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늑대개

마땅히 누려야할 삶

by 상상이상

진실을 마주할 수도

자유를 견딜 수도 없다


기꺼이 목줄을 매고

던져주는 먹이를 받아 먹는다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영원한 복종을 맹세한다


연약한 나를 보호해달라고

겁많은 내 곁을 지켜달라고

나를 지배해달라고

배를 바닥에 붙이고

수호자의 발을 핥는다


끔찍한

정말이지 끔찍한

단단히 굳어진 믿음


마땅히 누려야

자유를 포기하는 댓가가

고작 안락의자라니

겨우 목줄과 입마개라니

살아 있는지

살아가고 있는지


선택할 수 있다면

되돌아갈 수 있다면

미치광이처럼 달려볼테냐

목줄을 끊고 세상으로 뛰어들테냐


찌르는 듯한 배고픔에

쓰레기통을 뒤져 허기를 채우고

흔들림없는 추위에

기껏 나무기둥을 파고들어도


바람보다 빠르게

햇살보다 가볍게

달리고 달리고 달리다보면

허기도 잊고 추위도 잊고

마침내, 이해하게 될거야


진실을 마주해야 하는 이유를

자유를 견뎌내야 하는 까닭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삐딱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