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머리 해안
나만의 생각일지는 몰라도
어쩌면 살아간다는 것의 어느 한 부분은
단어에 대한 열린 시각과 확장이 아닐까,
가령 상처....라는 단어가 귀주성에 있는 마령하 협곡을 지칭하는
‘지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상처’ 속에 자리하면,
그 상처는 엄청난 협곡의 풍경과
수많은 폭포와
그 폭포 아래서 살아가는
물방울을 가득 담고 마치 물방울인지 식물인지 구별이 안되는 식물의 세계를 담고 있다.
사람들이 갈 수 있는 곳은 4KM 정도였지만 실제 협곡의 길이는 엄청 나다고 한다.
협곡 속에 펼쳐지던 그 무수한 풍경들이 상처 속에 있다고?
상처가 우리의 살이나 마음속에만 있지 않고
자연 속에 존재한다는 것의 느낌은 어떤가,
상처가 아픔에 있지 않고
아름다움 속에 존재한다는 것은 또 어떤가,
힘들어 죽겠을 지라도
사랑하는 자에게 주는 연단,
마령하 협곡의 상처,
상처를 다시 한번 음미할 만하지 않은가,
협곡의 아름다움처럼 상처 속에 피어난 꽃들이 분명 있을 테니,
귀주 여행 때 마령하 협곡을 지나 버스를 타고 새로운 곳으로 갈 때였다.
가이드가 소리쳤다.
“저기 저 벌판에 가느다란 줄 보이시죠? 아 저기 다리도 살짝 보이잖아요.
거기가 바로 마령하 협곡이에요.”
널따란 평지 위에 정말 가느다란 검은 줄이 주욱 흐르는 게 보였다.
그리고 협곡 아래서 바라본 공중위의 다리가 분명했다.
솔직히 좀 깼다.
마령하 협곡의 잔향이 채 가시지 않을 즈음인데
겨우 저 아래, 저 평지 아래 조그마한 계곡이라니....
그러니 연이어, 우리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면
죽음 후에 다른 세상으로 가게 된다면
내 영혼이 이사한 후에 이곳을 바라볼 때 저렇겠구나,
풍경이 주는 놀라울 정도의 객관화가 내게 또 하나 가느다란 줄을 냈다.
제주 여행을 가면 관광지는 거의 가지 않는다.
이번에도 용머리 해안과 시간이 어중간해서 오후에 잠깐 들른 천지연 폭포에서만 사람들을 좀 만났다.
천지연 폭포를 보다가
폭포 위와 옆을 바라보다가
마령하 협곡 생각이 나서 그쪽으로 차를 몰았다.
세상에 그곳에서 서귀포시 도심이 거기 펼쳐지고 그 길가에 칠십리 공원 작가의 길이 있었다.
다음 날 연이어서 그 길을 걷다 보니 칠십리 시 공원과 연결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천지연 폭포를 먼 모습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용머리 해안은 여러번 가도 그 장엄함에 압도 된다.
사람들은 그 멋진 절벽 아래서 작아져서 개미처럼 되고
침묵은 깊어서 절벽은 무심하다.
그 절벽의 소리를 노래하듯 파도 소리는 들려오고 물빛은 선연한 상처처럼 깊고 푸르다.
용머리 해안은 자연의 사원이다.
깊은 고독을 품고 있어서 더욱 장엄한 사원,
그런데 그 사원에 들어가는 어찌 그리 천박한가,
놀이공원 시설은 놀이공원에나 있으면 안 될까, 무슨 레일바이크에, 배처럼 생긴 그네에,
자지러드는 웃음소리는 비명과 다름없다,
입구에 들어서면 동네 사람들이 파는 음식에서 나는 시큼한 식초냄새.....
꼭 그 아름다운 사원의 정면에서 팔아야만 하는가,
우리가 미개인도 아닌데 먹을 곳조차 분별할 수 없어야 하는가,
아니 나는 그곳에서 벌어 먹고사는 것을 탓하는 게 아니다.
꼭 그 입구 그곳,
때(시간)가 있듯이 자리(공간)도 있을 곳에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동네 사람들아, 그곳을 이용해서 돈만 벌려 하지 말고
그곳에 와서 정화된 마음을 지니고 갈 수 있다면 돈보다 더 귀한 일이 아닌가,
이제는 그렇게 우리 생각을 바꿀 때가 되지 않았을까,
특히 깊고 아름다운, 자연의 사원인 용머리 해안 같은곳에서는 더욱!!!!!!
천지연 폭포의 다른 모습들
산방산은 볼수록 매력적이야,
그러게, 전엔 그냥 둥그런 산이라 그래보였는데
저 위에 사람이 올라갈 수 있을까?
절벽 때문에 위험해서
자일도 타자너
산위에 올라가도 사방이 절벽이라,
이쪽 방향으로는 처음이라선지 절벽도 전혀 다른 모습이야,
저 암벽에 지네발란이랑 희귀식물이 자라나고 있대 보고 싶은데 볼 수가 있어야지,
산방산을 한라산에서 뽑아 던졌대, 옥황상제가 화가 나서 ㅋㅋ
왜 화가 나,
사냥꾼이 사슴을 겨눈다는게 옥황상제 엉덩이를 겨눴다고, 산방산 뽑아 낸 자리가 백록담이고.....
그러면 그 옥황상제와 설문 대할망이 싸우지 않았을까?
(산방산을 보며 나눈 늙은부부의 실없는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