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에도 무슨 일 있을걸?
그때 기억에 남는 뉴스 중 하나가 한국에서 '포켓몬 GO(PokemonGO)'를 플레이하기 위해 속초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난다는 것이었다. 아직 정식 상륙하기 전이나 속초에 우연인지 계획적 인지 모르게 열려있다는 소식이었다. 그래서 많은 젊은이들이 포켓몬을 잡으로 속초로 여행을 떠났다고ㅎㅎ
나도 잡으러 갈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지만 2주 남짓한 고국 방문 스케줄에 발길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현재 나는 '포켓몬 GO'를 매일같이 하고 있다. 물론 귀여운 몬스터들을 잡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내가 직업으로 하는 디지털 플랫폼 개발 및 디자인 분야에서 현재 가장 핫한 아이템이기에 분석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내 나름대로 분석한 '포켓몬 GO'의 성공 요인과 이를 바라보는 몇몇 잘못된 시각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포켓몬 GO'의 성공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다.
기본적으로 어떠한 기업 혹은 제품을 광고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인지도를 높여 장악력을 발휘하려는데 있다. 사람들은 관성의 법칙처럼 익숙한 것에 끌리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지 속에 의식적 혹은 무의식적으로 어떠한 컨탠츠를 심으려 하는 것이 광고의 핵심이다. 이번 '포켓몬 GO'의 경우는 인지적인 측면에서 애초에 광고가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 현재 디지털 세상에서 가장 많고 다양한 활동을 하는 세대는 20,30,40대이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들은 소셜 서비스를 통해 교류하고, E-commerce를 통해 소비하며, 무한한 웹상의 리소스 및 테크놀로지에 대해 오픈되어 있다. 그런 젊은 세대들이 이미 모두 아는 포켓몬이라는 브랜드는 애초에 엄청난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메가 브랜드였다. 그리고 그 브랜드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법, 즉 게임의 현실화를 통해 순식간에 많은 이들을 '포켓몬 GO' 중독자로 만들어 버렸다.
파급력 + 빅데이터
사실 한국이야 네이버 혹은 다음 맵이 장악하고 있다지만,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지도는 구글이 거의 압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 때 웬만한 베이스는 모두 구글멥이고, 기본 틀 안에서 무수히 많은 튜닝들을 통해 다양한 모습의 구글 멥들이 존재해 왔다. 그리고 수십 년간 수십억 명의 데이터를 축적한 구글은 이미, 어떤 위치에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목적으로 가는지 등에 대해 전 세계 어느 정보기관 혹은 어느 회사보다도 방대하고 치밀한 데이터를 가진 조직이다. 실제로 당신이 어디를, 언제, 왜 가고 싶어 하는지를 미리 예측할 정도로 발전해 있다. 그리고 '나이엔틱스-포켓몬 개발사'의 자체적인 경험과 빅데이터 분석이 구글멥의 파급력과 데이터를 만났을 때의 시너지는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처럼 실로 대단하다고 밖에 말할 수 없다.
많은 이들이 AR(증강 현실) 혹은 VR(가상현실)에 대해 의구심을 표하곤 한다. 과연 그것이 미래의 플랫폼 일지 아니면 그저 화려한 신기루에 그칠 것인지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디지털 업계에 직접 들어와 있는 사람의 관점에서 볼 때 논쟁은 사실 무의미 한 수준이고 그것의 확정적 예시가 이번 '포켓몬 GO'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부분이, 사람들이 고작 증강현실을 체감하고자 무거운 핼맷 혹은 고글을 쓰고 다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틀렸다. 우선 증강 현실 및 가상현실의 구연을 돕는 헬멧 형태의 제품들은 점차 말도 안 되게 소형화/정밀화 될 것이고 몇 년 후부터는 그냥 렌즈 하나 정도 끼면 될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소위 스마트 폰은 간단한 수준의 증강 현실을 구현하기에는 너무나 안성맞춤인 기기이다. 그리고 이미 전 세계에 보급되어 있다. 한마디로 '포켓몬 GO' 같은 콘텐츠가 나오면 사용만 하면 될 정도로 진입 장벽이 낮다는 소리다.
이 3가지 이유 외에도 Gamification, Socialization 등 너무나 많은 이유들이 '포켓몬 GO'의 성공을 뒷받침하고 있지만, 사실 이 3가지 이유 만으로도 이 플랫폼은 무조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었다.
내가 보았던 아티클 중 특히 이 두 가지가 어이가 없었다.
이 플랫폼은 오픈이 되면 한국 내에서는 당연히 유저들이 생길 것이다. 10대와 20대를 필두로 한 기존의 뽀로로 팬층이 플랫폼이 말도 안 되게 후지지 않은 한 사용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가 80,90년대 일본의 소니를 베껴가며 따라온 백색가전의 성공 신화를 모방하는 것이지만, 장담하건대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먹힐 수 없는 안타까운 방법이다. 소프트웨어의 힘은 오리지널리티와 그의 빠른 확장성에서 나오는 경우들이 많다. 우리는 언제까지 오리지널리티를 개발 및 발전시키는 방법을 차지하고, 우물 안 개구리만 키우는데 힘을 쏟을 것인가? 저 멀리서 당신을 송두리째 삼킬 파도가 밀려오는데?
기사 원문 - [한현우의 팝 컬처] 속초에는 아무 일 없다
젊은이들에게 무전여행의 추억을 떠올리시며, 뭔가 낭만과 호연지기를 설파하시려는 것 같지만, 실상은 본인의 추억에 젖어 앞으로 다가올 세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정저지와'의 시선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우선 속초는 그분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예전과 Physically 동일하지도 않다.(많은 젊은 사람들이 그들만의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지역 상권을 개발 및 발전시키고 있다.) 또한, 한국에 아직 정식 론칭은 되지 않았지만 조금이라도 먼저 열린 서비스를 경험하고자 하는 유저들과 그들을 통해 지역 가치 상승을 도모한 지자체들의 발 빠른 행보에서 나는 오히려 이전에 비해 발전된 소통과 소비의 패턴을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한마디로 그분이 방안에서 9시 뉴스 잠깐 보신 결과로 적으신 속초에 대한 감회와 진짜 속초에서 사람들이 즐기는 순간들 사이에는 이미 엄청난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와 발전의 패러다임이 우리가 개인으로서 혹은 국가로서 앞으로 도전하고 이겨 나가야 할 시대가 열렸다. 분명히 많은 어려움도 있겠지만 누가 더 발 빠르게 그 패러다임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향배가 달라질 것이 자명하다. 그렇기에 제발 이 글을 읽고 계시는 여러분들 중에 그까짓 포켓몬 하시는 분이 계셨다면 생각을 조금은 달리해 보셨으면 한다. 그리고 속초에는 지금 이 순간에도 분명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디자인 회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팟캐스트 쌩스터 아이디어의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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