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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극장

한여름의 영화가 남긴 순간들을 회상하며

2025년 10월, KT&G 상상마당 시네마

뜨거운 여름이 저물었다.

달아올랐던 공기는 차갑게 식어 한기가 느껴지고, 극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관객들의 옷차림에서도 가을이 느껴진다.


하지만 스크린 속에서는 여전희, 한여름의 태양처럼 빛나던 청춘의 열정이 살아 숨쉬고 있다. 때로는 무모해보일지라도, 자신이 간절히 원하는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질주하는 청춘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보는 이의 심장을 뛰게 만든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지난 여름 뜨거운 '열정'을 공동의 언어로 공유하며 KT&G 상상마당 시네마를 뜨겁게 달궜던 세 편의 여름 영화를 다시 떠올려 볼 것이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상영관을 가득 채웠던 웃음과 박수, 관객들이 함께 느꼈던 영화 속 열정의 온도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1. <썸머 필름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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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극 찐팬으로 영화 감독을 꿈꾸는 고교생 ‘맨발’. 영화 동아리에서 자신이 기획한 <무사의 청춘>이 탈락되자 직접 영화를 만들기 위해 절친 ‘킥보드’, ‘블루 하와이’와 드림팀을 결성한다. 우연히 극장에서 만난 미래에서 온 의문의 소년 ‘린타로’를 주인공으로 전격 캐스팅한 ‘맨발’은 꿈에 그리던 촬영을 시작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가 터지는데…


감독: 마츠모토 소우시

출연: 이토 마리카, 카네코 다이치, 이노리 키라라, 카와이 유미

개봉: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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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 필름을 타고>는 2025년 7월 KT&G 상상마당 시네마 여름 기획전 '썸머 필름을 멈추면 안 돼!' 특별 상영으로 뜨거운 여름의 한 가운데서 관객들을 다시 만나게 됐다. 여름과 영화를 주제로 한 '썸머 필름을 멈추면 안 돼!' 기획적은 여러 회차가 매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으며 많은 관객들에게 사랑받았다.


주인공 '맨발'은 자신이 좋아하는 시대극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친구들을 모아 촬영을 시작한다. 대본도 미완성이고, 촬영 장비도 부족하지만, 하레는 직접 소품을 만들고 촬영 장소를 찾아다니며 한 장면, 한 장면을 완성해나간다. 학교 뒤뜰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결투 장면, 촬영 중 갑자기 비가 내려 촬영이 중단되는 장면, 배우 역할을 맡은 친구들이 서로 대사와 동작을 잊고 우왕좌왕하는 순간까지, 영화는 서툴지만 진심 어린 열정으로 가득하다.


그런 탓인지, <썸머 필름을 타고> 상영에는 영화 전공을 희망하는 고등학생부터 영화학도 대학생, 배우 지망생 등 유독 영화와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관객들이 많았다. '맨발'과 친구들이 영화의 한 장면 한 장면을 완성해가는 과정에서 느낀 설렘과 좌절은, 단순한 영화 제작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꿈을 향해 달려가는 모든 이들의 마음을 울렸을 것이다.





2.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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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산한 기운의 창고 안, 좀비 영화를 찍는 촬영 현장.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자 격해진 감독과 배우들은 쉬는 시간을 갖는다. 그 순간, 어디선가 등장한 ‘진짜’ 좀비 떼들이 사람들을 하나둘씩 죽이기 시작하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


감독: 우에다 신이치로

출연: 하마츠 타카유키, 아키야마 유즈키, 나가야 카즈아키, 슈하마 하루미, 마오

개봉: 2018/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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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또한 '썸머 필름을 멈추면 안 돼!' 기획전으로 다시 관객을 만나게 됐다. B급 영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작품은, 씨네필들에게는 이미 전설 같은 존재였다. 구작 재개봉이라는 한국 극장계의 거대한 시류 속에서도 스크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전설의 등장에 많은 관객들이 상상마당 시네마를 찾았다.


이 작품은 영화 전반의 긴 장면을 원테이크, 즉 끊지 않고 한 번에 촬영하는 방식으로 담았다. 촬영 현장은 매번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아수라장이 되지만, 카메라는 그 순간을 멈추지 않고 따라간다. 배우가 갑자기 도망가거나 폭죽과 연기가 통제되지 않거나, 심지어는 배우가 아닌 진짜 좀비가 나타나는 장면조차도 화면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코미디적 긴장과 즉흥성이 극대화된다. 이러한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만이 가진 특수성 덕분에, 관객은 스크린 속 인물들이 겪는 혼란과 유머를 동시에 경험하며, 마치 촬영 현장에 직접 참여한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다.





3. <린다 린다 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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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시절 마지막 축제, 마지막 공연을 앞둔 밴드부. 하지만 팀에 문제가 생겨 공연을 못 할 위기에 처한다. "송! 밴드 안 할래?" 급하게 섭외한 한국인 유학생 송이 보컬로 합류하고 함께 엇박의 하모니를 만들어 나가는데...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

출연: 배두나, 마에다 아키, 카시이 유우, 세키네 시오리

개봉: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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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 린다 린다>는 개봉 20주년을 맞아 늦여름, 재개봉으로 관객들을 맞이했다. 지금은 성숙한 베테랑 배우로 자리 잡은 배두나의 어린 시절 풋풋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번 재개봉은 단순한 추억 소환이 아닌,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여전히 강렬하게 전해지는 청춘과 열정의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삐걱대던 여고생들이 서로를 격려하며 멋진 무대를 완성해가는 과정은 일본 여름 특유의 느긋하지만 뜨거운 청춘의 리듬을 떠올리게 한다. 저화질의 캠코더 화면, 성대한 학교 축제, 교실과 연습실의 후덥지근한 공기, 녹음이 가득한 버스 창 밖 풍경까지 <린다 린다 린다> 속 모든 프레임은 일본 여름이 보여줄 수 있는 청춘의 관념적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다. 관객들로 하여금 일본에서의 고교 생활을 직접 경험한 듯한 착각으로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여름이라는 계절과 청춘의 반짝임을 마음 속에 선사했다.








세 이야기는 서로 다른 세계에서 펼쳐졌지만, 결국 같은 지점을 향해 있었다.


<썸머 필름을 타고>의 '맨발'은 모두의 무시 속에서도 끝내 사무라이 영화를 만들었고,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의 혼란스러운 현장 속에서도 카메라를 멈추지 않았고,

<린다 린다 린다>의 여고생들은 여러 고난 속에서도 마지막 공연을 위해 악기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작렬하는 여름 태양 아래서, 무언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마음 하나로 땀을 뻘뻘 흘리며 달려가는 청춘들의 이야기였다. 수많은 상영작 중 이 영화들이 각별한 사랑을 받았던 이유는, 무언가를 향해 전력으로 달려가던 영화 속 인물들의 모습이 어쩌면 우리 각자의 지난 여름을 닮아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서툴고 불완전한 모습으로 꿈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시절, 실수와 좌절 속에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던 간절한 마음을 기억하는 관객들에게 이 영화들은 깊은 공감과 위로를 전했을 것이다.


이 세 영화를 보고 퇴장하는 관객들의 표정은 유독 밝았던 기억이 있다. 상영관을 나서는 모든 발걸음에는 웃음과 설렘이 묻어나왔고, 그 긍정적인 에너지는 상영관을 청소하기 위해 모든 관객이 퇴장할 때까지 문 앞에서 관객들을 배웅하던 필자에게까지 전해졌다.




시간이 흘러 계절이 바뀌어도, 그 뜨거웠던 한여름의 소리와 빛, 반짝이던 열정은 여전히 관객들의 마음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KT&G 상상마당 시네마의 2025년 여름을 빛내준 세 편의 영화는, 이러한 이유로 오래 기억될 지도 모르겠다. 누구의 여름보다도 진심이었던, 영화 속 그들의 여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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