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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ldsu Jan 09. 2022

이건 스튜디오 니콜슨이 아니야

문스타와 조우


우리는 이 신발을 스튜디오 니콜슨과 콜라보 모델로 많이들 알고 있다. 전제를 깔고 가는 걸 수도 있지만 마케팅의 일환으로 나는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더 재미있는 요소가 있어서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노트북을 열었다. 오늘은 쿠루메 지방에서 탄생한 일본의 국민 신발 문스타를 소개해보겠다.


@스튜디오니콜슨 X 문스타



"A HISTORY OF MOONSTAR"


문스타의 역사는 1873년, 창업자 倉田雲平(쿠라타 운페이)가 쿠루메시 요네야초 집에서 65전으로 구멍가게를 빌리며 시작되었다. 가게 이름을 조상 전래 옥호인 ([槌屋]=츠치야)를 따라서 [つちやたび]=츠치야타비로 가문인 [打ち出の小槌]=요술 망치를 상표로 썼다고 하며 1877년에 서남 전쟁에서 군용피복(버선 2만 켤레, 바지 밑 1만 켤레 등)의 생산을 도급받아, 처음으로 대량생산에 성공하였으나, 남하하는 관군에 군수품 공급을 실패해 무일푼이 되었다. 덕분에 쿠라타 운페이는 타비제조에만 전념하며, 한 켤레 제작을 분업하여 새로운 제조법을 연구했다.


(왼) 간판 상표 요술 망치 (오) 倉田雲平(쿠라타 운페이)


1920년 미제 컨버스를 보고, 천과 고무 밑창이 고무풀로 붙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본 최초로 지카타비 연구에 돌입하며 동시에 컨버스 슈즈 연구에 착수했다고 한다. 1922년에 지카타비 시작에 성공하고 이듬해 일본타비(현 아사히 슈즈)과 거의 같은 시기에 최초의 부착식 지카타비 생산 및 판매를 개시했다고 하며 1928년 우리가 알고 있는 마크인 「月と星」=문스타표시를 사용했다.


지카타비


1959년 현재 문스타 및 컨버스화를 대표하는 제법인 경량성, 활성, 내구성이 뛰어난 특징을 가진 Vulcanizing Press Process(가황 압착 방식)라는 합성고무바닥을 붙이는 방식을 채택, 초성을 따 VP 슈즈라고 부르며, 50년 동안 중단했던 가죽 구두를 다시 제조했다. 1961년 氏家工場(우지이에) 공장을 설립해 공업용 고무제품을 제조를 개시, 62년 「月星ゴム株式会社」(츠키호시고무 주식회사)로 회사명이 변경되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1973년 한국에 信興化学株式会(신흥 화학 주식회사)를 설립해 창업 100주년을 기념했다고 한다. 검색해보니 나오긴 하는데 그 회사가 맞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인 건 부정할 수 없다는 거..


70년대로 넘어가며 신발 제조가 아닌 라이센스 사업으로도 확장한다. 현재는 종료되었지만 77년에

뉴발란스와 라이센스 계약을 채결하고 88년도에 뉴발란스 재팬을 설립.. 81년도에는 컨버스 라이센스 계약을 했다. 최초인 걸 감안하면 엄청난 게 아닌가 싶다.


창립 120주년을 맞아, 기업 브랜드, 회사 로고타입 개정


월드마치


50,000km에 이르는 보행 검증 끝에 1987년에 탄생한 워킹화 ワールドマーチ[월드 마치]는 1997년에 일본 걷기협회 첫 공인을 취득하고, 견당사가 걸었던 여정을 따라가는 프로젝트 平成の遣唐使[헤이세이의 견당사] 오피셜 슈즈로 채용되어 라이센스 사업을 하였다. 1999년 平成の伊能忠敬・ニッポンを歩こう[헤이세이・ 이노우 타다요시 일본을 걷자] 협찬, 국제 매치 리그와 공식 후원 체결 일본의 대표 신발 브랜드로 자리 잡는 문스타


tmi

견당사란 당의 건국 이후, 삼국 특히 신라에서 당나라에 보낸 사신이다.

여기서 나오는 이노우 타다요시라는 사람은 에도시대에 일본 연안의 지도를 만든 사람이라고 한다


짐 클래식


오늘까지 이어온 문스타의 성실한 신발 제조와 때로는 과잉이라고도 표현되는 품질관리, 신발의 역사를 만들어 온 것에 자부심을 담아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 Time with pride.~ひたむきに、歩み続ける~ (한결같이 걸음을 옮기다)을 제정하며 현재까지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거대한 브랜드라 어떻게 정리할지 고민을 오래 했다..




짐클래식


국내 편집샵에 입점 되어 있고 사랑받고 있는 문스타사의 아이템을 소개해보겠다. 먼저 짐 클래식 필자도 두족이나 갖고 있다 사진 속의 네이비 빼고 사실 문스타를 소개하면서 궁금했던 게 짐클래식이 언제 만들어진 제품인지 궁금했는데 애석하게도 찾지 못했다.


GYM Classic

¥ 9,900 /  125,000 KRW


1960년대에 생산하고 있던 트레이닝 슈즈를 현대에 재현한 모델이고 지금은 단순화된 당시의 구조를 재현하여 실루엣을 예쁘게 유지할 수 있으며 보다 튼튼하다. 필자가 신어본 바로는 길이가 길게 나와 사이즈 다운을 하였으며, 스니커즈류 특성상 장시간 신게 되면 발이 아플 수밖에 없다. 하지만 날렵한 쉐입과, 딱딱한 고무솔이 신발 형태를 오래 유지해주는 것 같다. 청바지랑 매치가 제일 잘 되며, 역시나 니콜슨 룩북처럼 밑단에 여유가 있고 크롭 형태의 진과 호흡이 잘 맞다.

가격은 FINE VULCANIZED 라인 중에서 중저가로 형성이 되어있다.

    


로우 바스켓


보통은 짐 클래식과 스튜디오 니콜슨 모델을 많이 비교하곤 하는데 가장 흡사한 모델은 로우 바스켓 모델이다.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베이스는 로우 바스켓에 토캡은 짐코트, 레이스 루프는 짐 클래식 이 세 가지 모델을 조합했다고 보면 된다.


Low Basket

¥ 9,900 /  125,000 KRW


운동화의 탄생으로부터 그 형태를 바꾸지 않고 계속 신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모델. 친근한 디자인 속에 숙련된 손길에서 나오는 "MADE IN KURUME"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신발이다. 문 스타와 마찬가지로 길이감이 길고 앞코 부분이 조금 널찍한 느낌이 강하다. 짐 클래식 모델을 좋아한다면 로우 바스켓 모델은 좀 어렵지 않나 싶다.



올웨더


문스타 사 제품들이 본인의 신발장에 조금 늘었다면 고민 혹은 구매까지 이어져도 되는 제품이다. 생긴 게 꼭 장화같이 생겼는데 장화가 맞다

어퍼 캔버스 바탕에 고무를 붙인 전천후 모델. 화창한 날씨는 물론, 우천 등 발밑 상태가 불편한 상황에도 신경 쓰지 않고 신을 수 있는 사양으로 되어있다.

지금은 나오지 않는 카모 모델을 들고 있는데 고무창이 상당히 높게 나와있어 여태 소개했던 사이즈 다운 하는 방식이 아닌 정 사이즈를 추천한다. 고무가 상당히 단단해 새끼발가락과 발뒤꿈치에 상처를 입을 수 있다. 필자는 비 오는 날 무조건 꺼내신는 신발이다.


Alweather

¥ 16,500 / 182,000 KRW




"Made in KURUME"


규슈에서 제일 큰 강인 지쿠고 강을 가진 지쿠고 평야의 도시 후쿠오카 현 쿠루메 시, 에도시대부터 계속되는 전통 공예 구루메가스리, 교토의 후시미, 고베의 나다를 뒤 있는 규모의 일본 술 제조업과 같은 다양한 산업 중에서도 이 도시의 기반은 고무산업이다.



2013년 140주년을 맞이한 문스타 고무의 정련 제단 및 봉제에 종사하는 장인뿐 아니라 공장에서 사용하는 구두 형과 기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공장에서 만들 수 있는 장인 집단으로 성장하고 있다. 문 스타 중에서도 경화 공정에 의해 생산되는 "Made in kurume line"


https://www.youtube.com/watch?v=82YEXKHnsPk



문스타 쿠루메 공장의 신발 제조를 대표하는 제법은 생고무에 유황을 더해 열반응에 의해 솔과 어퍼를 접착시키는  Vulcanizing Press Process(가황 압착 방식)과 가열한 합성수지를 금형에 흘러 넣어 성형하는 사출 공정. 손이 많이 가는 벌커나이즈 제법을 하고 있는 업체는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문스타는 부드럽고 튼튼한, 아름다운 감촉을 이루고자, 완고하게 옛날 그대로의 제법을 지키고 있다.


"精品主義"(정품 주의)


어떤 제조법이든 문스타 제품이면 "정품 주의"가 관철되어 있다. 하나의 신발을 만들어 내기 위해선 다년간 축척된 발형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획, 디자인, 소재 개발, 신체기능 분석 등 철저히 하며 시제품 착용감 점검은 물론 각종 검사기기로 정밀 조사를 하고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탄생한 것이 "Moonstar"그리고 타협하지 않는 제품 만들기의 자세 "精品主義"(정품 주의)로 고객에게 전해지는 것이다.




Made in Kurume 타이틀을 당당하게 소개하는 건 그 안에 있는 실무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20년 이상이나 제조 현장에 종사하고 있는 쿠루메 공장을 통괄 관리하는 이치마루 공장장. 그는 어떤 생각으로 임하고 있을까?


https://youtu.be/QFk-o4wQjfQ


市丸工場長(이치 마루 공장장)


"제가 중국에 있을 때 내셔널 브랜드 공장을 몇 군데나 돌아보았습니다. 그곳에서 기술력이나 생산효율에 있어서 구루메 공장의 제조법이 세계에서도 충분히 통용되고 있음을 실감했고, 생산효율을 높이는 것은 원가를 낮추고 확실한 기술로 만들어진 제품을 널리 고객에게 제공하는 것입니다."


"고객에게 안정된 가격으로 퀄리티 높은 신발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지 공장에서 일본 공장과 동일한 기술로 만드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이 쿠루메 공장에서 배운 기술을 세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해외의 공장을 지도해 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쿠루메에는 문 스타에서 일하셨던 선배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계승해 온 기술과 자부심을, 후배들에게도 제대로 전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게 장인으로서 프로의식입니다.


이처럼 쿠루메뿐만 아니라 일본의 다른 공장, 또는 해외, 또는 시대를 초월한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久留米クオリティ"(쿠루메 퀄리티)를 관철하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다음 주도 신을 문 스타, 145년간 트렌드와 타협하지 않고 꾸준함을 보여준다는 게 돌이켜 보면 대단하다는 말보단 그 고유의 것을 유지, 지키려 하는  일본 장인 정신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진부하겠지만 필자는 옷에 대해서 항상 이유를 되짚곤 하는데 찾아보면 이런 탄탄한 스토리를 가진 브랜드가 소개하기도 수월하고 공부하는 나에 입장에서도 많은 생각과 영감을 가져다준다. 아직 문 스타를 구매하지 않았더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발장 앞에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는 신발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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