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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Nov 17. 2018

슬프다 인생이여

롤랑바르트의 책 애도일기를 읽다. 

프랑스작가들의 책을 뒤적이다 애도일기 라는 책 제목을보며 혹시 쟈크 데리다의?
하며 반가운 마음으로 집어 들었는데.아니면 또 어떤가,어머니 돌아가신 후의 마음을 적은 글이다.
어제 올만에 엄마를 모시고 이모네를 갔다.
이모께서 차에 가볍게 치 입원해 계시다가 퇴원하셨는데 문병도 할겸 두 분 만나게 하는것이 큰 목적이었다.
이태전에 러시아 여행갈때만 해도 이모가 우리집에 오셔서 엄마 식사도 해드리고 함께 계셨는데 어디든 갈때 연락하라고 와서 언니랑 지내겠다고 카랑키랑한 목소리로 말씀 하셨는데 못본새 기운이 주욱 빠지셨다.
밥이 먹기 싫어서 물말아서 몇 숟가락 넘기신다는 말씀에 맘이 짠했다 
엄마 93세 둘째이모 88세 막내이모가 85
그러고 보니 수년 전 세분을 모시고 전라도 땅 여행을 할때가 봄날이었네.
이번에 엄마를 모시고 이모네집 가는것이 성공하면 멀리는 못가더라도 가까운 친척 당고모 당숙들 한번씩 뵙게 해드리려고 마음먹었었었다.  

차를 타시고 이 말씀 저말씀 하시더니 갑자기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멀미가 난다고 가슴이 답답하다고 숨을 크게 내쉬며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 하며 갔는데 기운이 없어서 휠체어에도 간신히 타신다. 백화점을 지니가도 별 말씀이 없으셨다.
다른 때 같으면 아이고 이런 구경하니 참 좋다 하실텐데 점심도 못드시겠다며 안드신다. 이모랑 이야기 하실때는 좀기운이 나신듯 하다. 핏줄이란 얼마나 다정한건가. 그리운건가.
내 큰오빠를 나도 저리 만날 수 있다연 얼마나 좋을것인가 그래도 이제 우리는 큰오빠 생각을 꺼내지 않는다.
큰오빠 계신곳은 우리의 마음이니 혼탁하던 마음결이 가라앉아 맑은 윗물이 고이고 있으니 큰오빠 자리가 거기니
'내년 설에는 니가 이모 모시고 와라.' '응 언니.' 엄마께서 '아이고 힘든디 오지마라.  하신다.
그냥 우리는 섭섭해서 이모랑 엄마가 다시 못만날지도 모른다는 쓸쓸한 생각을 하기 싫어서 뭔가 그래 억지 인연이라도 엮듯이 그런 말들을 하며 헤어졌다.
돌아올때는 엄마를 앞자리에 태우고 옷도 좀 벗기고 휠체어를 싣고 하니 이모께서 '저리 성가신디 니가 효녀다.하신다 '이런걸로 효녀되면 효녀 아닌 사람 없겠어요.'
다행히 돌아오는 길에는 덜 힘들어 하셨다. 침대에 앉으시며 '아이고 인자 마지막 여행 했다. 인자는 어디 못가겄다.'
그렇구나.  인제 엄마의 세상은 집안이 되어버린 것이다. 나도 삼십여년 후면 저리 되겠지, 작아지고 기운은 하나도 없어 겨우 밥이 주는 힘으로 숨쉬고 사는.
엄마의 삶에 이제 차가 없다니, 여행이 없다니, 삶 자체가 여정이긴 하나
오~~~슬프다 늙음이여 엄마의 젊음은 어디로 가버렸을까,  젊음으로 대변되는 힘. 기운
그 상실에 대한 애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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