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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Sep 23. 2019

아이폰 11 프로를 통해 바라본 애플의 미래

아이폰 11 프로 미드나잇 그린 리뷰


아이폰 11 시리즈가 지난 9/10 애플의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공개되었습니다. 





이미 여러 미디어를 통해 새 나왔었던 하드웨어 디자인과 동일한 모델임을 확인하는 자리였고, 프로의 경우 너무 부각되어버린 후면 카메라 디자인 때문에 공개와 동시에 큰 호불호를 양산했습니다. 애플은 아이폰 11과 아이폰 11프로 모델에 여러 새로운 컬러를 선보였는데요, 그중 아이폰 11 프로의 기본 색상으로 부각된 미드나잇 그린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크게 엇갈리고 있습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아이폰 11 프로 미드나잇 그린 모델을 구매해 사용하며 받은 느낌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역시는 역시’입니다.  


물론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이번에 하드웨어에서 놀랍게 진화된 디자인을 찾고자 하셨다면, 아쉽지만 실망 외에는 찾아보기 힘드실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초창기 아이폰의 둥글둥글한 디자인이 아이폰 4와 5에서 각진 형태로 진화했었고 그것이 다시 아이폰 6부터 커브 감 있는 모서리로 진화하면서 외형적 변화는 현재까지 멈춰있는 상태입니다. 


아이폰 외관 디자인 변천사


또한, 2017년 아이폰 X가 홈버튼 없는 전면 스크린을 소개한 이후로 디스플레이의 모양은 카메라의 위치와 베젤의 면적 등에 따라 조금씩 바뀔 뿐 큰 변화는 없습니다. 삼성의 갤럭시 폴드 같은 접이식 핸드폰이 나오지 않는 한 하드웨어에서 우리가 감탄할 만한 진화는 목격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왜냐하면 현재의 프레임 안에서 더 발전할 만한 구석은 외형 모서리의 각도, 디스플레이와 카메라의 배치, 그리고 컬러 정도이기 때문입니다.  


갤럭시 폴드는 최근 스마트폰 디자인 중 가장 획기적인 시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애플은 아이폰 11과 아이폰 11 프로에서 새로운 컬러들을 선보였고 그중 미드나잇 그린을 프로의 메인 컬러로 지정함으로써 이 새로운 컬러를 밀어주는 듯 한 인상을 대중에게 주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 컬러는 그린이라기보다는 그레이에 가깝습니다. 게다가 미드나잇 그린이라고 하는 이름의 펜톤 컬러를 찾아보면 #004953의 색이 나오는데, 실제로 육안으로 보면 #232F2D 정도에 가까운 녹색이 첨가된 그레이가 더 정확할 것입니다. 


미드나잇 그린이라는 이름의 색상


그렇게 보면 이름에 방점이 ‘그린' 보다 ‘미드나잇'에 찍혔어야 하는데, ‘그린'에 더 초점이 가면서, 네이밍이 사람들을 미스 리딩 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오히려 그린으로 제대로 갈 거면 포르셰 911 모델에 많이 사용하는 다크 한 올리브 그린 계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포르셰의 그린 색상


그렇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색상이 대단히 무난하다는 점과 매트 재질의 마무리가 꽤 고급스럽다는 점입니다. 카메라 부분과 뒷면 텍스쳐의 이질감을 언급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엄청난 하이 퍼포먼스를 내는 프로의 카메라를 대놓고 자랑하듯이 보여주고 싶어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럴 만도 하고요. 


사실 이번 아이폰 11 프로 모델은 카메라 기능이 좋은 휴대폰이 아닌, 인터넷이 되는 카메라라고 보는 편이 더 맞을지 모르겠습니다. 



새로 소개된 카메라는 트리플 렌즈로 구성이 되어 있는데요, 울트라 와이드, 와이드 그리고, 텔레 포토입니다. 하나의 렌즈에서 줌을 조작하는 것이 아닌, 줌 영역대에 따라 다른 렌즈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렌즈는 울트라 와이드입니다. 많은 경우 광각 사진을 찍으려면 어안 렌즈가 필요했었는데, 이제는 추가 렌즈 없이 탁 트인 배경을 함께 담을 수 있는 렌즈가 장착된 것이죠. 물론 중심부를 제외한 주변부에는 멀어질수록 형태의 왜곡이 생기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도 광각 렌즈의 맛이라면 맛이겠죠.  


한자리에서 찍은 울트라 와이드, 와이드, 텔레포토 (왼쪽 사진부터)


그다음으로 마음에 드는 부분은 나이트 모드라고 하는 새로운 기능입니다. 그동안 어두운 곳이나 밤에 촬영할 때 구글이나 화웨이 폰 등에게 미치지 못하는 좋지 않은 카메라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었는데요, 이번에 나온 나이트 모드의 경우 확실히 진화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구글 픽셀 폰의 경우 어두운 공간이 너무 환해지면서 좀 과한 거 아니냐는 평들이 있는데요, 이번 아이폰 시리즈의 나이트 모드의 경우는 어두움은 어두움대로 살리고 사진 전체의 퀄리티를 올리는 듯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텔레포토의 경우 활용도가 기본 와이드 앵글 혹은 울트라 와이드에 비해 얼마나 좋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겨주는 맛이 분명히 있긴 한데, 피사체가 너무 당겨져 버릴 경우 초점을 잡고 사진의 구도를 잡기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어, 저라면 굳이 텔레포토를 쓰지 않고 와이드 모드에서 구도를 잡아가며 사진을 촬영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번에 업그레이드된 카메라 성능의 활용도를 더욱 이끌어 줄 만한 것은 새롭게 제시된 UX 기능들인데요. 그중 제 눈길을 가장 먼저 사로잡은 부분은 사진을 찍다가도 동영상을 찍고 싶을 데 그냥 촬영 버튼을 꾹 누르고 있으면 동영상 촬영으로 바로 넘어가는 기능입니다. 이는 인스타그램 같은 앱에서 먼저 소개된 UX 패턴이지만, 요즘 사용자를 잘 고려한 적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빠르고 쉽게 앵글을 조정하고 또 편집해 SNS에 공유할 수 있도록 동영상 편집 기능이 강화된 것도 큰 장점으로 보입니다. 20대 이하 사용자들의 경우 글과 이미지가 아닌 비디오를 매개체로 한 소셜 플랫폼 사용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을 보면, 적절한 진화가 아닌가 합니다. 


특히, 스마트폰이 이미지 혹은 동영상 콘텐츠를 창작하는 툴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소비하는 창구의 역할도 하는 만큼, 더 좋아진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카드 그리고 사운드 시스템은 아이폰 11 프로가 확실히 방향성과 트렌드 모두 잘 읽고 만든 제품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고 스티브 잡스


많은 사람들이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었다면 요즘 같은 애플의 디자인은 나오지 않았을 거란 말을 합니다. 일견 동의하는 바입니다. 형태적 진화와 관련된 혁신적 발표는 점점 사라져 가는 것도 맞고요. 하지만 이건 어떤 면에서 애플이 현재 가지고 있는 비전과 디렉션이 바뀌었다는 반증이 아닌가 합니다.  



사실 하양 시장으로 이미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 스마트 폰을 한대라도 더 많이 팔지가 아닌, 어떻게 하면 우리 에코 시스템에 사용자를 더 붙잡아 둘 지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얼마 전부터 애플 키노트에서 무대의 주인공은 하드웨어보다는 새롭게 소개된 온라인 서비스 플랫폼이었습니다. 애플에게 아케이드, 티브이 +, 애플 카드 등등의 서비스 플랫폼이 그들의 차세대 먹거리인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애플의 디자인이 하드웨어의 혁신적 발전으로 평가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입니다. 오히려 새롭게 제시되는 서비스 플랫폼들을 이 하드웨어가 얼마나 효과적으로 서포트할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이죠. 더 좋은 퍼포먼스를 내는 카메라, 더 빠르고 좋은 화질로 영상을 보고 게임을 할 수 있는 디스플레이와 그래픽 프로세서 등이 애플에겐 외관의 심미적 완성도보다 더 중요해진 것이죠.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애플의 아이폰 11 프로 디자인이 조금 실망스러운 외관 디자인을 가지고 있지만, 현재 시장의 니즈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최고의 스마트폰임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인 것 같습니다.


유튜브 영상 링크
https://youtu.be/zuk4okDy1po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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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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