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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31. 2020

스윗 클래식

아람누리 마티네 음악회

 

물건을 사서 가장 오래 행복했던 것이 인켈 오디오다.  

결혼할 때, 그다음 개비하고 그리고 세 번째 장만했는데 

그때 약간 형편에 어울리지 않는 것을 샀다. 

아침마다 아이들 학교 보내고 음악을 듣는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던지,

물건으로 인해서 그다지 오랫동안 행복할 수 있다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리고 점점 인터넷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하고 

처음 비교할 수 없는 소리 때문에 싫은 감정이 많았지만 

점차 필요와 편리 그리고 다양함 때문에 인터넷 스피커에 익숙해졌다. 

그래도 여전히 아까워서 본체는 버려도 스피커를 버리지 못하다가

작년엔가 아들이 그 스피커를 티비, 핸드폰과 연결해줬다.

제법 좋다.     


아침마다 다양하게 음악을 듣는다. 

매번 같지는 않지만 

뭔가 산만한 일을 할 때는 1FM을 듣고

집중을 해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생각하고 싶지 않을 때 다운로드 받아둔 말러나 레퀴엠

그리고 기분이 울적하거나 말랑거릴 때, 더욱 말랑거리고 싶을 때 

몇 개의 유행가를 듣는다.

비와 당신, 마법의 성, 너를 위해, 등등

잔나비 노래도 있다.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 이 노래는 좋아서 한번 비슷하게 불러보고 싶은 노래다.

잔나비 노래를 따라 부르려면 발음부터 교정해야 한다. 

한국어도 이제 영어와 비슷하게 되어간다. 

우리말도 젊은 애들 유려한 노래 발음에 비하면 

딱딱하고 ,스투던트.가 되어간다. 


유행가의 장점은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노래가 나를 알아서 업되게? 

혹은 가라앉게 해주는 것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 

편안함의 다른 말은 낮은 것이다. 

세상을 고저로 나누는 것이 경제자유주의와 흡사한 일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 역시 천박한 일이나

그리고 온 맘과 영혼, 소리의 결들을 섬세하게 나눠서 노래하는 것을 알지만 고저는 확실히 있다.

낮다 해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클래식은 백뮤직처럼 듣기도 하지만

그렇게 들어서는 나처럼 귀가 어두운 사람은 평생 들어도 귀가 안 열린다. 

집중해서 유념해서 음의 갈래를 악기를 소리를 분별해서 들어야 한다. 

그렇게 들어도 이제는 거의 기억이 되질 않는다.

백뮤직과는 전혀 다르게 스쳐 지나가버리면 슬프기도 하다. 

마티네 음악회는 아침 시간에 하는 주부들 대상이기 때문에 몇 가지 지향점을 지니고 있다. 

(누가 그렇게 정했을까?) 

너무 전문가적이어서도 안되고 너무 깊어서도 안되고 너무 어려워서도 안된다. 

그래서 제목도 스윗 클래식이다. 

음식과도 비슷하다. 

맛 중에 가장 낮은 급이 단맛이니까, 그리고 그맛은 모든 맛의 시작이니까, 

스윗한 음악은 시작인 것이다.   

스윗은 그 지향점이 대중이다. 

그래서 연주자보다 유명한 사회자가 더 부각 되기도 한다.  

아람누리 마티네 콘서트의 이름은 오상진의 스윗클래식이다. 

잘생긴 남자가 스윗한 목소리로 스윗하게 이끌어가는 것도 괜찮긴 하지만

음악 전공 기자와 함께 진행하는 멘트가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더군다나 그들의 멘트는 스윗하게도 너무 단순했고 스윗해서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쇼팽이 실내악에 재능이 없었다는 말은 지나치게 단호했다.

너무 스윗하게 이끌어가니까 

전문가다운 식견을 보여줘야지, 호흡을 모은 것일 수도 있다. 

피아노를 너무 사랑해서.....

다른 악기에 대한 배려가 작다는 말로 대처 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긴 무대에서 하는 일은 다 어렵다. 

관중석에서 바라보기는 가장 쉬운 일이고

그러니 이런 이야기는 쉽게 해서는 안돼 .....하다가도

그래서 그러니까 그럼으로 무대에서는 빈틈없이 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는 잡식성이다. 음악도 미술도 다 잡아먹었다.

도대체 쌩?음악이 얼마만인가, 

원재연의 피아노 소리는 첫 음에서....

바흐의 예수 우리의 기쁨,...을 연주할 때 

너무나 투명하고 영롱해서 마음속에 커다란 물방울 소리가 톡~ 떨어졌다.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프로그램에는 없던 저 연주를 하다 무대에서 소천하신 피아니스트도 있었지, 

그러니 그러찮아도 짧은 연주가 너무 짧아서 

메별이라도 하듯이 섭섭했다. 

드뷔시의 포핸즈는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귀가 얇아선지  그 좋은 현악기들 소리가 풍성하게 다가오지 않았고

원재연의 피아노 소리는.......

아람누리에서 들었던 어떤 피아노 소리보다 훌륭했다. 
 자그마한 키를 크고 당당하게 보이게 하던 연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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