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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Dec 26. 2020

동천

두자춘

아쿠타카와 류노스케의 소설집 라쇼몽에서 두자춘을 보면

 ‘ 침묵’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되네. 


돈으로 이루어진 수많은 환락을 누린 뒤에서야 

두자춘은 사람에게 실망을 하고

신선이 되길 원하거든. 


신선이 되려면 끝까지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말을 남기고 스승은 떠나고, 

숱한 미혹과 환란 속에서도 두자춘은 침묵을 견지해내. 

그래서 침묵 속에서 결국 죽게 되고.  

지옥을 가지만 옥황상제 앞에서도 침묵하고 

불에 살이 타면서도 찢기면서도 신음소리를  내지 않지.


그러나 두자춘의 부모를 데려와 그 앞에서 고통을 가하자  어머니의 슬픈 눈초리 앞에서 

두자춘은  ‘어머니’ 소리쳐 부르고 말아.

어느 누가 안그러겠어.  


신선이 되려는 꿈은 사라지고 그는 다시 거지가 되어  낙양성 서문 앞에 앉아 있지. 

다시 홀연 나타난 스승에게 말해.  신선이 될 수 없었지만 어머니를 부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신선 스승이 말하지. 만약에 그 때 네놈이 어머니를 부르지 않았다면 정말 죽였을거라고,

그리고 두자춘에게 물어. 뭘 원하느냐, 이젠 돈도 싫을테고,

두자춘은 대답하지. 순하게, 그냥 정직하게 인간답게 살려고 합니다. 

스승이 말해.  태산 남쪽에 집과 텃밭을 주겠노라, 

아마도 지금쯤 도화꽃 만발해 있을 거라는,


도화꽃은 어디에 붙어도 일시에 그곳을 별유천지로 만들어버리곤 하지

작은 텃밭은 사라져 버리고 내겐 도화만 남아 .글의 주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이 대목이 말이지....   


침묵은 약속이지. . 약속은 신뢰이고 

사람이 신뢰를 지니기 위해서는

두자춘이  겪은 수많은 어려운 일들을 인내해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의 삶의 방법을 이야기해주는거고 .


그러나 그 어떤 것보다 승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라는 

'긍휼'이라는 대답을 해주기도 하는 글이지 


그리고 

그리하야

두자춘이 

그 마지막에 얻은 

가장 소중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는것,   

부자도 아니고 

냉혹할 정도로 약속을 지켜야 하는 신선도 아닌

우리들 일상의 삶으로 

그는 돌고 돌아 온 셈이지.

나는 가만히 있고

그는 돌고 돌아 내 곁에 섰는데   

두자춘을 바라보며

삶의 한 갈래를 여실하게 보면서도

그냥 눈길 저 멀리 또 바라보게 되네


이제 겨우 밍밍한, 

아, 어느 시인은 물맛을 훤칠하다고 표현하더라만

물맛 조금 알아가는가

겨우 달빛 조금 느끼는가...

작은 꽃들 조금 바라볼 줄 아는가....

꽃 피는시간 눈 가늘게 뜨고  가늠하는가

꽃질 때 필 때 처럼 바라보는가....


그래도

여전히 딸래미 어렸을때 머리 가락 촘촘히 따줄 때 만큼도 

마음갈래 정리를 못하는데.... 


오늘 밤 

달빛이 얼마나 좋던지 

얼마나 맑던지

얼마나 은은하고 부드럽던지.....

침상에서 일어난 소동파

친구 장희민을 찾아가 잠들지않는 그와

뜨락을 걸었던것 처럼

나도 달 같이 바라볼 사람 .......없나 


동천만 바라본 밤이었어.



동천(冬天)/ 서정주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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