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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마당 시네마 Feb 25. 2022

가장 낭만적인 마스터피스! <리코리쉬 피자> 심층 분석

정성일 평론가의 첫 번째 상상토크 현장 스케치

지난 2월 18일,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신작 영화 <리코리쉬 피자>에 대해 정성일 평론가께서 이야기하는 상상토크(GV)가 KT&G 상상마당 Cinema에서 열렸습니다. 원래도 작품에 대한 심도 깊은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풀어내시면서 관객들과 호흡하시는 것으로 유명한 정성일 평론가님의 이번 GV도 역시(?) 2시간가량의 긴 시간 동안 아주 풍성하게 진행되었답니다.


이날의 현장을 함께 살펴볼까요?

우선 GV에 앞서 상냥지기가 짧게 정성일 평론가님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는데요. 평소에 궁금하던 몇 가지 질문을 이번 기회를 틈타서 드려봤어요.


상냥지기: 평론가님의 인생 영화는 어떤 작품들이 있나요?

정성일 평론가: 먼저 인생 영화라는 표현부터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난 누군가의 인생 영화란 그 사람의 상황, 그리고 인생의 어느 지점을 지나고 있느냐에 따라 매번 변해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고정적인 명단은 있을 수가 없고 인생 영화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을지 모른다.

내 표현대로 하자면 ‘지금 내 뇌라는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가 무엇이냐가 적절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인생 영화라는 표현 대신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랄까?

지금 내 머릿속에서 상영되고 있는 영화들이라면 오즈 야스지로의 <아버지가 있었다>, 시미즈 히로시의 <아리가토 상>,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 더 리턴>, 그리고 립서비스가 아니라 오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온 영화인 <리코리쉬 피자>이다. 또 장 뤽 고다르의 <그녀에 대해 알고 있는 두 세 가지 것들>을 최근에 다시 봤는데 이 영화 역시 잔상이 강하게 남아있다.


평론가님의 답변을 듣고 정말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들 ‘어린 왕자’를 인생의 어느 지점에서 읽느냐에 따라서 다가오는 의미가 제각각이라고 얘기하잖아요. 영화도 분명 그런 경험들이 있다는 점에서 평론가님께서 표현하신 ‘지금 내 머릿속에 상영되고 있는 영화’라는 표현은 정말 절묘한 것 같아요. 슬프게도 평론가님의 머릿속에서 절찬 상영 중인 작품 중에 상냥지기는 딱 1편밖에 보지 못했지만…다른 작품들도 가까운 시일 내에 꼭 봐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질문 역시 평론가님께 꼭 여쭤보고 싶었던 질문이었습니다.


상냥지기: 앞으로 상상마당 시네마에 어떤 것을 기대하시나요?

정성일 평론가: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깜짝 놀랄 프로그램과 만났으면 한다. 세상에 없는 영화를 여기서 제작해서 볼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 그렇다면 상상마당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내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었던 깜짝 놀랄만한 프로그램을 만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어려운 일일 것임은 나도 안다(웃음). 꼭 그럴 수 있게 노력해달라.


세상에 없었던… 처음 만나보는 프로그램이라니! 상냥지기는 어려운 숙제를 받고 고민이 많아졌답니다. 앞으로 열심히 고민해서 꼭 이 숙제를 풀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어느덧 상상토크 시작 시간이 임박해서 짧은 인터뷰를 마무리하고 엔딩 크레딧의 여운을 즐기고 계신 관객분들께 다가갈 시간이 왔어요.


재개관 이후로 첫 GV를 장식해 주신 정성일 평론가님의 모습!

평론가님의 인사로 본격적으로 GV가 시작되고 관객석의 모든 눈이 초롱초롱하게 평론가님에게 집중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네요.


평론가님은 서두에서 이 영화가 굉장히 훌륭한 작품이며,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작품의 특성상 작품의 완성도를 논하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는 사람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이전보다 한 차원 나아갔다고 생각한다고 코멘트를 해주셔서 상냥지기를 비롯한 많은 사람을 놀라게 하셨는데요.


※영화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과연 <리코리쉬 피자>는 어떤 영화일까요?
출처: 네이버 영화 <리코리쉬 피자> 공식 스틸 이미지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9번째 영화인 <리코리쉬 피자>는 꽤 독특한 영화이다. 이 영화는 ‘리듬’을 찍은 영화이다. 리듬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이다. 그것도 두 가지 리듬의 끝없는 반복. GO/STOP이 기본 리듬이고 136분이라는 러닝 타임 내내 이를 끊임없이 변주하면서 이어나간다는 점에서 아주 독특하다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이 생소할 수 있는 진행을 따라오지 못하는 관객은 유감스럽지만, 그냥 뒤에 남겨두고 작품만의 리듬대로 진행되는 영화이다.”


평론가님의 해설이 이어지면서 상냥지기는 영화를 보고 들었던 의문들이 하나둘씩 풀리는 기분이 들었답니다. 일반적인 영화의 흐름이라기보다는 뭔가 주인공인 ‘개리’와 ‘알레나’를 따라 여행하는 느낌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됐었거든요!

계속 이어진 토크에서 특히 상냥지기를 사로잡았던 대목이 있어서 함께 공유해 보려고 해요.


“PTA 영화 속 주인공들은 관객들과 독립적인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보통 영화 주인공의 감정과 우리의 감정 곡선을 일치시키면서 보려고 시도하지만, PTA는 그런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며, 주인공들 역시 그런 애를 쓰지 않는다. 그들의 결정은 항상 극적이고 예측을 벗어난다."

PTA 감독 자신도 “리코리쉬 피자는 불협화음의 리듬 끝에 하모니가 이루어지는 기나긴 세션과도 같은 영화이다.”라는 말을 했다고 하는데 스크린 속에 그려지는 그들의 행동, 그리고 속마음을 쉽게 이해할 수 없어서 내심 답답한 기분이 들었는데 평론가님은 그럴 필요가 없다고 명쾌히 풀어주셨습니다.

출처: 네이버 영화 <리코리쉬 피자> 공식 스틸 이미지

감독의 다른 작품에서도 등장 인물들에게 감정 이입을 쉽사리 하지 못했던 것은 아무래도 이러한 특징 때문이 아니었나 싶네요. 특히나 주인공인 ‘개리’를 미성년자로 설정한 것이 ‘한껏 미숙하고 어설픈 행동들도 자연스레 이해되는 나이가 몇 살까지일까? 를 고려한 결과’라는 평론가님의 해석이 특히나 인상 깊었어요.


비록 이날 바깥 날씨는 아주 추웠지만 상상토크가 이어지는 상영관은 열기로 가득한 시간이었답니다.


관객분들의 여러 질문을 받아서 평론가님께서 답변해 주실 수 있었으면 좀 더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날은 GV 종료 시간이 꽤 늦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다들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을 재촉해야만 했답니다. 관객들과 평론가님의 티키타카를 듣는 것은 다음 기회로 넘겨봐야 할 것 같네요.


상상마당 시네마의 첫 상상토크를 함께해 주신 정성일 평론가님과 관객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앞으로도 더욱 좋은 작품과 함께! 야심 찬 기획으로! 상상토크는 쭈욱 이어질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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