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영 Dec 08. 2016

마음

가끔 마음을 꺼내 놓는 작업을 하곤 한다. 

물론 마음이 어수선하고 정리가 잘 되지 않을 때이다. 

내가 나 스스로에 대해서 정리하는 일종의 인싸이트라고나 할까. 

마음 나와라. 말하면서 내 속에서 마음을 꺼내는 것, 

내 경우엔 약간 길고 가느다란 사각의 상자로 형상화된다. 은은한 빛깔의 회색 상자 

가만히 상자를 열고 그곳을 들여다본다.  

물론 세상의 거의 모든 일들이 그러하듯 그곳에는 내가 해결 못하는 문제가 들어 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네. 좀 시간을 두고 보자, 그게 그렇게 화나는 일이었니?

할 수 없는 일을 가지고 전전긍긍하지 마. 그냥 맡기는 수밖에. 

이 구석 저 구석 색색의 마음들을 뒤적이며  가만히 이야기해준다. 

그리고 다시 상자를  닫은 뒤 마음자리에 밀어 넣는다. 

완전하지는 않지만 가벼워져 있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문제의 객관화 정도라고나 할까. 


가만 보면 요즘 세상은 온통 병원이고  

세상 사람들은 모두 환자가 되어 있는가 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거대한 종합병원이나 동네 병원 간판 외에도  음악치료 미술치료 이야기치료 기치료  

뇌 치료 독서치료 등 치료를 받아야 한다며 수많은 사람을 손짓하고 있다. 

바야흐로 치료학의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병을 치료하는 방법은 참으로 다양한데 기이하게도 병소는 단 하나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 <마음>이라는 것.

이 미묘한 물질이 만들어내는 소소한 것들에 의해  휘둘리게 된다. 

내가 주인인데 전혀 주인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생기발랄하며 천지분간을 못하면서 지적 인자를 우습게 여기며 홀로 젊은 그것,

마음속에 자라지 않는 어린아이가 있다고 마음을 연구하는 학자들은 말한다. 

그 아이는 사랑받지 못한 상처 입은 아이라며,. 

결국 생명의 시작점부터 사랑의 문제는 존재와 함께 존재해야 하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라는 것인데,

사랑이라는 부드럽고 따듯한 생명의 물질이 아이의 몸과 마음에 스며들면 아기는 잘 자라나게 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이  된다는 것, 그러나 공포와 두려움, 혹은 거절, 혼란, 폭력 등에 아이가 노출될 때 그런 순간들이 아이 속에 각인되어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질 때 그 성인 아이가 활동을 개시한다는  스토리.

굳이 시간으로 따진다면 생후 약 삼 년은 더욱 중요하다고,  

대상 관계론 학자들은 수많은 임상을 통하여 생후  삼 년 동안 마음의 핵이 생성된다는 것을 알아냈다.

건강하고 긍정적인 대상의 사랑 어린 손길을 받고 자라나면 당연 건강하고 긍정적인 마음의 핵을 지니게 되나 그렇지 못한 사람의 돌봄 속에서 자라난다면 마음의 핵 역시 건강하지 못해

평생 성격적인 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것,  

아주 어린 시절 그 대상과의 관계 속에서 평생이 좌우된다는 이론이다. 

그런 상처를 입고 자라난 죠라는 청년이 있었다. 

불우한 환경의 죠는 좀도둑질을  배웠고 소년원을 들락거렸고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거칠고 사나워졌다.  

어느 날  산속에서 지나가는 마차를 세운다.  강도짓을 하려고, 

그 안에 수잔이 타고 있었다. 수잔은 심성이 건강하고 맑은 소녀였다. 

마차를 세운 죠를 바라보는 눈빛...... 도 맑고 순수하다. 

그 눈빛 때문에 마차를 뺏으려고 했던 조에게서 전혀 다른 말이 나오게 된다 된다.

'다음 주 마을 댄스파티에  파트너가 되어줄 수 있겠니?' 

'물론이지 네가 젠틀맨만 될 수 있다면....'    

파트너가 되어 춤을 춘 다음 죠는 수잔의 농장으로 일을 하러 간다.  

젠틀맨이 되기 위하여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결국 수잔과 결혼하고 농장의 주인이 되어

그 농장을 크게 일군다. 그 농장의 일군들은 전부 다 소년원 출신이거나 전과자들이었다. 

따뜻한 눈빛 한 번이 빚어낸 기적 같은 실화. 


드디어 차가운 겨울 속으로 들어왔다.  

옷 벗은 나무는  차갑고 외로워 보인다. 그러나 정말 그럴까, 

오히려  겨울나무는 그 어느 때보다 의연하다. 녹음과 단풍을 보내고 다시 또 새순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만을 위하는 자신의 존재를 느끼고 있는 시간이 겨울이 아닐까,

빈 가지 사이로 스며들어오는 풍경도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다. 

하늘을 안고 달을 품으며 별은 나뭇가지에 걸쳐서 빛난다.

먼뎃산의  산그리메들 조차 나뭇가지로 스며든다.

겨울은 수선스러운 수다가 아닌 고요한 침묵의 시간이다. 

시간이 지닌 침묵이 배어 나오는,

시간의 시선이 가장 순수하고 맑아... 마치 수잔의 시선 같은....

기적이 일어날만한 때다.

작가의 이전글 팔짱을 낀 당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