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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Dec 18. 2018

잠이 잘 안와

잠이 가끔 오지 않는다. 

 어젯밤에도 열두시 반쯤 불을 껐다. 

졸린 듯 했는데 불을 끈 순간 잠은 사라져버렸다. 

 머릿속은 마치 깊은 산에서 조그맣게 흐르는 물갈래처럼 맑고 명징하다.

쓸데없는 생각들 정말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 벗은 아내 같은(근데 이 시의 말들은 어쩌면 이렇게 향수적일까)  

생각들이 고인물 위에 쌓인 낙엽처럼 합해진다.  

좀 뭔가 괜찮은 생각들을 해보렴. 건설적인? 철학적인? 그도 안되면 글을 쓸만한 이야기라도,

내가 내게 생각이라는 말을 건네다 시계를 보니 한시 반이다.

눈을 감고 있었으니 한 시간 동안 내내 생각에 빠져 있었던가? 아니면 그동안 살풋살풋 잠이 든 겐가, 

한 시간이란 강물 사이를 더듬어 봐도 도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다시 드는, 들어오는, 혹은 나는, 스스로 채집해내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는 생각들

(그런 생각들을 나열하면 글이 길어지고 구질구질해질 것이다)

그러다가 시계를 보니 두시 사십분이다. 

나는 마치 마르셀 프루스트처럼 나의 느낌 생각을 뒤쫓아가보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생각은 깊이로 가지 않고 그저 아무렇지도 않는 생각들만 

마치 천천히 뒷짐지고 신작로를 오고가듯 할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 순간 눈을 감고 잠에 취한 듯 생각에 취한 듯한 그 이상한 상태 속에서

내 수준이 이것일 것이다. 라는 슬픈 결론을 내렸다. 

 그러다가 다시 시계를 보니 3시 40분 쯤

아까보다 더 명료한 듯 해서 이러다간 밤새내 잠을 못 이루겠다.

 그러러면 차라리 눈을 떠버리자,

 낮에 마셨던 커피 두 잔과 그리고 박하 차 두 잔 이것이 주범일지도 모른다. 

핸드폰을 켜 넷플릭스를 누른다.

그리고 보다만 셜록홈즈...를 보기 시작한다. 

홈즈처럼 뛰어난 사람도 실제하리....

나는 이렇게 조용하고 영리한 영웅 같지 않는 영웅을 좋아한다.  

젊을 때 코난 도일과 아가사 크리스트의 글도 꽤 읽었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아서 문제긴 하지만 

감히 드라마를 보며 홈즈의 추리력을 따라가려 하지 않는다. 

한눈에 갈파하는 문제에 대한 지식들도 내겐 없고 그리고 홈즈니까,  

그 놀라운 추리력이 내겐 엄청나게 재미있고 

그리고 양념처럼 웃게 만드는

영국식 유머와 가령 날카로운 대화들, 받아치는 대응, 작위적으로도 보이지만 숨어있는 따뜻함....

그런것들이 어린아이들의 로맨틱한 연애보다 87배 정도는 재미있다. 

늙음속에서도 젊은 마음 지니고 있듯이 홈즈에게도 연애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지 홈즈의 놀라운 추리력에 섹시함을 느끼는 여성에게 향하는 홈즈의 마음을 

드라마는 절대 내비치지 않고 실재하는데도 감추기에 아주 열을 올린다. 

그렇지 홈즈는 그런 감정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런 부분에서 늙은 나는 그에게 동질감과 함께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그렇지 나이는 모든 것에 대한 풍부한 좋은 감정을 연애로 치환할 수 있으며

어쩌다 다가오는 로맨틱한 감정들이 

사람이 아닌 자연, 계절 시간. 풍경...그리고 수많은 차경들속에서  

다가 온다고 인식하는 것, 

여기 까지 쓰다보니 

포도는 시다! 라는 인식 부조화가 생각이 되어지기도 하는군.   

그런 홈즈를 다루는 왓슨의 블로그는 놀라울 정도로 인기폭발이다.

나는 그런 소소한 것들이 좋다.. 

 커다란 성찰...홈즈의 문제 해결 능력도 좋지만

 거기에 기대어 나타나는 소소한 것들이 

스토리가 전개되는 거대함보다 더 나를 즐겁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삶에 대한 태도도 이러지 않을까, 

결론보다는 과정에 

목표보다는 일상에

크거나 대단하지 못한 자신에 대한 인식과 함께 다가오는 

작은 줄기....이파리 꽃 잎  하나 꽃 한 송이...     

 이 거대한 우주에 나는 작은 이파리 하나...

 질기고 오래며 마침표가 아득한 것처럼 보이는 삶속의 시간들.....이 많이 지나와서

 뒤돌아보니 더욱 아득해지는 시점에 서보니

 바람에 휘날리다 어느 순간 사라져버리는  꽃 이파리 하나 아닐까,     

그러다가 어느 순간 잠이 들어서 출근하는 담휘 아침도 해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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