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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May 04. 2021

양양 구룡령







그러니까 어제는 양양 여행 마지막 날이었어요.

월요일에 갔다가 금요일에 돌아오는, 

좀 피곤하기도 했고 웬만큼 여기저기 헤매기도 해서 

양양 고속도로를 타고 바로 집으로 오려고 방향을 잡았는데 길에 쓴 글씨가 보이는 거예요.

구룡령 , 아홉 개 용 같은 령이라는 거죠. 

보부상 옛길도 있다는, 갓길에 멈추고 지도를 보니 

한계령처럼 구불거리는 게 막 홀리는 거예요.

왜 구불거리는 것이 사람을 홀리냐면, 제 생각은 그래요. 

삶이나 자연이 그리고 사람이  곡선이기 때문이죠.  

직선은 사람이 만든 것들에만 존재해요. 아마도 거의,  

꽃꽂이를 하다 보면 선이 참으로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꽃들끼리의  조화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우선한 것이 선이죠. 

그 선은 절대 직선은 아니에요.  


구룡령을 지나서 홍천으로 가게 되면 약간 돌아서 가긴 가는데 그렇게 가지 뭐~

미천골 휴양림도 들러보고, 공사 중이라 살짝 좀 맛만 보려는데

막 나가라고 하더군요. ㅠㅠ











조금 가다가 갈천 약수라는 표시가 있어서

물에 흥미가 많은 남편이 가보자고 해서 동네에 들어서고 갈천 약수를 향해서 걷는데 

생각보다 깊은 산속에 있더군요. 

맛은 아주 독특했어요. 

오색약수처럼 철분의 비릿한 맛에 강한 탄산, 그리고 단맛과 짠맛, 부드러운 맛도 있어서

아주 특이한 물맛을 보게 되거죠. 

하루 1리터 이상은 마시지 말라고

불소가 함유되어서 이에 좋다고 해서 한참 입안을 헹궈내고 내려왔어요.  











아 그리고 그 길에서 난생처음 당개지치를 만났어요.

사진으로만 보던 그대여서 므훗했죠. 

피나물도 많아서 진짜 한 번 꽃을 꺾어 봤더니 빨간 피가 흐르고 냄새는 고약하더군요. 바람꽃도 참 많았는데 열매 맺어가는 중이라 존안을 뵙지는 못했죠.



다시 구룡령을 향해 가는데 거기서부터 가파르고 구불거리는 길이 이어졌어요.  

사람도 차도 거의 없는 길이었죠. 

그러니까 우리 여행은 전부 다 그렇지는 않지만 사람 없는 곳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해도 될 것 같아요. 

깊은 산속에 자리한  수도원과  추양하우스 , 오산리의 습지,

그리고 하루를 보낸 한계령 길 40여 킬로미터에서도 차가 별로 다니지 않았어요. 

반짝이좀 눌러주면 예의 바르게 다른 차들은 지나가주고 그들도 나도  멋진 드라이브를 하는 거죠. 

사실 구룡형 길은 구불거리는 것은 좋았지만 양쪽  높은 산 사이의 날카로운 계곡길이라

산이 무너진 곳이 아주 많더군요. 

그러니까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비가 많이 내리면 언제 어느 곳이 무너져 내릴지 모르는 길이었어요.

어느 길 한곳은 거의 오른쪽 길이 반 이상 파손되어

잠시지만 역주행을 하기도 했죠.

오상수도원 내려오는 길에는 차가 아예 없었어요. 

그래서 더욱  천천히 운전을 했어요. 

산만한 운전법이죠. 마치 운전을 안 하는 것처럼 세상 것을 다 보면서 가니까요. 

 그러다가 코너를 도는데 내 찻길로 다른 차가 쑥 밀고 들어서요.

얼마나 놀랬던지 브레이크를 밟은 채  얼음이 되었죠. 

클랙슨 누를 생각도 못 했다니까요.

아마 내가 운전을 조금 빠르게 해서 그 회전로를 들어섰다면  우리는 정면으로 부딪혔을 거예요.

그쪽 사람도 놀랬겠죠. 아마 이 길에 익숙한 사람으로  거의 사람이 안 다니니까 오르막길에서 아예 반대편 차선을 달린 거죠. 

그래도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런 기본 약속을 안 지키는 

빤히 보이는 길도 아니고 구불거리는 회전 길가에서 말이죠. 

저런 거지 같은 새끼가....  상스러운 단어가 절로 튀어나왔지만  

지금도 어떻게 그렇게 그런 길에서 그런 거지 같은 운전을....

요즈음은 거지도 없으니까 그런 나쁜 놈들한테 사용해도 되겠죠? 


그렇게 구불구불 구룡령 봉우리를  다 올라갔는데

여전히 홍천이란 글씨가 안 보이는 거예요.

뭔가 좀 이상해서 다시 집으로 내비를 켰어요.

 세상에 다시 또 왔던 길을 되돌아 서양양 IC로 가라는 거예요.

이게 뭔 일인고 하며 다시 지도를 찬찬히 봤더니 

홍천 속사로 가는 길이 있긴 하지만 집까지 4시간이 걸리더군요. 

다시 또 구룡령 길같은 구불거리는 옛길을 지나야 하고요. 

한 시간이 더 걸리는 길은 피곤할듯해서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양양으로 들어와

주유하고 점심 먹고 오후 네시에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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