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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Jul 07. 2017

디자인과 스토리텔링

디자이너는 이야기꾼이 되어야 한다.


"나중에 그림 한 장 그려줘, 너 성공하면 비싸지는 거 맞지?"


대학에서 디자인 전공을 선택한 후로 가끔 사람들에게서 이런 말을 듣곤 했다.

이는 '디자이너'라는 업의 정의가 불분명해 발생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한 명 한 명 친절하게, 내가 하는 일이 순수예술, 혹은 그들이 머리 속으로 그리는 이중섭 같은 화가의 길은 아님을 설명해 주고는 했으나 '그래도, 그냥 그게 그거 아니냐?' 하는 반문을 점차 맞이 하면서부터 나도 의례적으로, '어, 그래. 시간 되면 한 장 그려줄 테니, 비싸게 사주렴.'하고 넘어가기 일 수였다.


故 이중섭 화백

예전에 비해 디자이너의 위상이 높아진 지금은 분명 다른 이야기 일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과연 무엇일까? 물건을 만드는 사람? 로고를 만드는 사람? 아니면 문제를 해결하는 Problem Solver? 다양한 방식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재미난 것은 그 업에 대한 정의가 시대와 트렌드에 따라 진화 혹은 변형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추의를 지켜보았을 때 나는 요즘 시대가 요구하는 디자이너의 정체성은 바로 스토리텔러가 아닌가 한다.


스토리텔러? 이야기꾼?


김재동씨같은 재담꾼이 되라는 말인가?


현대의 인간은 더 이상 '필요성' 혹은 '사용성'에만 기인한 소비를 하지 않는다. 시장이 발달하고 또 포화되면서 심미적인 측면과 사용자 경험 측면 모두 수준 높은 결과물들이 이미 많이 나왔기 때문에 과거와는 비교도 하기 힘들 정도로 소비자들의 눈높이는 충분히 높다고 볼 수 있다. 어떠한 프로덕트 혹은 서비스가 좋은지를 설명할 때 '스펙'만으로도 안되고 '높은 사용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왜냐하면 그 항목들은 이제 '기본 사향'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토록 수준 높은 질적 추구하는 시대에, 디자이너가 경쟁력 있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무엇일까?


핵심은 바로 '가치'의 추구

무언가를 돋보이게 만들기 위한 가치의 추구 행위는 일종의 브랜딩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좋은 브랜딩을 만들기 위한 최적의 도구가 바로 스토리텔링이다. 비단 로고하나, 광고하나 잘 만들었다고 브랜딩이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작게는 어떠한 색을 쓰게 된 이유부터 크게는 여러 기능들의 조합이 사용자의 삶을 어떤 식으로 바꿀 수 있는지에 대해 ''을 가지고 있는 디자인이 훌륭한 디자인이 될 것이고 그것들이 넘치는 유사 제품 혹은 서비스들 사이에서 고객을 한 번이라도 더 찾게 만들 가장 큰 이유인 것이다. 예를들어 애플의 광고들을 보면 물론 제품의 형태적 아름다움과 기술력의 찬란함도 이야기 하지만, 애플의 제품과 함께 당신이 어떤 세상을 누릴 수 있는지 더욱 강조해서 보여주려 한다. 스토리를 통해 더욱 큰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hcMSrKi8hZA

애플 아이폰7 플러스 광고


또한, 요새는 많은 경우에 마케팅 차원의 스토리텔링을 넘어, 프로덕트의 기획과 디자인의 전반적 과정에서부터 사용자들의 삶에 이 기능들이 어떤 영향에 미칠지에 대해 가상 시나리오를 그린 후 디자인한다.


우리 회사에서 얼마전 진행했던 럭셔리 주얼리 회사의 글로벌 웹사이트 리디자인 Pursuit(수주) 작업 때의 일이었다. 그 당시에 우리는 거의 70%의 시간을 우리가 만들고자 하는 웹사이트의 고객 경험이 실제 이 브랜드에 어떠한 시너지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에 대해 논의하는 데 사용했다. 우리가 생각하는 기능 하나하나에 페르소나를 만들어 그들의 출신과 직업 경제력 등을 산정하고 이들이 on, off-line (온라인 혹은 직접 매장)으로 이 브랜드와 어떤 식으로 Engage(접하고 경험하는)하는지를 마치 소설을 써 내려가듯이 아주 디테일하게 묘사했다. 해당 주얼리 회사의 브랜드 가치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10여 개의 단막극 같은 짧은 스토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시작된 실제 스크린 디자인 작업은 우리의 스토리에 기반한 섬세한 디테일을 담을 수 있었고, 바로 그것이 클라이언트로 하여금 우리에게 프로젝트를 의뢰할 충분한 이유였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역할은 점점 더 단순 구현만을 하는 역할에서 이야기 자체를 디자인해 나가는 역할로 진화해야 하는 것이다.


올바른 스토리가 전제되지 않은 디자인은 이제 껍데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요즘은 과하다 싶을 정도로 디자이너에게 많은 것들을 동시에 섭렵해야 한다고 말한다. 단적으로 UI 디자인과 UX 디자인을 모두 해야 하는 것을 넘어 코딩을 배워야 한다고 하고, 이제는 스토리 텔링까지? 너무 과한 것은 아닌가? 또, 어떤 이들은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기획자들의 일 아닌가? 라며 반문할 수 있다. 실제로 기획자들 혹은 Brand Strategist(브랜드 전략가)들이 많은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도 일견 맞는 말이다.


이것저것 다 해야할 줄 알아야 하는게 우리의 숙명인가?


하지만 디자이너와 기획자의 영역을 대체 언제부터 칼로 자르듯이 나눌 수 있었던가?


디자인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생각의 방법론이라고 숱하게 듣지 않았던가? 누구는 플래닝만 하고 누구는 만들기만 하는 건 요즘 시대에는 맞지 않는 분업 방식이 아닌가 한다. 게다가 브랜딩이라는 핵심 가치가 소비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된 지금, 디자이너들은 더욱더 전략적이 되어야 하고, 손으로만 혹은 머리로만 움직이기보다, 가슴을 움직이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


무언가를 실체적으로 Tangible(경험할 수 있게)하게 만드는 디자이너의 능력과 스토리텔링의 힘이 합쳐져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디자이너들의 근본적 가치를 지킴과 동시에 발전을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글쓴이 이상인은 현재 뉴욕의 디자인 컨설팅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재직 중이며, 
디자인 블로그 쌩스터 아이디어를 통해 아이디어를 소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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