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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Oct 31. 2020

울릉도 파도




우산于山국이라는 울릉도의 옛지명은 울릉도의 전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산나라. 우산.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으로 성인봉이 울릉도 거의 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물론 크기 탓도 있겠지만 

제주도에 할망의 전설이 어려있어 할망처럼 부드러운 기운이 많다면 

울릉도는 성질 사나운 거친 젊은이 같다고나 할까,

70%가 산이라고 했지만 

내 느낌으로는 거의 산인데 거기에 간신히 사람이 비집고 들어선 것처럼 보였다. 

나리 분지 같은 곳은 버스가 곡예를 하듯 올라가야 만나는 곳인데

평평한 땅이 거의 없으니 사람들은 산을 오르며 평평한 땅을 찾아냈을 것이다. 

산 중턱일지 전망대가 자리하고 있는 산꼭대기에도 사람은 살고 거기에 핏줄 같은 길이 놓여 있었다. 

그러니 길은 좁고 가파르고 나 같은 사람은 운전하기 어렵겠구나! 생각을 자주 했다.

삼국사기 기록을 보면 우산국 사람들이 거칠고 사나워서

싸움보다는 속이기로 결정, 

나무로 만든 사나운 짐승을 만들어 실고 와서 이 동물을 너의 섬에 풀어 놓겠다...하니

항복해서 신라에 귀속되었다고,

사납고 거칠지만 단순한 젊은이가 연상되지 않는가, 

그러니까 우리나라에도 트로이의 목마가 있었던 것이다. ㅎㅎ 


울릉도 속살을 걷지 않는다면 관광이야 단순했다.

전망좋은 곳 특이한 돌 그리고 자그마한 폭포, 

그것들을 에이코스와 비코스로 나누어서 해변도로를 주욱 돌며 보여주는 것,

해변 가까이 우뚝 서 있는 바위들이 많았는데 

문득 그 바위 아래가 궁금했다. 

결국 저 바위도 바다 밑 땅 위에 서 있을 텐데......

그 바다 밑 땅은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을까? 있겠지?

그렇다면 세상의 모든 바다밑 땅도 연결되어 있을까? 그렇겠지?

우리를 태우고 다니던 기사는 안내도 겸했는데

입담이 좋은 사람이었다. 

그만의 스토리 구사를 하기도 했는데 

낭떠러지 앞의 집 무너진 곳을 가리키며 저기에 사는 주인이 누구인데 술을 하루 만에 끊었다. 

마당 땅이 무너지니 술 먹고 소변보러 나오다가 죽을까 봐 

술 못 끊는 사람은 저 집에 가서 살면 된다는....

글로 쓰니 맹탕인데 실제로는 걸쭉하고 그래서 사실적으로 들렸다.

기사냥반이 가장 많이 쓴 문장 세 개

뿌사져 불고

날아가 불고 

박살나고 

태풍 마이삭은 우리 동네는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나갔는데

울릉도에서는 엄청나게 피해가 커 매미 태풍만큼 했다고 

그러니 그는 보는 곳마다 저 세 문장중 하나 이상을 사용했다. 

행남해변도로를 기대하고 갔는데 그곳도 무너져서 걸을 수가 없었던 것이 매우 아쉬웠다.

태풍이 바람만 몰고 다니는 게 아니었다. 

제법 높은곳에서도 단풍 드는 것도 아닌 상한 나뭇잎들이 많이 보였는데

그것은 태풍이 안고 가서 육지에 뿌린 깐물(바닷물)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니 바람이 집도 차도 품고 가다가 아무 데나 던지는데 바닷물 안아다가 산에 뿌리는거 정도야, .


둘째날은 파도가 거칠었다. 

일요일까지 배가 안뜬다고 해서 아들 직장이 걱정되었다. 

자 저그 고래보시오........수만 마리가 보이질 않습니까/ 

기사냥반의 고래는 먼 바다 위의 철썩 거리는 하얀 파도였다.

실제 고래의 숨처럼 연상되기도 하고 

사납고 거친 파도에 대한 은유로도 휼륭했다.

바위 구경하라고 내려준 곳에서 파도를 구경했는데 그게 참 재미났다. 

재미는 신기함과 변화에서 비롯되는데 

하얀 포말이 지닌 푸른 바다와의 대비, 

거침없이 밀려왔다 또 거침없이 사라져버리는? 냉혹하게 물러가는? 

기사분이 그랬다

그렇게 오래 바라보고 계시면 그 속으로 빠지고 싶어질 것이요.

그러고보니 정말 브라질 이과수 폭포 악마의 목구멍이 기억났다. 

실제 그곳을 바라보고 있을 때 

뭔가 느낌이 좀 이상하긴 했었다. 

아, 이래서 예민한 사람들이????

다가오면서 서서히 부푸는...키가 커지면서 변하는 물의 색그 파도가 지니고 있는

또 다른 성품은 아름다운 두려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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