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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r 16. 2021

오래된 대문

우당 고택과 석어당



아침 시간이라 아무도 없었다. 우당 고택 주차장 옆으로 솔밭이 보였다. 

슬쩍 들어서니 이름 모를 새소리가 제법 들려온다. 

이상하지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

이 자연의 소리는 커도, 커다래도 오히려 적막을 부른다.

밤새 어둠에 덮여 고요했을 소나무들 속에서 새소리를 들으니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사람 없는 빈 숲, 새소리 들리는 그 공간이 왜 그리 좋은 것인가, 


우선은 낯섬이다. 

새로운 풍경이 주는 정한은 사람을 아주 섬세하게 만든다. 

마음의 올들이 결결이 일어나서 공기를 가득 품는다고나 할까,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내적인 고요가 더 풍성해지는 것이다. 


그것뿐이랴, . 

기독교에서는 죽음을 소천召天으로 여긴다.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뜻이다.

죽음에 돌아가셨다 라는 표현은 

우리가 왔던 길을 뒤돌아간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꼭 가야할 곳을 간다는 뜻도 된다.

먼지가 되고 흙이 되어 아무것도 아니라는 사람도 있지만 

눈에 보이는 형상의 사람이 돌아갈 곳은 하늘이기도 하고 땅이기도 하며 자연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대다수 정상적인 사람들은 자연에 눈을 뜨게 된다. 

젊을 때는 보이지도 않았던 것들이 어느 순간 보이게 되고 느끼게 되고 매혹된다. 

그것은 자연이 사람들의 고향이기 때문이다. 

사람 역시 자연의 일부분이다.

쟈연은 죽음에 대한 예후를 느끼게 하며 죽음을 생각하게 하며 연습하게 한다. 


자연처럼 사람은 선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이 착재되어 있다.

슬플 때 흘리는 눈물은 바로 그것을 정확히 증명해준다. 

자연은 선에 대한 의도를 우리에게 일깨우는 스승이다. 

자연에서 다가오는 그 소슬한 결들이 우리의 마음을 정화시키며

가려 있던 선에 대한 의지가 들어날 때다. 

하여 정화된 마음은 

결국 자신을 아주 작게 낮게 여기게 된다. 

아름다운 자연 앞에서 혹은 형언키 어려운 풍경 앞에서 오만할 자 누구일까,

그러니 그결이 섬세한 자들은(나같은 ㅋ~)

작은 풍경 앞에서도 두 손을 모으게 된다.


우당 고택은 보성 선씨(나의 고향)출신이다.

99간의 한국 전통 가옥으로 안채 사랑채 사당으로 되어 있는데 

보통의 고택들보다 훨씬 그 사이들이 널찍널찍했다.

살림을 하기도 하고 문이 잠궈 있어서 겉만 보았다. 

길다란 담이 주욱 둘러있고 그 안에서도 여전히 담들이 서로를 각별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대문들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솟을대문과 사당앞의 솟을삼문은 마치 땅속으로 소멸하려는 자세를 보여주었다. 

나무가 저렇게 죽은 뒤에도 아름다울 수 있다니,

세월의 더께를 품어가면서 

더욱 아름다워져 가다니.....

보은 말티재 휴양림에서 이틀 묵으면서 보은의 여기저기를 둘러 보았다.  

삼년산성을 가다가 길마가지 나무꽃을 처음 보았다.

향기가 너무 좋아서 길을 막는다는

그러나 생김새는 아주 미미하여 관심없는 사람들은 스쳐 지나간다.



덕수궁 현대미술관에서 ‘미술이 문학을 만났을 때’

전시를 보러 갔는데 좀 일찍 도착해서 덕수궁을 거닐었다. 

보은에 있던 우당 고택이 깨우침을 주었던가, 

세상에, 석어당이 처음 본 건물처럼 다가왔다.

거기 그렇게 언제나 자리하고 있었지만 안보였던 것이다. 

석어당은 고졸하고 차분하고 단아하며 우미했다. 

옛昔 임금이 머물던 곳이란 뜻이다. 단청 없는 나무들의 결이 단청을 칠한 화려한 궁들을

오히려 부끄럽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삼년산성


                                   공림사 천살 느티할아버지

                                   말티재


                               우당고택에 있던 탱자나무 나는 탱자나무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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