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ngster Dec 16. 2016

디자인 가이드라인은 바이블?

우리는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요즘 디자인 분야는 황금기인 듯하다. 


그중에서도 UX/UI 디자인 분야는 특히 그렇다. 무엇보다도 제조 기반에서 벗아나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의 구조 개편과 모든 이들에게 개방된 아주 낮아진 온라인 접속 장벽이 일조했으리라. 또한 구글 혹은 애플 같은 혁신의 대명사들이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사용자 경험에 까지 엄청난 인적, 물적 자원 투자를 선도하고 있기에 이를 사용하는 유저 입장에서 보면 보편적 삶의 질은 아주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 무엇을 만드는가 보다,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지금, 많은 분야에 걸쳐 사람들은 '어떤 방식'을 제시받는다. 때로는 일방적으로 제공당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보편적 기준에서 보면 이는 분명 좋은 현상일 수 있다. 무언가를 디자인하는 크리에이터의 입장에서도 이런 식으로 제공하는 경험을 좋은 것으로 바라봐야만 할까? 또한 그것이 결론적으로 사용자들에게도 '절대선'일까? 같이 한번 들여다보자.



스탠더드 가이드라인의 생성과 적용은 사실 너무나 당연하고 대단하다.


많은 이들이 알다시피 애플의 iOS가 업데이트될 때마다 많은 앱 서비스 혹은 플랫폼들이 즉각적 영향을 받아 변화 혹은 진화한다. 대표적으로 운영체제가 iOS 7으로 업그레이드되며 스퀴어몰피즘(사물 그대로의 특성을 그래픽에 반영하는 스타일)에서 벗어나 플랫(Flat) 디자인으로 옮겨 간 일은 근 십 년 안에 벌어진 가장 큰 디자인적 트렌드 변화일 것이다. 그리고  그 열풍은 아직 이어지고 있으며 당분간 그 분위기가 바뀔 것 같지 않다. 이처럼 경험/시각적 제시와 스탠더드화는 우리 삶에 알게 모르게 이미 영향을 미쳐왔다.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표면적인 스타일의 정비뿐 아니라 그 이면을 받쳐주고 있는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근거들이 있고, 그들의 과학자, 리서처, 심리학자 등이 힘을 합쳐 무한한 실험과 반증을 거쳐 일궈낸 엄청난 성과라는 것은 그 누구도 부정하진 못한다. 모바일 디바이스 사이즈와 인간의 가시거리등을 계산해 최적의 폰트 사이즈를 찾아내거나, 어떠한 앱을 이용하든 간에 적용 가능한 유니버설한 랭귀지의 개발 등은 '사용성' 측면의 장족의 발전을 질적으로 양적으로 일구는데 특급 공신이 되었다. 


구글의 '머테리얼 디자인'이라는 디자인 체계 또한 언급을 안 할 수 없다. 사실 이 구글발(發) 디자인 대백과서전이 나오기 전까지만 해도 구글에 대한 디자이너들의 평가는 크게 높지 않았었다. 재미난 프로젝트들을 많이 하나, 디자인이 특출 나지는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 머테리얼 디자인 공개 후, 이것의 깊이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경험에 대한 총체적 합이 아닌 구글의 이념을 반영한 인간공학  철학 집이라는 표현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 구글의 디자인적 수준을 높여 놓는 계기가 되었다. 레이어들의 겹치는 부분에 작용할 알맞은 그림자 정도를 찾기 위해 실제로 빛을 오브젝트에 수도 없이 쬐보고 분석하는 장면을 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실제 오브젝트와 빛과 그림자 등을 고려해 구성을 시작한 디자인 인터페이스들을 아주 작은 단위의 아이콘부터 큰 플랫폼의 레이어까지 적용하는 부분에서 구글의 저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애플(HIG-Human Interface Guideline)과 구글(Material Design) 모두 이 과정을 가이드라인이라는 형식으로 집대성하고 많은 이들이 그것을 따라 할 수 있도록 배포한 것이다.


하지만 문제가 바로 이 부분에서 발생한다.


요즘 디지털 플랫폼들을 보면 웬만하면 다 너무 잘 만들었다. 아무래도 이 두 가지 스탠더드화 된 가이드라인을 사람들이 잘 활용한 이유가 클 것이다. 당신이 잘만 따라가면 디자인에 크게 강점이 없는 엔터프러니어, 혹은 디벨로퍼라도 앱 같은 앱 혹은 웹 같은 웹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마치 컬러북에 색을 채우듯, 정해진 퍼즐을 하나씩 맞추듯 Slowly but Anyway 해낼 수 있는 그런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딘가 비슷하지 않은가? 

비슷한 구성 방식, 비슷한 폰트 사이즈, 비슷한 인포메이션 스트럭쳐 구성 등등. 이런저런 웹사이트 혹은 앱을 보아도 도무지 색상과 이미지 사용 등을 빼면 한 사람 혹은 한 회사가 이 모든 것을 한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조차 있다. 왜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페이스북 형식의 타임라인들을 맨 처음 보아야 하고, 왜 우리는 네모 상자 안에 이미지 상자가 천편일률적으로 들어가야 하고, 왜 우리는 이 사이즈의 폰트를 본문 서체에 무조건 적으로 써야 하는가? 잘못된 건 없다. 그런데 여기서 빠진 것은 '왜?'이다. 어떠한 브랜드, 어떠한 컨택스트, 어떠한 사용자인가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은 언제부터인가 '가이드라인'이라는 구글 신 혹은 애플 신이 내린 진리의 설파에 일축되기 시작한 건 아닐까? 그리고 그들이 말했고, 과학자들이 말했으면, 우리는 그냥 '아, 그렇구나!'하고 무조건적 수용을 해야 하는 것일까? 





디자인이 아트와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이 추구하는 결과물에 대한 이유와 논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왜'라는 시작점을 필두로 '어떻게'가 디자인 랭귀지 전체를 아우르는 그런 형태의 프로세스야 말로 가장 올바른 디자인의 적용일 것이다. 이는 비단 브랜딩으로 대변되는 로고와 색상 및 타이포그래피의 생성과 적용뿐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하는 사용자들의 브랜드와 관련된 경험 전부를 일 걸음일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떠한 온라인 쇼핑 브랜드에서 그들의 플랫폼을 디자인할 때에는 분명한 그들만의 디자인 철학과 랭귀지가 담긴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정답을 이미 유수의 기업들에서 스탠더드화 해놓은 가이드라인에서 찾는 것보다는, 그 브랜드와 플랫폼에 맞게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게 맞다. 그래야 지 만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의 트렌드 안에서 돋보이는 디자인을 탄생시킬 수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우리가 보는 가이드라인들은 어떠한 명제에 있어서 실행을 고려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지침 같은 것이지, 절대적인 법령이 들어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디자인이라는 것은 기능성과 심미적인 부분 모두를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효과적일 뿐 아닌 인상적으로 이루기 위해서는 때로는 예술적 독창성의 가치가 기능적 실리 성보다 크다고 판단될 시에, 기능성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심미적인 부분으로 사용자들을 충족시키는 경우도 있어야 한다. 


디자인계 최고 거장 중의 한 명인 스테판 사그마이스터 또한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기능성이 예술적 부분보다 심하게 강조되는 현세태를 우려한 적이 있다. 그 이유를 비교적 쉽게 그를 세계적 디자이너 반열에 올려 준 문제적 포스터를 통해 유추가 가능하다. 



벌거벗은 본인 상반신 위에 상처를 내어 정보를 새긴 후 그것을 사진으로 찍어 공개했다. 글자는 길고 가늘 뿐 아니라 삐뚤삐뚤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담고 있는 참신성과 독창성이 가독성을 압도해 결국에는 훨씬 많은 이들에게 전달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분명 이러한 접근법은 요즘의 디지털 플랫폼들에서는 정말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은 어쩌면 정보가 잘 보여서 읽기보다는 읽고 싶어서 읽는것 아닐까?



이처럼 어떠한 플랫폼을 만들 때 사용되는 철학과 방법에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리고 그중에서 어떤 것도 정답이 될 수도, 아니면 전혀 정답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요즘같이 점점 모든 풀랫폼이 효율성/사용성 중심으로만 규격화, 일률화 되어가는 트렌드의 중심에서 정말 돋보이고 사용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는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 어쩌면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따를 줄 아는 역량보다는, 그것을 선택적으로 참고 후 프로젝트에 맞는 감각적 논리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능력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디자인이라는 것은 무조건 따라가는 것을 의미하지 않았다. 대신에 언제나 창조를 이야기해 왔다. 자 이제 당신은 이 위대하기만 한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볼 것인가? 

아직도 바이블처럼 느껴지는가?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쌩스터 SNS 계정

상념(Sangster Idea) 페이스북 페이지 >>
쌩스터 인스타그램 >>
스터 페이스북 >>

쌩스터 홈페이지 >>  




매거진의 이전글 긴급 상황에서 디지털 플랫폼의 역할과 중요성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