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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Jul 26. 2021

매괴장미

생각지도 않은 여행을 가기도 한다.

수안보에 행사가 있어 가야 한다면서

호텔 방 얻어 줄테니 하루 같이 가자고,

아이구 더워서 칠월에는 어디 안가려고 했는데....

하면서 의외로 남편이 좋아한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더니 친구 따라 일박이일 수안보에 다녀왔다.

10시쯤 느즈막히 출발해서 오후 한 시쯤 송어회로 점심을 먹었다.

우리 동네나 강원도는 보통 이만 원 정도는 하는데

그곳은 아주 쌌다. 갓 잡아서 해주니 싱싱하고,

가성비 좋은 음식이다. 이담에도 이곳에 오면 여기서 먹어야지,

벗은 세시부터 행사에 참여하고

우리는 호텔방에서 느긋하게 쉬었다.

창 밖은 바로 숲이었다.

초록색 나뭇잎들 사이에서 앙증맞은 밤송이들이 아이들 얼굴을 하고 있다.

아기 얼굴을 하고 있지만 이미 산모일 것이다.

탱글탱글, 날마다 자라 오르겠지,

그리고 아침저녁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면 거침없이 몸을 열어 밤을 낳을 것이다.

나는 노트북을 남편은 가져온 책을 뒤적거리더니 티비를 켠다.

아래 자막으로 고양시 37도가 연신 지나간다.

우리 진짜 피서 왔네. 사실 차 안도 이미 피서지였다.

친구네는 행사에서 저녁을 한다고 해서

우리는 호텔을 나와 천천히 걸어서 식당으로 갔다.

나물만 이십여 가지가 나오는 영화식당......

나물 이름이 벅힌 도자기 접시에 그 나물들이 나오는 집이다.

어느리는 .어수리나물이다. 홑잎 나물, 검은오리나물이 있어 검색을 해봤더니 기름나물이라고 한다.

생각해보니 한여름에 묵나물이라니...

상이 차려질 때에야 아니다 싶었다.

나물은 아주 쉬기 좋은 종류다.

더군다나 수안보 온천 도시는 이미 퇴락한 징후가 가득했다.

더워서도 그렇지만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도 없었다.

코로나 더위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이제 온천 자체가 사람의 흥미를 끌지는 못하는 게 아닐까,

호텔에 야외온천탕도 있는데 더워서 가지 않았다.

간편한 호텔 조식을 하고 돌아오는길에 들른곳

충북 음성에 있는 감곡매괴성당 .....

감곡매괴성모순례지성당을 가보았다.

이름이 길다. 충북 음성군 감곡면의 지명이고 매괴는 뭘까,

순례지 성당이라면...?




                                                                   장미꽃 사진은 퍼옴.

                                                                   느티나무가 하도 좋아서 매화매에 느티나무괴로

                                                                    생각도 했다. 처음에는,






워낙 어렸을 때부터 교회 문화에 젖은 사람이라 

같은 성경을 믿고 같은 예수님을 믿는데도 성당은 낯선 분위기이다.

그 낯섦이 좋은 걸까, 

여행지에서 오래된 성당이나 성지가 있으면 가보는 편이다. 

터 넓은 시골 성당 뒤라면 어디나 있는 십자가의 길도 천천히 묵상하며 걷고 

오래된 건물도 바라보고  

무엇보다 요란한 관광지가 아니라서 조용한 주변 숲이 좋기 때문이다.

성당마다 십자가의 길 14처의 기도길이 다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가만히 바라보며 음미하고 저절로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게 된다. 

지난번 공주로 여행 갈 때도 당진 쪽으로 들려 솔뫼성지와 신리 성지를 가보았다.

황새바위 성지는 잊힌 사람들 혹은 무명의 사람들에 대한 기림과 

순교자들에 대한 표현이 압권이었다. 

평범한 돌을 알맞은 자리에 두고 그 앞에서 묵상하게 하는 것도,   


적절한 생각일지  모르지만 

성당은 예스럽고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있다면  

교회는 그보다는 활기차고  젊으며 대신 자유롭다.

시대에 따라 자유는 생명을 의미하기도 한다. 

형식을 벗어난 참자유인 신앙을 찾아 그토록 수많은 희생을 치루며 자유롭게 예배하니

유행이 도는 것처럼 이제 어떤 절절한 형식을 새롭게 인식하는 건가,

지나친 빈부의 격차로 인한 분노 때문에 사회주의면 어때,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자유가 좀 사라져도, 괜찮아,

한 일로 열 일을 함께 싸잡아 봐도 거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그런 생각들과 궤를 같이 하는것인가,   

   

매괴라는 낯선 단어 앞에서 지명인가, 매화와 느티나무가 많은 곳인가, 했더니 

붉은 돌, 해당화의 매玫와  불구슬 괴瑰, 즉 매괴는 중국식 장미 이름이었다. 

가톨릭에서 매괴는 로사리오, 즉 묵주기도를 의미한다고 한다. 라틴어로 묵주를 rosario라고 하는데 이 단어 자체가 원래는 ‘장미밭’, 또는 ‘장미꽃다발’, ‘장미화관’을 가리키는 말이며, 초기 교회에서 장미 화관을 머리에 쓰는 것은 신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의미였으며 초기 신자들은 기도 대신 장미를 바치기도 했다.

중국에 처음 천주교가 전파 되엇을대 묵주를 매괴라 칭하게 된 것이다. 

감곡성당에는 크지는 않지만 아주 오래 된 석조건물의 박물관이 있었다. 

자신의 몸을 울려 아주 오랜 시간 소리를 냇을 종을 비롯해 오래된 책과 필사된 성경 

유물 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리고 화폭  전부에 한송이만 딱 그려진 장미화가 있었다.

진분홍색의 수많은 겹으로 이루어진 장미꽃이 특이해서 살짝 만져봤더니

아마도 흙을 안료 속에 넣어 사용했는지 오톨도톨거리며 

그들이 빛을 산란시키거나 받아들여서 그림을 빛나게 했다.

매괴장미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매괴장미를 찍은 것이다.     





장미를 연구하는 사람들을 로자리안이라고 한다. 

로자리언들이 정의하는 장미에 해리티지 장미가 있다. 

그 나라의 고유성을 지녔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장미를 의미한다.

야생장미는 야생에서 자라며 자유롭게 교배된 장미들 

파운드로즈, 혹은  미스터리 로즈는  오랜 시간을 함께 했지만 이름을 모르는 장미  

그리고 역사적 의미와 함게 하는 히스토리로즈가 있다. 

즉 해리티지 로즈는  그나라의 고유성을 지녔으며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장미로 

현재 우리나라 장미의 99%가 수입품이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장미의 세상을 지켜온 

찔레꽃과 해당화 생열귀나무 흰인가목들이 해리티지 로즈에 속한다. 

그리고 매괴장미도.     

오월의 어느날  매괴성당에 가서 매괴 장미를 볼 마음도 있지만

보지 않고 마음속에 담으면 오히려 더 깊이 있는 장미가 되지 않을까,

눈은 눈으로 보는 모든 것들을 아주 사소하게 만들어버리는 재주가 있다. 

모든 것을 충실하게 재현해내는 순간 

도끼를 든 무엇인가가 나타나 의미를 말살해버린다고나 할까,     

기도는 자신을 드리는 것이고

그래서 진정으로 주님을 생각하면 그 순간이 합일의 시간인데

아름다운 장미가 그 안에 들어서면 나는 장미 뒤로 숨는 것인가, 

아니면 부끄러워 장미의 아름다움과 향기로 나를 감추는 것인가,

하긴 순결한 향기로운 고귀한 장미처럼.....되고 싶은 열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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