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이야기의 세계입니다.
저마다 다른 지표로 일상의 순간들을 해석하지요.
무채색의 정보에 불과한 일련의 사건을
자신만의 색으로 엵어냅니다.
때로는 타오르는 감정으로
때로는 얼기설기 흘려보내듯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이야기를 지어냅니다.
내 감정과, 내 논리와
내 기억이 전부인 줄만 알았던
수습생 시절이 끝나가면
다른 이들의 이야기에 어설프나마 관심 가질 줄 알게 되고
야트막하나 읽게 될지도 몰라요.
이야기를 편집하고 수정도 해 가는 과정에
나의 지표는 점차 조정되어 갑니다.
고집스런 이야기꾼이 되지 않도록
중요한 것을 망각하지 않도록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운 사람이 되도록.
개인의 감정과 논리는 때로 너무 시끄럽고, 무겁습니다.
그것들은 이야기의 재료일 뿐
불변하는 진리도 아닌데, 착각할 때가 있어요.
이야기가 진리가 되어버릴 때
자신과 타인이 고통스러워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럴 때는
잘 조정된 지표가 있다면 좋겠네요.
글, 그림 상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