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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May 16. 2017

쌩스터, 텐센트 본사 방문기 (下)

텐센트 디자인의 심장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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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들어선 별관.


텐센트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본관 이외에도 주변에 몇 곳의 별관 건물을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러 곳으로 산재되어있는 인력들을 올해 여름 완공되어 입주가 시작될 신사옥으로 점진적으로 모두 옮길 것이라고 들었다. 회사 투어 가이드가 미니어처 모형과 함께 설명해 주긴 했지만, 신사옥의 외관은 미래적일 뿐 아니라, 최첨단 IOT 기술들을 갖춘 실험적 건물이라는 것이 그들의 설명이었다. 신사옥에서 디자인팀을 만날 수 있었다면 더 신이 났을 수도 있었지만, 한 편으로 그들의 역사적인 디자인들이 탄생한 심장에 발을 들여놓을 생각을 하니 더욱더 기대가 되기도 했다.


텐센트 신사옥 모형


일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나단의 팀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회의실로 가는 디자인팀의 복도에는 그들이 브랜드 시스템을 연구, 발전시키며 만든 각종 포스터와 타이포그래피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 등이 눈에 띄었다. 회의실에 도착해 조나단과 팀원들을 기다리며 수현 님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다가, 혹시 오늘 준비해오신 프레젠테이션 파일이 있으시면, 여기 있는 프로젝터 사용하시면 된다고 알려주시는 것이었다. 아뿔싸... 생각해보니, 이곳을 방문한다는 사실에 신이나, 나를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오지는 않았던 것이었다. 다행히도 랩탑에 지난달 Carnegie Mellon University에서 초대 강연을 했던 키노트가 있었다. 그 당시 강연 내용은 ‘How to live as a designer in NYC’였던 만큼, 내가 뉴욕에 오고 살아가며, 경험한 회사 / 개인 프로젝트들에 대한 내용이었다. 초집중 모드로 일분 남짓한 시간 동안 필요한 이야기들을 빠르게 추려냈다.


그리고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때마침 등장한 조나단~!



Jonathan: Hey, Sang! Finally meeting you!
(쌩, 드디어 만나는군요!)


Sang: I am so honored to be here!
(초대해 주셔 영광입니다!)



우리는 반가움의 인사를 나누었고, 비행은 어땠냐, 심천은 처음이냐 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나갔다. 그리고 현재 조나단이 중점적으로 키우고 있는 ISUX그룹의 디자인 리더인 앤라우가 회의실로 들어와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그는 텐센트에서 거의 10여 년을 일해온 베테랑 디자인 리더였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고 있는 ISUX팀은 현재 7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있는 텐센트의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SNG그룹의 디자인 팀의 이름이고 규모가 350여 명 가까이 되는 거대 디자인 팀이었다.



Jonathan: Sang, I have a question for you. What motivates you to visit here from other side of the world.
(쌩 정말 궁금한 게 있어요, 무슨 동기로 지구 건너편에 이 먼 곳까지 날아오셨나요?)


Sang: I flew from NY to see you and your team to understand how this enormous success that Tencent made was able to happen.
(저는 텐센트의 성공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당신과 당신의 팀을 만나 이해하고 싶어 뉴욕에서부터 날아왔습니다.)



그들에게 나를 소개할 간략한 키노트를 발표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해서 뉴욕에서 디자인 오피스를 여는데 참여할 수 있었는지, 그것에서의 프로젝트는 어떤지 등에 대해 간략한 이야기가 이어져 나갔다. 그러던 중 심천 여행에 또 다른 많은 도움을 주신 현주님이 들어오셨다.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계속해서 이야기해 나가며 서로에 대해 조금씩 알아나가기 시작했다.


발표가 끝난 후, 시작된 조나단의 텐센트에 대한 프레젠테이션.

그 당시 그에게 들었던 부분들과 나중에 현주님의 추가 첨삭을 정리해 보자면, 텐센트의 비즈니스 그룹 구조는 위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7개의 그룹으로 나뉘어 있다.



SNG, WXG, IEG, MIG, OMG, TEG, CDG 이렇게 나뉘어 있고, 아래 구조표처럼 각각의 그룹이 관련 여러 사업체들을 이끄는 구조이다. 그중 디자이너 그룹의 사이즈로는 350여 명 규모의 SNG가 가장 크다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기업 전체를 관통하는 다양한 브랜딩 작업과 콘텐츠 제작 등 다양한 방면에서 이 거대기업을 움직이는 팀이었다.

ISUX 그룹 홈페이지
https://isux.tencent.com/


또한, 내게 유난히 관심이 많이 가는 그룹이었던 MIG는 모바일과 관련된 혁신을 중점적으로 다루는 그룹으로서, 이 곳의 디자인 팀인 MXD도 200여 명이나 되는 엄청난 그룹이었다. 그리고 이 곳의 최고 디자인 책임자 중에 한 분이 현주님이셨다. 짤막하게 현주님을 소개하자면 Yahoo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에서의 경력과 메니징 실력을 인정받으시고, 알리바바 디자인팀을 거쳐 텐센트까지 오신 중국 디자인 신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분이셨다.


이현주 님 관련 기사

http://www.mobiinside.com/kr/2017/03/09/startuptravel_tencentkatelee/


그 외에 광저우에 위치한 WXG에도 디자인 센터가 있고 심천에 있는 OMG에도 상당한 규모의 디자인 팀이 존재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리고 저번 에피소드에서도 언급했다시피, 게임산업 세계 1위의 회사인 만큼, 그곳의 심장인 IEG 그룹에는 디자이너들이 속해있는 게임 스튜디오가 크게 몇 개 있다고 했다. 텐센트 그룹 총합 이천 여명 정도의 디자이너가 한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었다.


충격적인 숫자였다.


제조업 기반의 회사가 인력이 이천 명이라고 해도 놀랄 만 한데, 소프트웨어 기반의 회사다 디자이너만 이천 명이라고? 그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하이 퀄리티 콘텐츠의 양이 정말 대륙의 스케일임을 알 수 있었다.


전체 회사 소개 후 조나단과 앤라우는 그들이 진행했던 대표 프로덕트들에 대해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텐센트의 메인 서비스 중에 하나인 QQ(위챗이 스마트폰의 등장과 함께 돌풍을 일으키기 이전, 피씨 기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 현재도 널리 사용되고 있는 서비스)부터 최근에 론칭한 고프로 스타일의 소형 카메라까지 다양한 형태의 프로덕트와 서비스들에 대해 설명이 이어졌다. 또한, 그들도 구글이나 애플처럼 디스플레이용 텐센트 전용 서체의 개발과 적용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온라인 기반 회사의 경우 전용 서체의 개발 유무는, 사실 브랜딩적인 측면을 넘어서 얼마만큼 그들이 디지털에 대한 깊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는가에 대한 판단 기준이기도 하다. 그러한 면에서 봤을 때 상형문자인 한문을 가지고 기업차원에서 벌써 이러한 노력들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참으로 대단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물어봤다.


회의실 벽에 걸려있는 그들의 브랜딩 작업들


Sang: So what is your next step in terms of taking your brand/design to the next step? Are you preparing making Tencent design philosophy or system?

(브랜드 및 디자인이라는 측면을 고려해보았을 때 다음 단계를 위해 어떠한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텐센트 디자인 철학 혹은 시스템을 만들 준비를 하고 계신가요?)


그러자 그는 살짝 미소를 띠며,


Jonathan: Yes, we are.

(네, 당연하죠.)


전율이 돋았다.

텐센트의 플랫폼 생태계는 이미 너무나도 방대하다. 사실상의 적수로는 전 세계에 구글 혹은 페이스북 정도일 것이다. 그들의 대표 서비스인 위쳇을 기준으로 했을 때, 이미 많은 기능들은 다른 세계적인 서비스를 압도하고 있다. 특히 O2O 혹은 전자금융 부분은 이미 압도적으로 앞서가고 있다. 일례로 중국인들은 지폐 대신 신용카드를 사용하지 않는다. 응?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그렇다. 그들은 이제 그들의 핸드폰에 깔려있는 위 페이 혹은 알리페이로 일상의 모든 상거래를 해결한다. 한마디로 구시대의 물리적 화폐에서 디지털 화폐 체계로 순식간에 이동한 것이다.


Wechat Pay 웹사이트

https://pay.weixin.qq.com/index.php/public/wechatpay


심지어는 관공서의 일부 기능조차 그들의 영역 속으로 들어가 버리고 있으니, 기술이 사람들의 삶을 윤택하게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 가장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나가는 그룹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러한 인프라스트럭처를 가진 그들이 이제 업그레이드된 사용자 경험과 브랜딩을 갖게 된다면, 솔직히 구글 혹은 페이스북 같은 회사와의 경쟁에서 충분히 이길 수 있는 회사로 거듭날 것이 자명하다고 생각했다.

물론 텐센트처럼 대단위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혁명적 수준으로 가능한 이유는 국가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지도 한몫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라고 상황이 전적으로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분명히 그들의 스타트업 혹은 산업들을 키워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또한 어떤 나라 혹은 규모의 경제에 들어간다고 한 들, 그 안에서 기득권층의 헤게모니 싸움을 피해나갈 방법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국처럼 여러 장벽을 딛고 13억의 내수시장과 국제 경쟁 모두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 진취적이면서도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을 볼 때면, 정말 다른 나라들이 긴장해야만 한다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여러 가지 생각과 대화가 이루어지다 보니 벌써 3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우리는 함께 기념 촬영을 하기로 했다.

왼쪽부터: 이현주님, 나(쌩스터), 조나단, 이수현님, 앤라우, 테드, 타라



Jonathan: Hey Sang, Thanks for visiting Tencent. I had a fun time with you. I hoped I could join the dinner tonight but I have a schedule. We will keep in touch!

(쌩, 오늘 방문 너무 고맙습니다.  정말 재미난 시간이었어요. 오늘 저녁에 같이 식사하고 싶었는데, 일정이 있어서 못할 것 같습니다. 우리 계속 연락하며 지내죠!)


Sang: Sure thing. It was my pleasure to meeting you and your team member. I was enlightened about Chinese design scean by you.
(물론이죠. 오늘 만나 뵐 수 있어 영광이었습니다. 조나단 당신 덕에 중국의 디자인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Jonatham: Thank you, I arranged a dinner meeting with Korean Designers for you and please enjoy.

(고맙습니다. 제가 한국 디자이너들과 저녁 자리를 마련해 두었으니, 그들과 또 이야기 나누면 좋겠네요.)


Sang: Thank you so much sir and see you soon.
(너무나 감사합니다. 곧 또 뵐 수 있기를.)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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