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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통통샤인머스캣 Feb 15. 2021

행복 증진 5개년 계획, 이런 건 왜 없을까?

일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행복감 대폭 늘려야


18세기 영국의 시인인 새뮤얼 존슨은 “최소한의 불행을 겪으면서, 가장 큰 행복을 얻는 기술은 작은 것을 관찰함으로써 얻을 수 있다”라고 했다. 여기서 작은 것을 관찰하는 기술은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숨겨진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아닐까.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벌컥 마셔버리는 것이 아니라 잠시 고소한 커피 향기를 느끼고, 조금씩 맛을 음미하는 것이나 퇴근길 전철에서 내다보이는 석양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감상에 잠기고, 저녁 산책을 하는 강아지가 전봇대나 나무에 오줌을 싸는 모습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것들이다. 이런 소박하고 다양한 일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으려면, 분주한 마음을 내려놓고, 일상의 것을 그 자체로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사소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서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은 행복감을 느끼는데 필수적이다. 공자님은 이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운 면을 가지고 있지만, 모두가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건 아니라고 했다. 가령 아내가 해주는 따뜻한 집밥을 먹으며 반찬 투정하거나 스마트폰을 보며 무미건조하게 먹는 것이 아니라 나를 위한 고급식당의 전용 요리사의 특별요리처럼 맛있게 먹고,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만족감을 보여주는 것이 일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것이다.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일상의 미적 가치를 깊이 음미하는 능력이 주는 행복감에 대해 정확히 언급하는 장면이 나온다.


 댄(남자 주인공): “난 이래서 음악이 좋아. 지극히 따분한 일상의 순간까지도 의미를 갖게 되잖아. 이런 평범함도 어느 순간 갑자기 아름답게 빛나는 진주처럼 변하거든. 그게 음악이야.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진주들이 잘 보이지 않게 됐어
 그레타(여자 주인공): 진주에 비해 꿰는 줄이 늘었어요?
 댄: 진주까지 가는 길이 점점 더 길어져 그래도 이 순간은 진주야. 그레타. 지금까지의 시간들도 전부 진주야.


 댄은 평범하고 사소한 순간도 음악을 통해 의미를 갖고, 아름답게 빛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이가 들수록 그 아름다움도 잃어가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 순간이 진주야~”라고 믿으면서,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사소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마음을 회복한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헤먼즈 펠리샤라는 분이 말했다. “우리들이 가는 곳에 아름다움이 없는 곳은 없다. 조심성 있는 눈으로 보는 모든 것 속에서 언제나 아름다움을 탐구한다면 말이다.” 댄이 그레타의 단선율의 노래에 여러 악기들의 연주음을 넣어 멋진 곳으로 만들어주었듯이 일상의 사건에 아름답게 의미 부여하는 효과음을 줄 수 있고, 그 아름다운 선율을 찾아내는 기쁨도 얻을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 정신과 의사인 빅터 프랭클은 그의 책에서 일상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순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아우슈비츠에서 바바리아 수용소로 이송되는 도중에 호송열차의 작은 창살 너머로 석양빛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잘츠부르크 산 정상을 바라보는 우리의 얼굴을 보았다면, 그것이 절대로 삶과 자유에 대한 모든 희망을 포기한 사람들의 얼굴이라도 믿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바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토록 오랫동안 그리워하던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곤 했다.”
     “밖에 나가서 우리는 서쪽에 빛나고 있는 구름과, 짙은 청색에서 끊임없이 색과 모양이 변하는 구름으로 살아 숨 쉬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진흙 바닥에 파인 웅덩이에 비친 하늘의 빛나는 풍경이 잿빛으로 지어진 우리의 초라한 임시 막사와 날카로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감동으로 인해 잠시 침묵이 흐른 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세상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로마의 황제이자 철학자인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인생의 아름다움에 거하라. 별들을 보고, 그것들과 함께 달리는 당신을 보라’고 했다. 안네 프랑크는 ‘아직도 그대의 주변에 남아있는 모든 아름다움을 생각하고 행복해라.’는 말을 남겼는데,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은 거창하고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그것은 내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장점을 찾아내고, 자연의 신비로움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내가 경험한 상대방의 작은 배려와 친절에 고맙다고 말하며 더 자주 느낄 수 있게 격려하며  강화시키는 것이다. 마치 포켓몬을 사냥하는 것처럼, 우리 주변의 사물과 벌어지는 현상에서 주의 깊게 관심을 가지고, 미적 의미를 찾아보는 연습을 숙달해 나가는 것이다.


 영국의 정신분석가 멜라니 클라인은 대상관계나 대상 추구 욕구를 넘어서 다른 사람의 세계관, 관심, 포부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진정한 성숙이라고 말했다. 나로부터 출발한 사랑의 시선이 세상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으로 확대될 때, 사소한 순간에서 더 다양한 의미를 끌어내며 아름다움을 음미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길 것이다.  


 어쩌면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것은 여행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관찰하는 여유로움에서 충분히 배양될 수 있다. 여행자처럼 인생의 여정마다 경험한 다양한 의미를 음미해 보고, 삶의 의미를 기억으로 저장해 놓고 내일 펼쳐질 여정에 대한 기대를 해보며 행복감에 젖어드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여행은 끝이 있는 과정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행복은 어쩌다 한 번 일어나는 커다란 행운이 아니라 매일 발생하는 작은 친절이나 기쁨 속에 있다”라고 행복의 원리를 간파했다. 그 역시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작은 친절과 기쁨의 가치를 통해 행복을 느끼는 마음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만들어가는 것임을 알아본 것이다.


 마가렛 런벡이라는 사람도 “행복은 당신이 도착하는 역이 아니라 여행의 방식이다”라며 여행자의 마음으로 삶을 사는 방식을 강조했다. 목적지로 가는 과정에서 순간의 의미를 음미하며 길을 잃지 않는 것은 여행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능력이다. 실제로 우리 삶의 많은 것들과 삶 자체는 목적지만큼 그 과정 자체에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들은 일상의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고 있다.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느라 혹은 낙오될까 봐 신경 쓰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빨리 더 많은 성과를 내야 하는 결과 중심, 비교우위의 가치관은 목적을 위해서 현재를 희생하는 태도를 낳고 일상의 소소한 가치에 제대로 의미를 부여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위대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다른 사람과 거의 비교하지 않는다. 자신이 과거에 이룬 성취와 미래의 가능성에만 신경 쓰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갈 뿐이다. 나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면 할수록, 개인의 단점을 극복하는 것에 주목하는 것이 아니라 남을 이기는 에너지를 내기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게 되는데, 이것은 진정한 성장을 가로막는 것이다. 비교의 기준이 오직 남이기에, 남과 비교해서 자신의 잠재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남보다 앞서가면 잠시 안도의 한숨을 쉴 수는 있어도, 또 다른 경쟁자들이 출현할까 봐 긴장하며 촉각을 곤두서게 되느라 일상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을 놓치며, 자기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으로 사는 자유를 빼앗기는 것이다.



 추신수와 이대호

 만약 추신수와 이대호 선수를 서로가 받는 연봉을 비교하며 성공 여부를 판단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추신수 선수는 메이저리그 텍사스에 주전 선수로, 이대호 선수는 롯데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뛰고 있다. 추신수 선수는 오랜 마이너리그에서의 고생과 경험을 밑천으로 메이저리그에서 주전 선수로 활약하고 있고, 이대호 선수는 국내 리그 4번 타자에서 화려한 족적을 남기고 일본 야구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주전 선수로, 일본리그에서 우승을 거머쥐고, 일본시리즈 MVP에 선정되었다. 더 많은 연봉을 주겠다는 제의를 뿌리치고, 34세 적지 않은 나이에 2016년 메이저리그에 도전했다. 간신히 얻은 메이저리그 초청선수 자격으로 시애틀 메리너스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지만, 재계약을 하지 않고 고향팀 롯데를 우승시키며 마지막 선수 시절을 마무리하고 싶다며 국내 리그에 복귀했다. 여기서 추신수는 성공했고, 이대호는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이대호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는 그의 꿈을 단기간에는 이루지 못했지만, 그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에서 밑바닥부터 시작한 경험을 통해 그는 아마 주전 선수로 계속 타석에 서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았을 것이다. 야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고 싶었다던 그의 가치관에 따라 선택한 국내 리그는 메이저리그와 다름없었을 것이다. 그는 그 경험을 통해서 다시금 일상에서 많은 진주들을 건져낸 경험을 해낸 것이다.


 삶을 살다 보면 삶이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런데 삶에서 더 많은 행복감을 건지려면, 문제가 없는 삶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고 여기고, 문제를 해결하는 그 힘든 과정에서도 일상의 의미를 차곡차곡 끌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더 필요하다. 문제를 통해 자신이 성장할 수 있음을 믿고, 일상의 아름다움을 건지는 과정에 주목하는 이런 태도는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문제에도 불구하고 삶이 괜찮다고 살아가는데 상당한 도움이 된다. 살면서 삶이 잘 풀릴 때에는 겸손하고, 힘들 때는 더 재미있게 살아가도록 삶을 보다 적응적이고, 유연하게 풀어가는 것이 일상에서 많은 진주들을 건져 올리는데 더 유리할 수 있다.


 박찬호의 마음 챙김

  오래전 일이지만, 박찬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천문학적인 연봉 계약을 하고 들어간 텍사스 팀에서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을 때, 다음날 야구장 가는 것이 너무 두려웠다고 한다. 아픈 몸을 가지고 참고 마운드에 올리는 게 두려워 절망의 나날을 보내던 어느 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는데 그날따라 자신이 너무 불쌍해 보였다고 한다. 그래서 거울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찬호야... 찬호야... 찬호야.. 너 참 가엾다.’는 말이 나오더란다. 그리고 ‘다시 살아보자. 지금 나는 어차피 바닥이니까. 더 내려갈 곳도 없잖아’ ‘괜찮아, 다시 해보자.’라고 말해주었다고 한다.


 박찬호 선수가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가여웠던 자신을 그렇게 토닥토닥 안아주었던 그 순간 일상의 진주를 건져낸 것이다. 가끔 좋지 않은 일과 걱정되는 일이 벌어지는 우리의 삶에서도 사소한 기쁨과 일상의 아름다움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찾아낼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의 심미안을 회복해야 한다. 어려울수록 더 절실하게 우리 안에 있는 소중하고,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삶의 의미와 가치를 발견해 보려고 노력한다면, 일상의 아름다움을 깊이 음미할 수 있는 미적 역량을 갖게 될 것이다. 정신건강과 관련된 좋은 정책적 논의가 다양해지길 바라면서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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