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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Nov 09. 2018

개소리에 대하여

bullshit

빈자리가 가득한 도서관은 수줍고 아름다워보인다. 빈의자 빈공간이 지닌 여백 때문일 것이다. 

   

아침 운전을 하며 kbs fm 기독교방송 fm을 번갈아 누르며 사람의 목소리는 피해서 음악만을 듣는다.

누군가는 그들의 목소리에 심취해서 듣겠지만

나는 그들의 목소리가 오히려 음악이 주는 느낌을 가린다고 생각한다. (이런것이 개소리 일수도 있다)

더군다나 나뭇잎들이 저리도 자주 져내리니 음악만으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올가을만 유별난가

내년 가을에는 아마 더 할지도 모르겠다.

단풍은 어쩌면 저리도 

모두가 다르며

어쩌면 저리도 속속들이 아름다울수 있다는 말인가

왼쪽 창으로 보이는 나뭇잎들은 

햇살아래 부끄럼없이 자신을 속속들이보여준다.

솔직해서

가림이 없어서 저리도 눈부신겐가.

나도 단풍처럼 시들어가니

어느 순간 저들처럼 휠휠 져내리리니

나도 더욱 솔직해야지

가림이 없어야지.        

며칠 전부터 읽기 시작한 

소로우의 윌든과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과 소로우를 한책으로 묶은 사유가 있을까?

윌든은 여러 버젼으로 나와 두번 정도 읽은것 같은데

동서문화사간 이 책을 보니 또 읽고 싶었다.

전에 보지 못한 또 다른 자연을 보는 시선같은 것

그래서

나의 독서는 진지하지 못하다.

정독하지도 않는다.

소로우를 읽다가 카슨의 글을 읽다가 

옮긴이의 글을 읽다가

책 뒤편에 실린 논문을 읽다가 

마치 뒷짐지고 산보하는것과 그리 다르지 않다

그런 나만의 독서법을

'해찰식 독서'라 나는 생각하는데

나이 들어가는 사람에게는 매우 바람직한 독서법이 아닐까.

여기저기 헤진(혹은 헐거움) 틈사이로 조촐함 여유

눈가의 주름 같은 연륜이 함께 하는 일이라고 여긴다.        

그것도 집중력이 약해져서

진짜 뒷짐을 지고 서가 산책을 한다.

작은 도서관의 제일 큰 미덕은 

책이 작다는 것에 있다.

모든 분야의 책이 있는데 그 종류가 많지 않아서

책구경을 확실하게 할 수 있다.

그 구별이 선명하지 못한다 한들 그 또한 괜찮다

언어인지 철학인지 분간할수 없는 자리에

이 작은 책이 있었다.            

사람만 첫인상과 외양을 보는것이 아니다.

책도 생김새와 칼라와 그리고 책제목이 주는 느낌을 고려해서 선택한다.

일견 가볍고 천박해 보이는 제목에 콩만한 책이 주는 느낌을 검은색이 완벽하게 차단해주고 있었다.    

헛소리와도 거짓말과도 

전혀 다른 개소리 (bullshit)에

대한 고찰이 이어지고

상투적인 표현에 대한 비트겐슈타인의 분노를 실례로 드는데

진실에 대한 관심과 관련이 없기에 개소리 라는것

진정성과 진리에대한 신념이 없는 말은 개소리 라는것    

개소리는 진위가 문제 되지 않는 언어 게임

개소리의 확산은 회의주의

개소리쟁이들은 진리의 권위에신경쓰지 않는다.

개소리는 거짓말과 다른 뻔뻔함이 있는데

트럼프의 진리에 대한 무관심 때문에

그의 말은 오히려 강력하고 효과적일수 있다.    

프랭크퍼트라는 미국 철학자는 결국 

우리의 본성은 실체가없다.

다른 사물들에 비해 덜안정적이고 덜 본래적이다 

그러므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고 결론한다.        

그러니까 이 작은 책을 읽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의 모든 말도 개소리구나.

이제 개소리와 개소리 아닌것

하나를 더 생각해야겠구나.

이런 주제로도 철학에대해 

매우 훌륭한 접근이 되는구나.

개소리 라는 이 낮은 단어가 품고 있는 세상도 

만만치 않구나.

언젠가 다시 이 책을 손에들면

개소리를 떠나서

철학이 지닌 속성에 대한 이해만으로 혹은 그 접근법 만으로  글을  읽고

그 부분에 대해 써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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