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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pr 02. 2019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

벚꽃




'사랑후에 남겨진 것들'의 원제는 벚꽃이다.

십여 년 전에 이 영화를 극장에서 봤는데 도무지 별다른 생각이 나질 않았다.

토론할 영화라  

일찍 영상자료원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기억에 남지 않은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예전에 영화를 보면서 든 삿된 생각 하나 때문이었다. 

이거 일본돈 받아서 일부러 일본 선전 하려고 만든 영화 아니야? 라는,

당연히 영화에 대한 매력이 반감되었던 기억,

한 영화를 가지고 이렇게 여러 사람의 생각을 들어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리뷰를 가끔 적지만 그거야 언제든 일방통행이니까,    

그러니 사람의 감정이 영화에 미치는 기억은 무지하게 많을 것이다. 

누군가 예민한 감독이라면 

<이 영화는 십일월에 보시오 극장에 들어오긴 전 헐벗은 나무를  구분 정도 바라본 다음 

하늘에 한번 눈을 주고 그 다음 극장으로 들어오시오. 팝콘과 달달한 커피는 삼가시오.> 

이렇게 한 뒤에 영화 상영을 한다면 혹 조금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를 볼 수 있을까?

하긴 이 시대에 무슨 감독의 의도가 중요하랴,

차라리 영화는 상영되기 시작하면서 해체되기 시작할 것이다.  

가없는 수로 해체되는 영화....이게 감독이 바라는 바일 수도 있겠지,      

십여 년이 흘렀으니까 나는 많이  더 늙고 

그래선지 영화가 쏙 쏙 들어왔다.

자식들과의 괴리야 인간의 삶인걸.... 

요즘 젊은것들이란 단어는 시대가 시작되고부터 있어온 일이니까, . 

아무리 바빠도 오랜만에 오신 부모님들한테 대한 태도.....

언제나 과장은 사람도 영화도 글도 천박하게 만드는 일등공신이다. 

영화를 가장 클리셰하게 만든 것이 자식들의 오버된 자세 옥의 티였다.     

부토라는 일본 춤이 아주 중요한 소재.... 

떠난 아내와 남편을 이어주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하는데

부토는 이차세계 대전이후 일본사회에 팽배했던 허무주의를 담았다고 한다. 

가부키와 노에 현대무용이 가미되어 

죽음의 춤 암흙의 춤으로 불리었다고 하는데 영화에서는 그림자 춤이라고 했다.

일본의 지식층을 홀릴만 한 테제에

자포니즘에 여전히 매혹당해 있는 유럽인들에게

얼마나 강렬한 그림자로 다가왔을지 미루어 짐작이 갔다.

생명과 환희만 표현하던 현대무용에 죽음의 그림자가 함께 할 수 있다니  

그러고 보니 그림자가 주는 연상들이 놀라웠다. 

혼자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의 근원

존재를 피력하나 실체가 아님,

보여주고 싶은, 혹은 보이는 나와 실재의 나를 표현해주는 또 다른 나라고나 할까, 

각본을 직접 쓴 감독의 일본 사랑이 참 놀라웠다. 

틈틈이 비치는 호쿠사이의 도록....후지산을 그린 그의 작품들, 

영화속 후지산 표현도  놀라웠다. 

후지산을 의인화 시키면서 신비롭게 만들었으며 수줍음 까지 더한 매혹적인 인물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깊은 밤 밤의 고요와 정적이 더해진 시간 

푸르른 밤의 빛 속에서 후지산은 모습을 드러낸다. 

후지산의 그림자가 적요한 호수위에 강림해있다. 

후지산의 현현이다. 

누가 홀리지 않으랴

이미 루디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세상을 놓아버린 사람인데      

누군가는 내일은 없으리  눈뜨면 없어라...가 이 영화의 주제라고 했다. 

아니 그보다 나는 

세상 모든 것을 잊게 만들어버리는 아내에 대한 그리움......

사랑이 현세의 것이라면 그리움은 현세를 넘어서 죽음까지 다다르는.....

그리움에 대한 절박한 보고서.....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도

아내를 생각하지만 결국은 아내의 삶이 아닌 루디의 삶에 대한 이야기.

利己에 대한 일반적인 지점을 벗어나게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시간을 잡고 싶어 하는 극치의 예술이 영화라고 

강의 말미에 안혜숙 선생이 말씀했다.  

가슴 속으로 폭 안겨와서 글로 적어놓고 생각하며 

그림처럼 요리조리 살펴보니

영화만 그러랴, 예술의 속성이 아닌가, 

너는 어떤가.... 까지 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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