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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Aug 24. 2020

반장선거

저를 뽑아  주세요

지난 일주일 동안 틈나는 대로 티브이 앞에 앉아 있었다.

일 년마다 하는 EBS의 EIDF 다큐멘터리 페스티벌 때문이다.

시간을 놓친 작품은 D_box에서 일주일 동안 그냥 볼 수 있다. 

일주일 지나면 돈을 내고 봐야 한다.

사실은 내가 다큐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EIDF 때문이다. 

2008년 일본 감독이 만든 ' 푸 지에'는 여섯 살 소녀로 말을 타고 능숙하게 양몰이를 하던 몽골 소녀다.  

그녀의 짧은 인생을 그린 작품이었는데 도무지 다큐답지 않는 우연과 덧없음이 충격적이었다.

그 아이의 난데없는 도시에서의 죽음이 한참 동안 마음속에 머물렀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경험한 실제적인 죽음도 내 속에 오래 남아 있지만 

영화 속 죽음들도 그에 못잖은 죽음에 대한 스승이다.

죽음은 경험치 못하는 것으로 영원히 관념에 불과하다고?

아니 우리가 만나는 거의 대다수의 경험들은 관념이다.

그러니 관념에 대해 우리는 더욱 진중해야 한다.  


이번 EIDF를 챙겨 보면서 언제나 그렇듯이 다양한 나라의 속살을 들여다보게 되었다. 

보통으로는 전혀 경험할 수 없는 밀착된 풍습과 풍경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이란의 가수는 슬픔에 젖어 살며 평생 음악속에서 살며 노래를 작곡하고  

그의 노래는 사후에서야 모든 사람들이 부르게 된다. 

여전히 미국에서는 흑인에 대한 처우가 백인과 매우 매우 다르며 

스웨덴 감독은 다운 증후군의 소녀가 런웨이에 서는..... 그녀와 그녀의 엄마를 보여준다. 

이란의 시골마을 양몰이 소년 아쇼는 어렸을 때부터 결혼할 대상이 정해져 있고 

태국 치앙마이에 가서 한 달 살기.... 가끔 그런 것을 해보고 싶은데.... 

한 달을 산다 한들 절대 알 수 없는 깊고 내밀한 것들을 다큐는 보여준다.

그러니 다큐는 절대 패키지여행은 아니다. 한 달 살아보기 이상의 것이다. 

물론 감독의 주관적인 시선이 팩트와 진실을 호도할 수 있다. 당연히 과장할 수도 있고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은 사실이니까.,

(드물게 연출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없던 사실을 만들어 찍지는 않는다는 것)

그중의 하나가 

‘반장선거: 저를 뽑아주세요’ 다.

중국 우한의 한 초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반장선거에 관한 이야기.

처음으로 선거를 하는, 아직 민주가 민주주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이다.

세 명이 반장 후보로 뽑혔는데 

경찰서장과 경찰관이 부모인 뤄레이 엄마, 새아빠와 함께 사는 쳉쳉 

그리고 엄마 혼자서 키우는 딸아이가 주인공이다.

그들이 장기자랑을 하고 서로 토론을 하고 정견발표를 한 뒤 투표를 하는 것이다. 

부모 덕인지 이 년이나 반장을 했던 아이의 부모는 아주 열렬히 아이를 지원 사격한다. 

아이들에게 전철을 태워주고 막바지 정견 투표에서는 선물까지 돌린다. 

이런 매우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사안들이 교사도 막지 않고 부모들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그러니 아이들의 선거인데도 

이기고야 말겠다는 과정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어른들의 선거를 떠올리게 한다.

민주주의는 결국 강력한 법으로 이루어져 가야만 하는 것인가, 

그래서 국회의원이 중요하고 권력분립이 중요한 것인가.

그런 민주주의의 법을 이용하고 줄타기 하는 교묘한 사람들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변호사 라이어는? 

그런 아주 근본적인 생각들이 저절로 들었다.

우한은 아직도 여전히 운동장에 모여서 조회를 하고

구호를 외치며 우리가 했던 국기에 대한 맹세처럼 나라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노래를 불렀다. 

일엽지추 일지 모르지만 

중국은 아직도 공산주의의 획일적인 권력 아래 놓여있었다.

겉만 자유고 경제만 자유로운 것처럼 보이지 자유 속에 깃든 책임의식일지 민주적인 요소가 전혀 없었다.

 자유의 근간인 도덕에 대한 감도나 타인에 대한 배려가 전무했다. 

어린아이들의 방해 공작과 서로를 이용하거나 해치는 공작들이 

어린아이들이 지닌 순수함과 대비해 참으로 놀라웠다. 


결국 반장선거는 선물을 돌린 아이의 승리로 끝난다.

선거에 진 아이들은 눈물을 흘리고 

그제야 교사들은 너희들도 훌륭했다며 안아주고 실패가 실패는 아니라는 말로 위로를 해준다.

선거를 하기 전 아이들에게 먼저 심어줬어야 되지 않을까,

누군가는 지게 된다. 그때 상처 입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어린아이들을 통해 인간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그러나 쓸쓸한 작품이라고나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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