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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19. 2019

소금기둥

롯의 아내

    

  솔직해보자면 아브라함은 적당히 편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를 따라 나설 때부터 요단 온 들을 차지해서 헤어지기 전까지 예배 우선인 시간들이었지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예배를 드리고 나서야 식사를 할 수 있었고 아무리 힘들어도 예배를 드리고 나서야 쉴 수 있었어요. 너무 배가 고프면  식사를 하고나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예배할 수 있는 거 아녜요? 그러면 찬양도 더 힘차게 할 수 있구요. 감사드리는 마음도 더 깊을 수 있겠지요. 그러나 아브라함은 그런 인간적인 면보다는 하나님을 더 생각하는 사람이었어요. 마치 예배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 같았다고나 할까, 

 사실 소돔 고모라가 멸망하던 하루 전날에도 우리 가족은 예배를 드렸어요. 날이 저물 때에 성문 앞에 앉아 있던 롯이 낯선 사람 둘을 데리고 왔더군요. 음식을 만들고 무교병을 구워서  식탁을 차렸어요. 롯은 그들 앞에서 지나치게 겸손하고 진지해서 난 그런 그를 조금 비웃고 있었을 거예요. 갈대아 우르를 지날 때 그곳 사람들은 무수한 우상을 섬기고 있었고 이집트는 하나님을 믿지 않으면서도 부와 쾌락이 가득한 곳이었어요. 그리고 내가 살고 있는 소돔은 먹을 것은 지천이고 놀기 좋아하는 친구들과의 시간은 즐겁고 행복했으니 고백하자면 세상이 살만 해지니 예배에 대한 감격이 점점 사라지더군요, 그 마지막 날 예배도 드리는 게 아니라 예배하는 이들을 <보고> 있었다고나 할까요. 

 새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들기며 그 사람들을 내어놓으라고 하더군요. 롯이 나가서 그들을 달랬지만 오히려 그들은 네가 지금 우리의 법관이냐며 롯을 해치려고 했어요. 낯선 사람들이 롯을 집으로 들이고 문을 닫았어요. 그 순간 기적이 일어났어요. 금방이라도 문을 쳐부술 것 같던 그들이 앞이 보이지 않는다며 대문을 찾지 못하겠다며 문 밖에서 웅성거리다가 사라져갔어요. 그런 놀라운 일이 내 눈앞에서 펼쳐지는 데도 나는 둔감했어요. 눈으로 보는 기적조차 내 것이 아닌 것처럼 여겨졌고 힘과 능력 있는 말씀이 선포되는데도 귀가 열리지 않더군요. 무서운 말씀도 전하시더군요. 하나님께서 소돔과 고모라 땅을 멸하시려고 하니 사위와 자녀, 롯에게 속한 자들을 다 성 밖으로 이끌어 내라는 말씀이었어요. 사색이 된 롯은 집을 나가더군요.  사위들은 오지 않았고 나 역시 의심과 회의에 가득 차 있었지요.  그날 밤 별들은 유별나게 환해서 맑은 하늘에는 은하수가 길을 이루고 있었어요. 저리 맑은 하늘에서  유황이? 불이 비처럼? 설마?....

 해 돋기 전 롯과 두 딸 그리고 나는 소알 성으로 떠났습니다. 뒤돌아보지 마세요! 뒤돌아보지 말고 단숨에 소알성으로 가라고 그분들이 강조해서 말하더군요. 사실 나는 떠나고 싶지 않았어요. 이 좋은 집과 안락한 가구들 금은보화와 다정한 친구들을 두고 왜 가야하는거지요?  롯의 완강한 팔에 의해 나는 힘없이 끌려가고 있었어요. 어둠이 물러가고  해가 서서히 돋기 시작했어요.  내가 그토록 정성들여 꾸몄던 아름다운 내  집, 내 가구들  나는 그 세상이 사무치게 그리웠어요. 너무나 그리워서 순간 뒤돌아보고 말았지요. 무섭고 두려운 광경이었어요. 천사의 메시지처럼 하늘에서 유황이 그리고 비처럼 불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어요. 그 화려한 소돔과 고모라가 무서운 불길에 타들어가고 있었어요. 너무나 두려워서 도무지 숨을 쉴 수가 없었어요. 숨이 막혀오고 몸이 굳어가기 시작했어요. 그 때 불타는 소돔 고모라보다 더 무서운 일이 제 몸에서 일어나고 있었어요. 나는 그 순간 소금기둥이 되어버렸어요. 

  마지막 예배를 기억합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지는 기적을 볼 때 그 일을 주재하시는 이를 기억할 수 있었더라면, 아아, 그때만이라도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하며 선포되는 무서운 말씀을 받아들일 수 있었더라면, 천사들의 말대로 뒤돌아보지 말고 구원을 향해 전진했더라면,....

 소금기둥이 되어서야 예배가 생명이라는 것을 깨달은 이 어리석은 여자를 기억하세요. 

  총총 

(교계신문 연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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