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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Dec 02. 2020

숲길

들렁모루와 고살리 숲길


흐릿하지만 이 살짝 들린 바위가 들렁모루다.  실제로 보면 다르고 저 자그마한 바위위 뷰가 제법이다 



꼬박 오일을 제주도에서 어슬렁 거렸다.

누구나 다 그렇겠지만 같이 사는 그분과는 도무지 맞는 것이 없다.

나는 진밥이 정말 싫은데 그 맛있는 고슬거리는 밥을 그분은 못 드신다. 

나는 푹 삭은 김치가 좋은데 그분은 생김치 겉절이를 좋아하신다. 

영화에 대한 취향 다른 거야 말할 것도 없고 독서 취향도 아주 다르다.

맛있는 반찬 하나면 족한데 그분은 맛없는 것이라도 가짓수가 많아야 한다. 

가끔 라면이나 칼국수가 먹고 싶은데 그분은 오직 밥이다.

나는 고집이 없는데 그분은 고집이 세시다. 

남들 보기엔 그 반대인 것이 또 신기한 일이다. 

그분께서는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리에 초지일관 서 있다면 

내가 그분께 다가서는 것만큼만 서로 닮아졌다.

도무지 맞는 게 거의 없으니,

근데 나이 들어가면서 맞는 것 하나가 생겼다. 

여행 가서 어슬렁거리는 것, 해찰하는 것, 

어딘가 가보자 나서도 눈에 새로운 장소가 보이면 가볼까? 그래 가보자....의견 투합이 된다.

그러다가 낯선 이름이 보이고 그 이름이 궁금해지면 저기 가볼까? 

유턴을 해서라도 다시 그곳으로 돌아온다.

그래서 그곳이 좋으면 더 좋고 나빠도 뭐 상관없다.    

들렁모루 가는 길에도 한 번 샜는데 

금방 길 끝이 나왔다. 

길 끝이 나와도 내려서 여기저기 둘러보고,

네비 시키는대로 오니 폐가가 있고 길은 어디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왔던 길로 나오니 다른 길로 데려간다. 

역시 그곳에도 아무런 표식도 없고, 여긴가 싶어, 남의 목장 안으로도 들어가 보고,

물어볼 사람도 없는 집도 없는 동네다.

그렇게 얼마를 헤맸을까, 그냥 가자....하며 나오는데 집이 한 채 보인다.

 마지막으로 물어보자 싶어서 계세요? 소리를 세 번쯤 외쳤을까?

그래서 결국 들렁모루를 갔다. 

갔었던 곳인데 방향을 오른쪽으로 여겼더니 왼쪽이고 팻말도 그 쪽 안에 있었다.

길지도 넓지도 않는 야트막한 동산, 

오, 감탄사는 아니지만, 흠, 하게 되는 길이다. 

사람의 발자취가 적으면 숲은 저대로 홀로 고요해진다.

그 고요의 깊이가 깊어서 

가끔 가다 들어서는 나그네 몇쯤은 거침없이 고요의 품으로 안아 들인다. 

그리하야, 그런 숲에 들어서면 

아이들이 무서운 이야기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이유가 저절로 깨달아진다.

결국 낯선  세계인데.....       

그렇게 품위 있는 길을 품위 있게 걷다가 제주에서는 드문 대나무 밭이 나왔다.

 그, 대나무가 또 엄청 굵었는데 그 밭이 크지도 않았다.

그리고 여기저기 죽순캐가지 마시오라는 팻말과 종지 쪽지가 스레기처럼  뒹글었다. 

캐가는 사람도 정말 찌질하지만

주인도 찌질하다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내가 주인이면 성질 안나겠는가? 당근 난다. 

그리고 주인은 이 숲의 아름다움을 모를 것이다. 그냥 재산이지, 

그러니 아름다운 숲을 망친다고, 여기던 팻말이나 퍼런 망들을 

찌질하다고 여긴 것은 아마도 내가 틀린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남의 죽순을 도둑질 해간 사람도 이해를 해야 되는가, 

그렇다고 이해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사안에서

 의미가 없다면? 또 그 의미는 사람 사이에서 무슨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것인가,    


  

       



이번에는 고살리 숲길 이야기를 해보자. 

남원읍 하례리에 있는 2km 조금 넘는 숲길, 

돌아오는 날 첫 코스로 잡았다.  

해가 잘 들이치지 않았다. 숲이 깊다는 뜻, 

하천을 옆에 끼고 걷는 숲길이라선지 습기도 많다.

이끼긴 돌과 땅, 

숲이 드리운 어둠 속이라 그런가, 

가끔 나타나는 계곡의 하얀 돌들이 생경하다. 

미드소마의 밝음 속 공포가 기억났다. 

눈부시고 예쁘고 환한 가운데 벌어지는 공포...는 

어둡고 흐릿한 가운데서 일어나는 공포보다 더 날카로웠다. 

그러다가 어디선가 징을 치며 굿을 하는 소리가 들려오고

속괴가 나타났는데......

무서웠다. 

원시적 야수성이랄까, 

거칠고 사납고 강렬했다.  

무속 활동을 많이 한곳이라는 표지판의 글이 아니더라도 

괴이해서 무당들이 좋아할 만한 곳이었다.  

보통의 나무들처럼 땅밑으로 뿌리를 내리지 않고

그곳의 나무 뿌리들은 얼키고 설키며 

자신들의 땅밑 세계를 거침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아니 나무의 판근들은 마치 땅위가 땅밑이라도 되듯이 그렇게 솟아나 있었다. 

우리 뒤에서 나무들의 정령이 우리를 지켜보며 자기들만의 언어로 우리를 비웃는게 아닐가,

 비웃음은 .....어쩐지 그리 오랜 산 나무들이 인간들을 보면 

아이구 한치 앞도 모르는 것들이  할 것 같기 때문이다. 

나무도 그들만의 대화를 한다고 어디 책에선가 분명 읽었다. 

물론 넘치는 감사으이 해석일수도 있지만, 

사람 손 타지 않는 숲에 들어서면 가능한 이야기가 아닌가....생각하게 된다. .  


고살리 숲길은  사진을 싫어하는듯 했다. 사실 나무도 사진 찍기를 싫어해서 ㄱ본래 모습을 잘 안보여주는데 고살리 숲길은 더했다.  

 제주 마지막 시간에 들른 검은모래 해수욕장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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