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위한 좋은 가치에 투자하다
여러분은 투자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요즘은 워낙 플랫폼이 발달해서 많은 분이 투자를 재테크 용도로 활용하시는 것 같아요. 투자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얻기 위해 어떤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투입하는 행위’를 의미하는데요. 이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투기’와 같지만, 투자는 생산 활동과 관계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죠. 즉, 투자의 가치는 나의 이익 창출과 함께 경제를 활성화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여기에 ‘임팩트’가 붙으면 더욱 확장된 가치를 의미하게 됩니다. 사회혁신과 글로벌 투자 생태계의 트렌드로 확고히 자리 잡은 ‘임팩트 투자’는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면서도 이익적인 측면에서도 성과를 냅니다. 세상을 바꾸는 사회적 이익과 개인의 이익이 하나 되는 시대가 열린 것이죠.
임팩트 투자는 일반적으로 재무적인 이익을 창출하면서 동시에 사회적ㆍ환경적 성과도 달성하는 장기적 관점의 투자를 말합니다. 기존의 투자가 경제적 성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임팩트 투자는 이러한 성과를 넘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에 무게를 두는 것이죠. 글로벌 투자은행 JP 모건에서는 ‘자본 회수를 넘어 긍정적인 영향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로 정의하기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사회책임투자(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와는 무엇이 다를까요? 사회책임투자란, 기업에서 윤리적 경영 활동을 촉진하기 위해 사회에 해를 끼치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고, 사회적 성과를 잣대로 일반 기업에 투자하는 활동을 의미합니다.
사회책임투자는 사회에 해를 끼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피하는 소극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지만, 임팩트 투자는 소셜벤처나 사회적기업과 같이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업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투자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어요.
기부금과도 차이가 있습니다. 임팩트 투자는 자선사업을 운영하는 비영리단체에 돈을 기부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해보려는 ‘사회혁신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러한 사회혁신 창업가들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투자 이외에 경험과 네트워크를 제공해 큰 도움을 줍니다.
임팩트 투자가 시작된 건 언제부터일까요? 사실, 임팩트 투자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습니다. 임팩트 투자의 기원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것이 바로 ‘어큐먼 펀드(Acumen Fund)’인데요. 어큐먼 펀드는 2001년에 창립된 세계 최초의 사회적 벤처캐피털로, 단순한 자선사업을 넘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회혁신 창업가에게 투자하고, 사회변화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어큐먼 펀드의 창립자인 ‘재클린 노보그라츠’는 뜻밖의 계기로 임팩트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어릴 적 이름을 새길 정도로 아꼈던 파란색 스웨터를 20년 뒤, 아프리카 르완다에서 한 소년이 입고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자신의 작은 행동이 낯선 세계의 누군가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후 1986년, 은행가의 삶을 포기하고 아프리카 르완다로 자원봉사를 하러 가게 되었죠.
자원봉사를 하던 중 배를 곯는 미혼모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마을에서 생산되는 땅콩으로 버터를 함께 만들어 팔아보기로 합니다. 이것이 큰 인기를 끌자 공장을 세웠고, 인력도 계속 늘어 결국 마을의 모든 미혼모가 땅콩버터로 생계를 꾸릴 수 있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를 계기로 어큐먼 펀드가 탄생하게 되었고, 현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비전 있는 사업가를 발굴하는 것은 물론, 경영지원, 사회혁신 네트워크 구성까지 폭넓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답니다. 우연히 발견한 파란색 스웨터로부터 시작된 임팩트 투자는 이제 세계적인 규모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글로벌임팩트투자네트워크(GIN)의 ‘2019 임팩트 투자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투자 규모가 5020억 달러(약 500조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임팩트 투자사로는 소풍(sopoong), D3쥬빌리, 임팩트스퀘어, HGI, 크레비스파트너스, 옐로우독 등이 있습니다. ‘소풍’은 지난 2008년 설립된 후 쏘카, 텀블벅, 자란다 등 69개 기업에 투자(2020년 9월 기준)했으며, 투자기업의 생존율이 76%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투자에서 그치지 않고, 코워킹 커뮤니티 공간 ‘카우앤독(cow&dog)’을 기반으로 초기 단계의 사회혁신 창업가들이 성장할 수 있도록 멘토링을 제공하고, 후속 투자까지 유치하는 등 액셀러레이터로서 활발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크레비스파트너스’는 2004년 법인을 설립한 국내 최초의 임팩트 투자 전문회사입니다. 2006년 한국소셜벤처대회(SVCK)의 기관 파트너로 활동했고, 2007년에는 자체적인 임팩트 비즈니스인 비영리 기관을 위한 모금 설루션 '도너스'를 론칭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20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고, 교육, 여가 활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비영리 사단법인 ‘루트임팩트’의 사례도 빼놓을 수 없는데요. 루트임팩트는 소셜벤처, 비영리단체, NGO 등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회혁신 창업가들의 공유 오피스이자 커뮤니티 공간 ‘헤이그라운드’를 운영 중입니다. 또한, 루트임팩트의 정경선 공동대표는 임팩트 투자 및 사회적 목적의 부동산 개발을 하는 ‘에이치지이니셔티브(HGI)’를 설립해 소셜벤처에 투자하는 등 사회혁신 창업가를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에이치지이니셔티브는 아쇼카 한국과 함께 헤이그라운드의 운영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앞서 소개한 임팩트 투자사들의 거점이 모두 성수동이라는 것입니다.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업에 나선 사회혁신 창업가들과 이들을 지원하고자 하는 임팩트 투자사들이 성수동에 모여 ‘소셜벤처 밸리’를 형성하고, 새로운 연대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청년창업지원센터 ‘KT&G 상상플래닛’도 성수동에 자리를 잡고, 사회혁신 창업가를 위한 공간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진행해온 청년창업 지원사업의 노하우를 토대로,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공간을 마련한 것인데요. 앞으로 다양한 분야의 제휴 파트너십을 통해 입주 멤버들에게 성장과 교류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입니다.
이제 비즈니스를 통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좋은 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가치의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임팩트 투자의 규모도 점점 커지면서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죠.
세상을 바꿀만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있지만, 상황적인 어려움으로 꽃을 피우지 못하는 이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앞으로 임팩트 투자가 더욱 활발해져서 사회를 바꿀 수 있는 모든 비즈니스의 성장에 밑거름이 되어줄 수 있길 바라봅니다. 상상플래닛도 공간을 기반으로 사회혁신 창업가들에게 좋은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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