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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14. 2020

울릉도

하루


차를 가지고 가기에는 피곤할 것 같았고 하루 전날 가기에도 마뜩치 않아서 결국 셔틀버스를 신청했다.

원래 남편과 가기로 했는데 

밤 늦게 셔틀 타고 배 타는 피곤한 여행은 싫다고 해서 파트너를 아들로 바꿨다. 

마침 한글날이 끼어 있어서 아들도 쉽게 결정을 했다.  


울릉도를 가려다가 세 번 못 갔다.  날씨가 막았다. 

이번에는 가을이니 비나 태풍이 가로막지 못하리... 

일본 더 아래로 지나가는 태풍이 있긴 했지만 딴 나라 바다니. 생각했는데 

바다끼리는 통하더라. 

먼 나라에서 부는 태풍도 계속 돌면서 휘몰아치니 그 여파가 울릉도까지 와서

우리가 들어간 배가 마지막 배가 되었다. 

그래서 이박삼일이던 일정이 삼박 사일이 되었다. 

우리보다 하루 전날이나 그 전날 들어간 사람들은 사박 오일 오박 육일이 되었겠지.  


밤 열두 시에 집을 나서서 다음날 새벽 한 시에 영등포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잠이 들었다. 

강릉항에 도착해서 약간 몽롱한 가운데 내렸다. 

어둑한 길을 아들을 따라 걷다가 무심코 하늘을 봤다.

순간적으로 저쪽 끄트머리... 항구의 연장선인가.....착각을 했다.  

젊은 산모의  배처럼 동두렷한 달 주변으로 

크리스마스 카드에서나 봄 직한 빛나는 크고 작은 별들이 무수히 반짝이고 있었다. 

반짝이는 별이라니....세상에 빛을 내며 반짝이다니....

그리고 달 주변으로 은하수도 있었다.

세상에 저게 은하수야/ 정말 은하수냐고…….

무엇보다 달과 별을 품은 하늘이 너무 가까웠다.

데이비드 호크니가 그랬다. 

본다는 것에는 주관적이고 심리적인 봄이 있다고... 

그렇다면 기억에 의한 봄도 있고 생각이나 그리움에 의한 봄도 있을 것이다.

이 나이가 되었는데도 별들은 나를 설레게 했다. 

아무런 사심 없는 순간의 떨림. 

묵직한 그리움. 

순결한 존재와의 맞닥뜨림에서 오는 숭고함.

그런 순간들은

삶에 대한 경외심도 주지만 

삶을 놓는, 놓아버리는, 놓을 수 있는 힘을 축적하게 한다.

나 사라져도 별은 영원하리, 잘난 당신도, 가난해서 슬픈 영혼도,

지금 넋을 잃고 사랑에 빠진 사람들도황혼빛처럼 순간에 스러지리....    


두세 시간 쉬라며 리조트에 내려 줬다. 

바다가 바로 지척이었다. 

바람은 불었지만 날씨는 눈부시게 맑았고 바다는 수많은 윤슬로 반짝거렸다.

저 짙푸른 바다라니...

그 짙푸름에 더 진한 푸름이 있어서 웬 것인고 했더니

구름의 그림자였다.

가벼운 세면을 마치고 리조트 주변을 돌아다녔더니 세상에 (참고로 나는 세상에...라는 감탄사를 정말 좋아한다) 먼데 산자락에 벚꽃이 피어나 있었고 동백도 춘백도 아닌 추백이 피어나 있었다. 

내년 봄에 니들 어쩌려고.... 애잔한 마음이 들다가 

생각해보니 봄이나 가을이나 한 때 피어났으면 됐지, 무슨 애달픈 일이라고, 공평한 거 아닌가, 

생각해보니 공평은 모든 이들에게 담대함과 함께

희망보다 더 크고 위대한 체념이라는 힘을 선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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