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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pr 10. 2019

커피


차를 맛으로 마신다면 커피는 그것에 약 30% 정도 분위기...가 들어가지 않을까,  

차 역시 차 맛 외에 마시는 사람, 그릇 , 분위기에 따라 달라지지만

차가 내성적이라면  커피는 외향적이다.  

차가 내밀한 마음을 향해서 다가가는 것이라면 

커피는 보여 지는 자신에 대한 부분을 인식하는 것이라..... 하면 조금 어설픈 논리일수도 있겠지. 

유리창으로 된 카페...가 주는 느낌이 커피로 배어든 것인지도,  

   

고종 할아버지께서 가배를 즐겨 드셨는데 그 후 70여년이 흐르고 나서야 

보성 촌사람인 나는 커피를 마시게 되었다.(50년은 빼야 하긴 하지만)  

맥스웰 하우스 커피.. 처음엔 밀가루처럼 고운 블랙브라운 가루였다. 

얇은 스텐으로 된 커피스푼에 고봉으로 커피를 담고 

미지근한 아이보리색의 맥스웰 프리마를 두 스푼 

그리고 설탕 한 스푼을 넣으면 아주 맛있는 커피가 됐다. 

언젠가 시골집에서 혼자 커피를 탔다. 

청랑한 가을날이었다. 

커피 잔을 들고 마당으로 나섰다. 초추의 양광의 뜨락에 가득했다. 

일렁이는 햇살이 나뭇잎 위에 내리니 물결 위 파동처럼 번지는 윤슬이 뜨락 나뭇잎들 위에 가득했다. 

그러다가 누군가가 부른 듯 뒤를 돌아보았는데 

지붕 위로 펼쳐진 푸른 하늘! 

흔한 단어 쪽빛 하늘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깊었다. 어두웠다. 무거웠다.  

마치 밤의 하늘처럼, 

지금이라면 이브클랭의 블루라고나 할까, 

지금도 가끔 나는 그 <푸름>을 기억하곤 한다. 

의미나 논리, 가치를 떠나 그냥 무념무상 존재하는 나만의 풍경. 그 풍경의 기원이라고나 할까, 

그리고 연이은 그 커피 한 잔,       


커피 알갱이가 조금 더 굵어졌다. 맥심 커피,

외국에 다녀올 때 사오는 커피 선물들이  맥심커피와  함께 주류를 이루었다. 

사오기도 하고 선물도 받고

커피만 마시는 사람들이 드물게 있기도 했지만 원투투 원투원의 커피.

그러다가 일회용 커피믹스가.....나타났다.

음... 이 간단한 것이 주는 맛이라니.... 대한민국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커피 병에 든 커피가 집안에서 굴러다니기 시작했고 

프리마가 몸 안에 들어가면 평생 녹지 않고 돌아다닌다는 소문들도 무성했다. 

그리고 수년전 아메리카노를 파는 카페가 생기기 시작했다. 

커피콩에 대한 이야기 

이천 미터 이상에서 자라는 아라비카

로브스타 이디오피아 예멘....

크기로 나누는 케냐 탄자니아 콜롬비아....

커피 콩 볶는 법 부수는 법   그리고 주둥이 긴 주전자로 길다랗게 하지만 아주 적게 물을 붓는 법.... 

향기와 신맛 구수한맛외에도 무엇인가를 가미해서 나는 향기와 

사향고양이 똥에서 다람쥐 똥으로....게이샤까지 

어느샌가   

세련된 사람이라면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촌스러운 사람은 믹스를 좋아한다는 

큰소리로 말하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암묵적인 커피개념의 시절이다. 

보성 촌사람인 나는 여전히 교회에서 점심 후 달짝지근한 믹스 커피를 맛있게 마신다. 

짠 음식 섭취후 믹스커피 맛은 최고로 상승한다.

카페에 가면 아메리카노도 마시고 요즈음은 우유가 많이 들어간 라테커피를 즐기기도 한다 

근데 커피 양이 적다. .

 종이컵에  반잔 조금 넘게 타는 믹스 커피조차  누군가와 나눠 먹는다.  

아주 자리 값이 비싸서 사람당 시켜야하는 곳이 아니라면 커피 얻어먹기를 좋아한다.  

이름하여 구걸커피...가볍고 부담 없고 무엇보다 그 작은 양이 딱 좋다.  

그러니까 나는 굳이 커피를 좋아한다기보다 커피 마시는 ‘것 ’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다.   

   

요즈음 카페에서는 커피가 지닌 가성비 외에 

가심비ㅡ가격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높이 사는ㅡ 를 향하여 방향을 바꾼다고 한다.  

우선 쵸이스의 다양함...여섯나라의 원두는 기본이다.  

컵에 원하는 이미지나 구까지 서비스해주는 섬세함을 ' 원두 커스터마이징 서비스' 라고 한다.  

통상 한 종류인 에스프레소를 열여섯 가지로 차별화한 에스프레소 특화점도 생겼고      

상위 7%의 원두로 만든 '스페셜티 커피' 3종

블루보틀커피는 손님이 주문하면 바로 생두를 소량 로스팅해 핸드 드립 방식으로 커피를 내린다. 

맞춤형 원두 로스팅 서비스도 있다. 

쓰타벅스에서는 바리스타가 고객과 대화를 하며 커피를 만들어내는 리저브 바가 있다.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을 말하고 가심비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말한다.

2018년 소비 트랜드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한 가심비 높은 커피 . 

'다방 커피'를 지나 '브랜드 카페 시대'를 거쳐, '프리미엄 커피시대로 진입한 것이다. 


석 달 정도 커피를 배우면서 이 커피 저 커피를 종류별로 많이 마셔봤는데

커피가 지닌 커피 맛은 결국 커피 맛이더라는 것.

루왁 커피는 인도네시아에서 마셨다. 

커피를 아주 좋아하시는 분이 아주 정성 드려서 내려준 커피......

창밖으로 무한한 바다가 펼쳐지고 있었고 먼나라가 주는 애수도 있었다.

루왁 커피는 향기롭고  맑고 깊었지만 

역시 커피였다. 

굳이 그 결을 나누라면 못 나눌 것도 없겠지만

미니멀리즘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커피는 커피더라는 

미니멀한 결론.  


가심비 이야기를 하자면 맛을 마음이 느끼는가 하는 것이다. 

마음이 느끼는 맛이라고 하면 프루스트의 마들렌으로 충분히 이해하나

그 마음이 돈으로 사는 특별한 서비스의 맛이라고 한다면 

결국 커피도 돈의 맛이 아닌가,  

어쩌면 이 시대는 돈으로 인해 커피 맛까지 잃어버리는 게 아닌가,

커피를 좋아한다기보다 커피 마시는 ‘것’ 을 좋아하는것이 가심비가 높은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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