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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03. 2023

처음보는 유목민

배수아

배수아의 에세이 <처음보는 유목민 여인>이란 제목은 

그녀의 글들답지 않게 평범하다. 

더군다나 책 표지는 앞뒤로 그저 하얗기만 하다. 

마치 백지 노트처럼 보이기도 한다. 

아주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어슴푸레한 노란색으로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란 글자가 보인다.

이 평범한 제목은 글의 제일 마지막에 가서야 아주 비범한 모습으로 나타난다. 

읽다가 그만두었던 그녀가 쓴 <뱀과 물> 책의 표지는 체코 사진작가의 작품이다. 

그녀는 이 사진을 의식하면서 글을 썼으므로 사진 역시 텍스트라고 말했다.

그러니까 이 책의 백지 표지도 글의 어떤 지향점을 나타내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도서관에서 빌린 책표지는 진짜 표지가 아니었다.

도서관에서 관리가 편하라고 겉표지를 제거한 것이었다. ㅎㅎ









나는 지극히 평볌한 사람이라 비범을 선호한다. 

그러나 비범한 사람은 비범을 넘어서서 평범을 향해 간다.

사실 이 책의 내용은 지극히 펑범하다.

어쩌면 자본주의에 찌들은 이내 시선으로 보아서는 평범의 아래처럼 보일 수도 있으나 

천박한 서열의 행태를 벗어난 맑은 눈으로 바라본다면 비범하다.  

거기 몽골 알타이.....쉬 사람들이 가볼 수 없는 몽골의 스텝, 

사실 이런곳은 언제나 나의 흥미를 이끈다.    

원초적이고(아, 이런 식상한 단어라니) 근원적인 황무한 황야의 시간들은 

마치 평범과 비범으로 교직된 천처럼 평범한 풍경은 비범하게 자신을 통찰하게 만들고 

일견 평범해 보이나 잘 볼 수 없는 비범한 풍경들은 다시 평범한 사람을 인식하게 한다. 

이즈음 들어 잘 그러지 않는데 이 책을 나는 손에서 떼기가 싫었다. 

계속 읽고 싶었다.

앞으로도 절대 가볼 수 없을 거라고 단언해도 되는 알타이라는 몽골의 촌,

글 잘쓰는 작가가 표현 해 놓은 알타이의 풍경이 궁금했고 

삼 주 넘게 그곳에서 야크 똥을 주워다가 유르테에서 난방을 하며  

그들의 음식을 먹고 그들처럼 살아낼 때 작가의 생각이 궁금했다. 


<사방은 나무 한 그루 없이 굵은 주름처럼 일렁이며 한없이 펼쳐진 사막 산악지대였다황폐한 산맥은 녹아내린 석회 먼지와 날카롭게 깍인 암석의 회색빛 바다였으며 끝이 없는 형태로 반복되고 있었다마치 너희는 태어나리라 너희는 죽으리라 너희는 태어나리라 너희는 죽으리라 하는 소리가 그대로 형상화도니 메마르고 거대한 목구멍처럼


갈잔의 노래, 몽골의 노래는 냄새로 가득찼다고 했다.

무수한 냄새에 대한 표현이 이어지고.....

자연으로부터 받은 것 외에는 거의 가지지 않는 투바 유목민의 가난에 대한 특징은 

‘비교하지 않는 가난’이었다. 

그래서 오히려 가난이라는 도시의 공식을 훨훨 벗어나 있었다. 

배수아를 알타이로 이끈 유목민의 추장이자 독일어 작가이기도 한 갈잔은 말한다. 

<투바 유목민은 오늘 존재할 뿐이다다음 세대에 우리는 없을 것이다우리는 지평선 아래로 저물어가는 민족이다보아라 저기 태양이 진다.>

<그곳한없이 오래된 살아 있는 것들 한가운데서 나는 외롭게 살아 있었고그럼으로써 생의 어느 순간보다 더욱 많이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그날,>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은 어디서 왔을까그녀의 양떼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이 우리들을 향해 오고 있구나우리는 오늘 저녁 그녀를 만나게 되겠구나그녀와 함께 양고기 죽을 먹고 밀크티를 마시게 되겠구나.>     



풍경은 현존하는 것일까?

이책을 읽으면서 문득 그런 의문이 들었다.  

물론 아주 단순하게 말해보자면 

지금 내 앞에 펼쳐지는 풍경도 사실은 이미 소멸하면서 사라져가고 있다. 

설령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돌을 마주하고 있더라도

 그 돌이 바라보는 자, 바람과 비 가운데서 현존하는 거라면 

그것은 이미 변하고 있는 것이니까,

풍경은 대상 앞에서, 즉 바라보는 자 앞에서 존재하는 거라는 

인간에 대한 우월한 사고방식이나 

유의미히면서도 단순한, 외골수적인 철학을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보니 그렇더라는 것, 

기막히게 기이하고 기상천외한 풍경들도 혹은 사실들도

지나가지 않던가, 흐릿해지지 않던가, 변하지 않던가, 

다시 그 앞에 선다 해도 예전의 모습이 아니질 않던가,

그러니 내가 몽골의 알타이를 다시 가볼 수 없다 해도 

나 대신 배수아가 가서 

나보다 더 세밀한 눈빛과 음성으로 

하다못해 나는 노래에서 냄새를 맡을 섬세한 후각은 없을 테니까, 

그녀의 후각만으로도 아주아주 만족하더라는 것,  

굳이 역사를 들춰낼 필요도 없다. 

고독한 풍경 앞에서 고독하지만 고독을 의식하지 않은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그들을 바라보는 이방인,

그 이방인의 시선에 사랑이 가득 고여 있으니 그 시선으로 알타이가 펼쳐지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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