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산속에 들어서면 산이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수퍼문 같은 형상은 당연히 아닐 테고...
일종의 문일루션,,,... 으로 여겨진다.
숲과 나무가 지어내는 한발자국 더....
나뭇잎 지니 나무 왜 허전하지 않겠는가,
나무가 빈가지로 서니 숲도 산도 더불어 헛헛할 것이다.
대기는 차가워지고 텅 빈 산은 더욱 쓸쓸해진다.
무시로 드나들던 사람들도 주춤하니 산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길게 빼내 기웃거리게 되고
그 순간 아주 조금 쯤 몸을 움직이지 않겠는가,
겨울이니까,
겨울은 그렇게 산이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시간일거라고 여겨본다.
사고의 근저는 추론이며 그 추론은 착각과 착시를 필요로 한다.
뇌라는 단단한 물질이 빚어내는 헐렁한 모습이다.
이미 부여해놓은 가치에 따라 값을 정하는 .....
미묘한 나만의 레시피가 뇌 속에 혼재해 있다는 것이다.
뇌의 판단을 우리가 신뢰할 수 없게 하는 실험은 무수히 많다.
그중의 하나...
가격차이가 많이 나는 두 가지 케이크를 맛보게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비싼 케이크가 더 촉촉하고 부드럽다며 ..고급한 맛을 느꼈다고 말한다.
싼 케이크는 딱딱하고 맛이 없었다고...
반전은 그 케이크가 똑같은 맛을 지닌 같은 케이크라는 데에 있다.
뇌의 속물성을 인지해야 하며 뇌의 즉흥성을 기억해야만 한다.
감정은 그보다 더 섬세하고 예민한 만큼 더욱 허랑하다는 것을
잠언처럼 외워야 실수를 하지 않게 될 것이다.
뇌가 지닌 허랑함 속에는 친밀도에 의한 호오도 가득 고여 있어
아마츄어 화가인 지인의 그림들과.... 오르세전에서 친견하게 되는 밀레의 이삭줍기 그림이나....
그 호기심의 강도가 많이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지인의 전시회에 갔다.
내가 아는 그 두 분은 마치 한해를 결산이라도 하듯이
한 해 동안 다가온 연애의 감정을 채곡 채곡 모아 글로 쓰듯이
삶의 빈자리를 그림으로 채워 넣어야만 하듯이
비록 세상 속에서 살았지만 적어도 올해 나의 마무리는 그림이야!를 선언하듯이
매해 11월이면 그림 몇 점을 그려서 화우회 전시회에 내곤 한다.
그리고 수줍게...이발소 그림 운운하신다.
이발소 그림이라는 단어는
세련된 안목과 자신의 안목에 못 미치는 손의 차이를 안다는 뜻이다.
순수한 아마추어들이 그린 작품들은
경외하는 그림에게 하는 발그레 홍조를 띈 사랑의 고백이다.
하얀 캔버스를 앞에 두면 이미 자신도 하얗게 비어있지 않을까,
감상적인 고독이 아닌 존재를 향한 치열한 고독의 순간,
그러니까, 그 둘 사이에는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생활의 어떤 것도 스며들지 않는
순도의 시간일 것이다.
(어쩌면 그 시간 때문에 그림을 사랑하는지도,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지도 모를 일,)
캔버스에 무엇인가가 생성되기 시작하면 내가 아닌 내가 되는 순간일 것이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신세계의 진입.
그 여행은 희열을 동반하고 좌절을 거느리기도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오직 나만의 곳,
그리하여 오직 나만의 풍경,
어쩌면 그림은 모두 다 그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그 <다름>들은 단순함이 아닌 극도의 순수함으로 다가왔다.
재미있었다.
시시한가...? 그림 보는 재미가 있더라는 생각은 그림에 대한 찬양이기도 하다.
오르한 파묵의 글에서 만나는 그림에 대한 옛날 이야기 하나.
어느 술탄이 그림경연을 열었다. 중국 화가들과 더 서쪽나라의 화가들이 시합을 했다.
그림들을 서로 비교하기 위해 두 벽이 마주보이는 붙어 있는 방 두개를 주었다.
그들 사이에는 커틘이 쳐져 있었고 서양화가들은 열심히 색을 칠하기 시작했다.
중국화가들은 벽의 먼지를 제거해야 한다면 광을 내기 시작했다.
이들의 작업은 몇 달이 걸렸다.
주어진 시간이 다 되었을 때 커튼이 열렸다.
한쪽 벽은 형형색색의 그림들로 장식되었고 다른 쪽 벽은 광을 내고 닦아 거울이 되었다.
서양화가들의 그림은 아름다웠다.
중국 화가들의 벽에는 맞은편의 멋진 그림이 거울 같은 벽에 반영되었다.
술탄은 중국 화가들에게 상을 내렸다.
파묵에게 글에 대한 깊은 영감을 주는 이 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가벼운 읽기로는 그림의 힘이자 모든 예술의 근간인 성찰이 어른거리고
조금 더 들어가 보면 차용과 포용 속에서 빚어지는 폭과 깊이가 엿보였다.
거울 앞에서 모든 것들이 작품이 되는 혹은 일그러지는 투명하게 나타나는,,,,,
현대미술의 한시제일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술탄은 거울처럼 빛나는 작품 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며
그 순간 자신이 작품화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했을 것이다.
그래서 상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대강 이렇게 이 대목을 해석하며 글을 읽어 나갔는데
오르한 파묵은 한참 뒤에 다시 이 이야기로 돌아오더니
거울이 지닌 사악함 팽창, 증가, 보는 사람에 따라서 진짜가 아닌, 실제가 아닌....
그래서 어떤 결핍 불충분함 때문에 우리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는 것이다.
더 깊은 곳 중심부 배후에 있는 어떤 실재,
혹은 타자를 찾는 이 <여행>이 바로 문학이란 것,
첫눈은 거의 그렇다.
아 눈인가...눈이네.... 첫눈....
그렇게 바람 속에.. 공간속에만 머물다가 흔적 없이 사라지던 것들.
그런데 올해 첫눈은 나무들 위에 수북하게 내려앉았다.
서러운 생각으로 그리지만 명랑한 그림이 되기를 바랐던 김환기의 점...별저럼..
서럽지만 명랑한 모습으로 옹기종기 나무들 가지에 내려앉은 눈.
저 가볍고 우미한 것들이 내려앉을 곳이 나무 말고 어디 있으랴...
나무가 하얗게 변하며 먼 데 있는 산도 같이 변했다.
하얗고 검고 그리고 그 사이의 회색.....
약간의 동통을 거느리는 설렘은 올해도 여전했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들은 모두가 다 은총이라는...생각이다.
갤러리에서 지인의 그림들을 만나던 날이었다.
한전아트센터 갤러리, 37회 연세화우동문 작품전
배규태님 정관섭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