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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TNG 상상플래닛 Feb 25. 2022

버려진 공간, 지속가능한 지역의 시작이 되다

플래닛 인터뷰 시즌 2: 낭만농객


한 마을에 버려진 오래된 창고, 누군가는 별 생각 없이 지나쳤을 이 공간에서 다른 누군가는 지역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쓰임’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지속가능한 지역을 만드는 로컬 매니지먼트 ‘낭만농객’인데요.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유기채’를 시작으로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해 새로운 지역의 모습을 만들어 가고 있는 낭만농객의 이야기를 <플래닛 인터뷰>에서 만나 볼게요!


*플래닛 멤버 ‘낭만농객’의 김수완 대표님과 김지수 매니저님을 상상플래닛 8층 커뮤니티 라운지에서 만났습니다. 인터뷰 영상을 통해 먼저 확인해 보세요.



지속가능한 지역을 꿈꾸며


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수완: 안녕하세요. 저는 낭만농객에서 서비스 운영과 영업을 맡고 있는 김수완입니다.

지수: 안녕하세요. 저는 낭만농객에서 마케팅을 맡고 있는 김지수입니다.


Q. 낭만농객은 어떤 회사인가요?

수완: 낭만농객은 소멸위험 지역을 대상으로 관광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는 로컬 매니지먼트사입니다. 지역에서 방치되는 공간이나 지역 주민을 브랜딩해서 관광객을 대상으로 여행 가능한 상품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낭만농객 김수완 대표(왼쪽), 김지수 매니저


Q. 소멸 위험 지역과 관련된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게 된 계기가 궁금해요. 

수완: 제가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났는데 자라나면서 지역을 자연스럽게 떠나야 하는 환경이 필수 불가결하더라고요. 대학을 가기 위해서 지역을 떠나고, 또 한 번 다시 직장을 들어가기 위해서 지역을 떠나는 현상들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을 해서, 이걸 통해서 ‘사회 문제를 바꿀 수 있는 일을 해볼까?’라는 계기가 낭만농객의 시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수: 저도 지방 출신인데요. 저희 친구들도 그렇고, 동창들도 그렇고 거기에 계속 남아있으면 약간 실패자라는 인식 같은 게 있어요. ‘어떻게 하다 이렇게 됐을까?’ 생각해보니까 지역에서는 할 수 있는 게 너무 없더라고요. 그래서 청년들이 남아서 할 수 있는 일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팀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유기채’


Q. 얼마 전에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유기채’의 첫 공간인 ‘양지리 창고’의 펀딩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우선, 프로젝트의 이름을 ‘유기채’로 정한 이유와 네이밍 과정이 궁금합니다.

지수: 버려진 공간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착안해서 유기되어 있는, 버려져 있다는 뜻에서 ‘유기(遺棄/abandoned)’라는 단어로 시작을 했어요. 그런데 그게 ‘유기적(有機/organic)이다’라는 뜻으로도 쓰일 수 있어서 ‘어,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고 보니까 ‘유기채’라고 이름을 지으면 그 안에 있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또 여러 가지 유기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하나의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을 잘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지은 이름이고요. 또 저희가 ‘한국의 요소들을 살리는 공간을 만들자’라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외래어 사용은 최대한 지양하려고 했어요. 그래서 유기채라고 짓는 게 잘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Q. 첫 번째 유기채 ‘양지리 창고’는 프라이빗 영화관으로 조성하셨더라고요. 다양한 종류의 공간 중 프라이빗 영화관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지수: ‘양지리 창고’는 철원 양지리 마을에 있는 창고예요. 저희가 처음 갔을 때 소개해주신 이장님께서 “여기를 쓰겠다고?”라고 하실 정도로 버려져 있었고, 당장은 쓸 수 없을 것 같은 공간이었거든요. 근데 막상 열고 들어가면 날것의 창고의 모습이 굉장히 매력적이고, 그 안에 있는 빨간색 조명이나 파란색 조명이 엄청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그런 공간입니다.


첫 번째 유기채, 프라이빗 영화관 ‘양지리 창고’ ⓒ낭만농객


지수: 양지리 창고가 원래 전시장으로 사용되던 곳이거든요. 그래서 전시할 때 쓰였던 거대한 파란색 스크린이 남아 있더라고요. 스크린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꼭 살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어떻게 해야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니까 ‘여기서 영화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싶더라고요. 문을 닫으면 엄청 캄캄하고 빛이 하나도 안 들어오는 공간이라서 영화를 보기 딱 좋겠다 싶어서 프라이빗 영화관으로 개조를 하게 됐습니다.


Q. 양지리 창고를 잘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수완: 양지리 창고는 100% 감상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어요. 그래서 두 가지 작업을 크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첫 번째는 음악을 진짜 풍성한 사운드로 감상하는 작업, 그리고 영화를 거대하고 파란 화면으로 감상할 수 있는 작업, 이렇게 두 가지로 구분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외의 것들은 사실 오시는 분들이 마음대로 뭔가 자유롭게 창작 활동을 하시거나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을 거예요. 영감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위한 영감의 공간 ⓒ낭만농객


Q. 공간의 ‘쓰임’을 바꾸는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나요?

수완: 공간 업사이클을 시작하고, 양지리 창고를 첫 번째 공간으로 데려오면서 저희 팀에서 내부적으로 ‘플라이휠’* 같은 걸 만들었어요. 이 공간을 지속해서 주 사업으로 돌릴 수 있는 플라이휠이었는데, 장기적으로는 이 공간을 통해서 지역의 트래픽을 만들어가자는 목적을 가지고 있고, 그래서 1차적으로 우리가 할 것들은 공간의 퀄리티를 계속해서 높이는 작업, 그리고 2차적으로는 이 퀄리티가 높아진 공간 때문에 여행객들을 계속 유치시키는 작업, 그리고 3차적으로는 유치한 여행객들 덕분에 저희가 또 매출을 얻고, 이 매출을 다시 공간에 재투자하면서 공간을 다시 퀄리티 있게 높이는 과정을 계속해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공간을 만들면서 퀄리티를 계속 높여야 하는 문제는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 같아요.


*플라이휠(Flywheel): '떠 있는 바퀴'라는 뜻으로 성장을 만드는 선순환의 수레바퀴를 의미. 아마존의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 의장이 제시한 아마존의 성장 원리이자 사업 모델로 알려져 있다.


▶ 첫 번째 유기채 '양지리 창고' 자세히 보기



지역에서 또 다른 지역으로


Q. ‘양지리 창고’를 시작으로 철원군에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한다고 들었어요. 또 어떤 공간을 철원에서 만나볼 수 있을까요?

수완: 두 번째 공간은 ‘양촌약방’이라는 공간인데 철원군에 오덕리라는 원도심 마을이 있어요. 그 마을에서 몇 년간 방치되던 폐 약방을 개조해서 지역 주민과 여행객을 모을 수 있는 허브 공간으로 조성하려고 합니다. 그게 구체적인 기능으로는 코워킹 스페이스 정도가 될 것 같아요. 그리고 그다음 공간은 이제 지역 주민과 또는 지역의 아티스트와 여행객들, 여러 사람의 작품을 전시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로컬 숍으로 개조하려고 합니다.


두 번째 유기채, 코워킹 스페이스가 될 ‘양촌약방’ ⓒ낭만농객


Q. 지역 활성화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레 ‘도시재생’이라는 개념이 떠오르기도 하는데요.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과 낭만농객의 클러스터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수완: 두 가지 관점에서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첫 번째는 ‘도시재생 사업을 누가 주체가 돼서 만드는가?’ 두 번째는 ‘이 도시재생 사업이 누구를 대상으로 진행되는가’ 정도일 것 같은데 기존의 도시재생 사업은 사실 지자체가 주도해서 지역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던 사업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지자체 도시재생 사업은 비즈니스적인 측면이 고려되지 않고 지역 주민의 편의와 복지 등을 고려 요소로 삼았던 게 많아요. 지역 주민이 많이 모여있는 곳, 가장 가까운 곳에 복지 시설을 짓는 것이 대부분인데, 저희 팀의 클러스터는 낭만농객이라는 기업체가 들어가서 도시 조성을 하기 때문에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가장 많이 고려해요.



수완: ‘이 공간을 진짜 판매할 수 있을 것인가?’, ‘지속적으로 트래픽을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많이 고민하고, 2차적으로는 우리가 만든 클러스터를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아이디어를 내고 브랜딩하지는 않아요. 물론 지역 주민들도 대상이 되지만, 더 큰 비중의 대상은 타 지역의 여행객이에요. 사람들을 우리 공간을 통해 이 지역에 물리적으로 오게 하고, 장기적으로는 클러스터를 통해 지역의 트래픽을 만들어 가고 있는데요. 기존 도시 재생과 낭만농객의 가장 큰 차별점은 저희가 만든 클러스터를 다른 지역에도 그대로 복제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차별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확장성에 차별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Q. 얘기를 들어 보니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낭만농객 클러스터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될 것 같아요. 혹시 철원 이후에 예정되어 있는 클러스터 구축 계획이 있으신지 궁금합니다.

수완: 철원군 클러스터 이후에는 여러 지자체에서 저희 팀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셨는데요. 올해 1분기부터는 양구군과 협업을 하게 됐습니다. 양구군에서는 로컬 플레이어를 육성하는 사업을 먼저 하려고 하는데요. 양구의 지역 주민 50 인을 발굴해서 여행객을 대상으로 관광을 제공할 수 있는 로컬 플레이어로 육성하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이런 50 인의 플레이어를 육성한 후에 철원군과 똑같이 방치되는 공간을 발굴해서 물리적으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거점 공간으로 브랜딩하는 작업을 시작하려고 합니다.



낭만농객이 만들어갈 새로운 세상


Q. 로컬 트립으로 시작해 관광 클러스터를 구축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아요. 지속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사업을 키워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이었나요?

수완: 모든 스타트업이 다 똑같이 겪는 문제일 것 같은데 팀에서 사업을 진행하면서도 피봇팅*이랑 디벨롭이 굉장히 많아요. 이런 피봇팅이 있을 때마다 자금 문제가 굉장히 따라오더라고요. 그래서 자금적인 것들이 고갈될 때 정신적으로 힘들고, 실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현실적인 기반으로 많이 어려움을 겪는 것 같습니다.


*피봇팅(Pivoting): 기존 사업 아이템을 포기하고 방향 전환에 나서는 것을 의미


Q.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게 만드는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지수: 저한테 원동력이라고 한다면 이 사업을 하면서 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들도 너무 소중하지만, 같이 일을 하면서 이 팀을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되게 많이 들거든요. 저희 팀원들이 다 너무 좋고, 같이 일하는 게 재밌고, 그래서 이 팀을 꼭 이어나가서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또 하나의 원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수완: 사업을 영위하면서 자아실현을 계속해서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구체적으로는 저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건축가였고, 여행을 굉장히 좋아했고,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싶었거든요. 또 뭔가를 만들고, 공방을 운영하면서 돈을 버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낭만농객을 하면서 점점 이런 모습에 가까워질 수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점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Q. 낭만농객이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수완: 낭만농객이 지역에서 당기적인 역할을 하는 위치가 되는 거예요. 1차적으로는 저희가 클러스터를 조성하면서 여러 타 지역의 청년들이나 지역 주민들을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이유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들이 지역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놓고, 저희가 빠지더라도 이런 선순환 구조가 계속해서 지역민이나 타 지역 청년들을 통해서 지속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지수: 저는 사람들이 살고 싶은 데서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지역에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만들고, 청년들이 일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면 꼭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니어도 진짜 내가 살고 싶은 데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목표를 가지고 일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나에게 '낭만농객'이란?


지수: 나에게 낭만농객이란 ‘행복한 삶을 만들어 주는 곳’이다.

수완: 나에게 낭만농객이란 ‘우주에 가기 위한 로켓’이다! (웃음)









*낭만농객을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낭만농객 홈페이지

- 낭만농객 인스타그램

- 공간 업사이클링 프로젝트 ‘유기채’ 인스타그램


<플래닛 인터뷰>
저마다의 상상으로 사회혁신을 만들어가는 플래닛 멤버의 인터뷰 콘텐츠입니다. 정제된 콘텐츠를 통해 플래닛 멤버들의 비전과 가치를 즐겁게 조명해봅니다. 앞으로 전하는 이야기가 여러분에게 영감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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