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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영 Feb 15. 2023

파타고니아

거기 그곳에 , 세상 끝에 다녀오다






베르너 헤어쵸크 감독의 <유랑ㅡ브루스 채트윈의 발자취를 따라서> 라는 다큐가 있다. 

감독 때문에 봤는데 브루스 채트윈이란 이름은 처음이었다.

다큐를 보고 나서야 그가 유명한 작가라는 것, 그것도 여행작가라는, 

그래서 또 부랴부랴 브루스 채트윈의 책을 빌려다 읽었다. 

도식적인 여행이 아닌, 여행기가 아닌 그만의 해석과 스토리가 펼쳐지는 독특한 글이었다. 

일상적인 여행지가 아닌 땅, 

지구의 땅 끝, 파타고니아! 

구글어스로 파타고니아를 검색해 보았다. 

한쪽은 얼음 동산이었고 한쪽은 사막이었다. 풀과 나무가 거의 없는,

높이 1키로미터 위에서 바라보면 아주 작은 검은 알갱이가 드문드문 보였다. 

아마도 모하비 사막에서 바라본 자라지 않는 관목처럼 보였다. 

그가 쓴 파타고니아는 그가 직접 맛본 그의 기록이었지만

기록의 차원을 넘어선 글로 픽션같기도 하고 논픽션같기도 하다. 

고대 동물의 이야기로부터 기이한 사람들의 행적, 

그들에 대한 채트윈의 독특한 사유가 입혀진 이야기. 

그래서 미국의 유명한 작가 존 업다이크도 

"종이 몇 장으로 세상을 담은 작가"라는 찬사를 했다고 한다. 

파타고니아는 셰익스피어가 <템페스트>의 영감을 얻은 땅이고 

조나단 스위프트의 <걸리버 여행기>에 나오는 거인의 모델을 제공한 땅이며 

생텍쥐페리의 <야간 비행>의 무대가 된 땅이다.

지미 친이라는 사람의 사진과 글, <거기 그곳에 세상 끝에 다녀오다>를 보는 중이다. 

아니 한번 다 읽고 또 사진을 보고 또 사진을 보는 중이다. 

내 생애 도무지 가까이 할 수 없는 풍경들이 펼쳐진다. 

이런 곳이 있을까? 아니 어떻게 이런 곳을 오를수 있을까? 

그니까 그냥 로프도 없이 그저 맨 몸으로 손가락만으로 오르는 것을 프리솔로라고 하는데 

그것도 절벽을, 그것도 완전 직선의 거대한 바위들로 이루어진, 

그러니 어느 사진을 보면 정말 손으로만 공중에 매달려 있다. 

사람으로 가능한가?

오르는 사람도 대단하지만 그와 같이 오르며 사진을 찍는 사람은 어떤가?

그래서 지미 친은 가장 멋진 남편감으로 뽑혔을까? 

2017년 6월 2일

내일 오를겁니다. 

알랙스 호놀드가 선언했다. 

그리고 2월 3일 새벽 앨캐피탄을 오르기 시작했다. 

지미친은 760미터 높이에 매달려 알랙스를 찍었다. 

알랙스의 프리솔로를 위한 훈련을 

지미친과 그의 아내는 이 년여를 지켜보며 사진 찍는 법을 연구했다. 

알랙스 호놀두는 자신의 승합차에서 손가락매달리기 훈련을 한다. 

그리고 프리솔로를 하기 전 무려 50회나 로프를 타고 올라가서 바위를 연구했다. 

그러니까 발걸음을 띄는 곳, 손으로 잡을 곳을 머리에 다 입력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의 무기는 몸과 쵸크 뿐이다. 

<1999 차라쿠사를 시작으로 금지된 타워 원정, K7 2001, 파타고니아, 창탕 2002, 티턴 산맥, 에베레스트 스노보드 2003, 딘 포터, 에베레스트 영화 촬영, 말리 2004, 스테프 데이비스, 에베레스트 스키 2006, 남위 180도 2008, 메루 2008, 보르네오의 거벽, 샹그릴라 원정, 요세미티 2010, 차드 2010, 디날리 산 스키, 메루 2011, 오만, 부가부 산군, 트래비스 라이스, 프리 솔로 2016, 제1세계무역센터, 스콧 슈미트, 남극대륙 2017까지 18년의 여정이다. 중국계 이민자의 아들로 미네소타에서 태어난 친은 20년 이상 노스페이스 소속 등반자이자 스키 선수였다. 2006년 그는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미국인으로 처음 스키 강하를 성공했고, 5년 뒤 인도 메루 봉의 화강암 벽인 샥스핀 초등에 성공했다. 그의 작품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뉴욕 타임스 매거진, 베니티 페어, 아웃사이드 매거진 등에 실렸고, 2019년 내셔널 지오그래픽 포토그래퍼 상으로 연결됐다. 서울신문 펌>

지미 친의 책에는

노스페이스의 창업주인 더그 톰킨스와 이본 쉬나드가 

세러 크리스틴이라는 새로운 산길을 최초 등반하는 기록이 나온다. 

낮잠을 자고 고기를 구워 먹고 노익장들의 근육을 자랑하는 모습이 재미난다. 

훗날 더그와 그의 아내가 기증한 땅은 파타고니아 국립공원이 된다.

2009년 2월이었는데 그때 이본은 

1968년 피츠로이를 오를 때 썼던 안경을 썼고 

1980년대에 입었던 바지를 입고 있었다. 

지미 친은 그가 발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그의 골동품 아이젠이 끊어질까 봐 걱정했다. 

이본은 옷이나 장비가 닳아 못 쓰게 될 때까지 써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았다. 

이본 쉬나드의 파타고니아. 

2002년부터 파타고니아 매출액의 1%를 풀뿌리 환경활동가들에게 기부해 오던 쉬나드는 

지난해 여름 미국 기업계를 놀라게 하는 부의 사회 환원을 단행했다. 

그는 '지구가 우리의 유일한 주주'(Earth is now our only shareholder)라는 공개편지로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4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 지분 100%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창립한 재단과 비영리 단체에 공짜로 넘겼다.

이본 쉬나드가 단행한 부의 사회환원 방식은 

미국 자본주의 역사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행위로 평가받는다.


우리나라 북한산 인수봉에도 이본 쉬나드가 개척한 취나드 길이 있다. 

그는 1960년대 주한미군으로 근무하며 북한산 인수봉에 '취나드 길'를 개척한 암벽등반가다. 

등산장비를 만들다가 아웃도어 의류에 손을 댔고 부자가 되었다. 

그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신념으로 삼고 산다.


지금도 캘리포니아 본사 건물 로비에는 

‘죽어버린 지구에서 할 수 있는 비즈니스는 없다.’라는 글이 있다고 한다.

세상에 얼마나 멋진가.

본질을 꿰뜷는 철학이 분명한 글인가. 

요세미티 계곡에 있는 엘 카피탠 암벽. 

이곳을 오르다가 등반용 쇠못이 바위를 크게 훼손하는 것을 본 

그는 당시 매출의 70%를 차지하는 쇠못을 생산하지 않기로 정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우리 옷을 사지 마세요’ 캠페인을 벌이는 동시에

인간의 건강과 자연 환경을 헤치지 않는 신소재를 개발해서 

옷을 오래 입을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든다.


사막을 별로 가보지도 않았는데 사막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내가 겨우, 살짝 맛본 사막은 그랜드 캐넌 가는 길의 모하비 사막이다. 

수십 년이 흘러도 거의 자라지 않는 작은 관목들, 

그것도 드문드문 있어 오히려 사막의 묘한 기운을 더해주었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달려도 별로 변함없는 풍경들이 왜 그리 매혹적이었던가,

땅의 속살이었을까,

땅이 지닌 근원.....

땅이 속해 있는 지구라는 물체의 시원을 보여주는 

땅이 공간만이 아닌 시간을 지닌 어떤 양태라는 것을 느끼게 해서였을까?

아니면 사람 없는 자연이 지닌, 오직 자연 그대로의 황무함은 사람의 외로움과 맞닿아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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