를 보며 자신들의 스토리를 적어나가겠지.

대단히 흥미롭지만 대단히 독선적인..... 

그러나 이제 나이가 나이니만큼 나도 그들처럼 담대하다. 눈초리 정도야 상관없다.    

2018년 아시아 기획전 <당신은 몰랐던 이야기>가 전시중이었다. 

거의가 비디오 아트이다.  

오르막길에서 자전거 바퀴 굴리듯 머릿속을 굴리며 작품을 보는데

도슨트 시간이 있다는 방송이 들려왔다.

자로에게도 좋겠다 싶었고 나도 머리가 지근거려 설명을 듣고 싶었다. 

설령 상상력이 제한된다 하더라도 작가의 의도와 전혀 다른 길을 헤매는 것도 우습지 않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도슨트와 함께 작품을 읽기 시작하는데 

수많은 국가의 국기를 일일이 해체한 실들로 색이 지닌 가치와 개념을 이야기 하고 있는 \

<설명은 때로 상상을 제한한다Ⅱ>작품이 나와서 혼자 웃었다.    

일본의 후지이 히카루의 <일본인 연기하기>를 보며 문득 아이노꾸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죠몬시대의 직계....면서도 약간 원시인 대우를 받는 아이누인 .그리고 여전히 그 미묘한 차별이 지금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ㅡ이 대목에서 나 아주 어렸을 때 혼혈인을 일본말로 아이노꼬,,로 불렀는데 그 아이노꼬가 아이누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대만 작가 장 쉬잔의 애니메이션은 흥미로웠다. 종이로 만든 쥐....<대만은 실제로 쥐가 아주 많다고 한다>들이  사람들의 전통 장례식을 대행하고 있었다. 음악과 슬픔이 정교한 쥐의 표정으로 희화화 되는, 죽은 종이 모형 쥐가 바닥에 깔려 있었고 그 쥐들 앞에는 쥐를 비쳐내는 아주 작은 거울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음산한 죽음이 드리우는 거리감이 느껴졌다.     

 아시아를 무엇으로, 그리고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한 전시라고 하는데 이 또 한 소통을 원하면서 또 다른 편견을 제시하는 게 아닌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자로야 잼있니? 드문드문 물을 때마다 자로는 녜 하고 대답했다. 

재미없지?라고 물어도 녜 라고 대답할 수 밖에 없는 자로를 보며 문득 나무를 생각했다.

움직이는 나무. 움직이는 식물, 그러나 움직이는 것만 빼면 지극히 식물적인 존재,

아무에게도 해를 가하지 않고 그저 조그마하게 고요히 존재하는 너.

너에게 이런 현대미술이 무엇일까?

수많은 사색과 철학과 이미지의 특수한 조합,

그들을 창의적으로 결합시킨 현대미술,

조금 생각한다 하여 조금 다른 위치에서 바라볼 수 있다하여 

그게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이니, .     

자로는 

그 앞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무화시키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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