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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ster Feb 26. 2018

디자이너가 블랙 팬서에서 주목해야 할 5가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요즘 극장가는 다양한 히어로들이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언맨이나 배트맨 혹은 스파이더맨 같은 거대 프랜차이즈 히어로 시리즈가 쉴틈 없이 쏟아져 나올 뿐 아니라 어벤저스나 저스티스 리그 같은 종합 선물세트형 시리즈들도 우리를 매년 애타게 만들고 있다. 게다가 최근의 히어로 물들은 점점 그 세계관을 확장하거나 기존의 세계관에서 완전히 벗어난 형태로 진화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점에서 얼마 전 개봉한 블랙팬서 시리즈의 개봉은 환영받을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기존의 메가 히어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게 등판한 히어로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인기를 순식간에 사로잡은 캐릭터인 만큼, 블랙 팬서 시리즈가 지니고 있는 영화적, 캐릭터적 특징을 디자인의 측면에서 한 번 들여다 보았다.



1. 물성  

슈퍼 히어로들은 각각의 오리지널리티에 따라 고유의 물성(Material)이 주어지고는 하는데, 아쿠아맨의 '물(water)'도 좋은 예라고 하겠다. 그리고 이는 단순하게 캐릭터의 능력치를 떠나, 영화 전체의 분위기와 디자인 등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번 블랙 팬서와 관련이 많은 머티리얼은 단연 '땅'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건조하고 입자가 고운 흙 그리고 외계에서 온 절대 광물 비브라늄이 대표적이며. 블랙 팬서가 왕이 되기 위해 거치는 의식에 사용되는 고운 흙더미뿐 아니라, 최신 기술과 결합된 3D 홀로그램 프로젝션 같은 기술의 표현 등에도 흙의 입자를 기반으로 하기도 하였다.

VR 드라이빙으로 적을 추격하는 모습

또한, 눈길을 잡아 끄는 것은 VR 드라이빙 시스템을 '흙' 머티리얼을 기반으로 구성해 실제로 만지고 인터렉션 할 수 있게 구성했다. 작은 입자들이 모여 큰 형태를 이루고 그것을 원격으로 상호 작용이 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MIT 미디어랩의 텐저블 미디어 그룹의 'Transform'이라는 연구물과 비슷한 점도 있어 보인다.
https://vimeo.com/98880732


2. 색감

블랙 팬서 시리즈가 기반하고 있는 문화권인 흑인 문화를 대변하는 검은색 외에 자연(흙, 하늘, 나무 등)에서 영감을 받은 원색 계열이 눈에 많이 들어오지만, 가장 관심을 끄는 색은 단연 보라색이다. 특히 블랙 팬서가 가진 힘의 원천이 되는 꽃과 그것을 마셨을 때 나타나는 싸이키델릭 적인 씬에서 펼쳐지는 광경은 이 영화의 영적 색상이 보라색임을 보여준다. 그리고 와칸다인들이 보호하는 외계 광물 비브라늄의 색상이 파란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아마도 그 파란색은 정제되지 않은 초월적 힘 그 자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극 중 보이는 파랑과 보라의 조화는 그들이 추구하고자 하는 토속적 힘과 초월적 힘의 균형을 나타내는 모습이 아닐까?  

진정한 와칸다의 왕이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공간

또한, 일반적으로 흑인들이 많이 좋아라 하는 조합이 블랙엔 골드인데(힙합 뮤직비디오를 보면 대부분의 래퍼들이 금목걸이를 빼놓지 않고 걸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실 그들의 문화 안에서도 골드 체인은 부 혹은 힘을 과시하는 메시지가 크다.  

힙합 뮤지션들의 골드체인 사랑

그런 면에서  T’Challa(블랙 팬서)가 은색을 고르고 그의 숙적인 N’Jadaka(킬몽거)가 금색을 고르는 장면은 두 캐릭터의 성격 차이를 잘 보여준다. 색상의 선택을 통해 자신을 숨기고 사람들을 위해 희생하는 블랙 팬서의 히어로의 면모를 부각하여준다.


은색의 블랙 팬서, 금색의 킬몽거


3. 타이포그래피  

영화 중간중간에 보이는 아프리카 토속 문자 형태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영문 알파벳을 적용한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이 서체는 스위스 디자이너 Fabian Korn이 디자인한 Beyno인데, 이 서체의 완만한 모서리는 흡사 못과 정으로 때려서 새겨야 하는 암각 된 문자의 날카로운 모서리보다는, 부드러운 토기 혹은 땅에 쓴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 역시 기본 머테리얼의 설정을 잘 적용해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 팬서와 아주 잘 어울리는 타이포그래피


https://www.behance.net/gallery/27864645/BEYNO-Free-Typeface-



4. 패션

아주 화려한 색상들의 조화와 함께 토속 부족들의 화려한 치장에서 영감을 많이 받아 보였다. 다른 인종이라면 소화하기 힘들었을 입술 피어싱이나 킬몽거의 몸에 볼록볼록 올라오게 만든 바디 트렌스폼 텍스쳐 같은 부분들 모두 아프리카 전통 부족의 특징들을 아주 잘 살린 모습이었다.


또한, 요즘 많이 보이는 스트릿 브랜드들의 타이포그래피의 텍스쳐 표현 방식이 의상과 건축물, 골목 사이사이에 적용되어 영화의 독특한 분위기를 잘 연출해 주는데 도움이 되어 보였다.


5. 음악

블랙 팬서하면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최고의 힙합 아티스트로 불리는, 켄드릭 라마가 뮤직 디렉팅을 한 만큼, 음악의 완성도들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https://www.youtube.com/watch?v=JQbjS0_ZfJ0

이번에 영화의 주제가로 사용 된 'All The Stars'

힙합을 OST로 사용하는 영화들의 경우 가끔 강렬한 랩이 너무 과도하게 섞여 극의 몰입마저 방해하기도 하는데, 이번 영화는 아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지 않았나 한다. 또한, 힙합 특유의 제스처들이 영화 안에 잘 녹아들어 있어 보는 재미도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에 나오는 힙합 제스처



이처럼 블랙 팬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일반 관객뿐 아니라 디자이너들도 대만족 시켜준 작품이다. 사실 권선징악의 히어로물이 무엇이 대단하고 또 예술적으로 가치가 있나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요즘 보이는 이러한 히어로물의 발전이 비단 멋진 캐릭터 시원한 액션에서만 그치지 않고, 다양한 스토리와 인종 그리고 문화를 바탕으로 세계관을 구축하며 그에 걸맞은 시각적, 디자인적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면에서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떠한 멋진 모습과 이야기로 블랙 팬서가 우리를 즐겁게 해줄지 기대해 보자.




글쓴이 '쌩스터' 소개
'디자이너의 생각법;시프트'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현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클라우드 + 인공지능(Cloud + AI) 부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있고, 
얼마 전까지는 뉴욕의 딜로이트 디지털(Deloitte Digital)에서 디자인과 디지털 컨설팅을 했습니다.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 책 링크

http://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496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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