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VS 2023년
"과거는 똑같이 반복되지 않는다, 유사한 형태로 답습될 뿐이다"
2014.4월 유엔경제사회이사회(ECOSOC)가 개최하는 연례 특별 고위급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그 회의는 세계은행(WB), 국제통화기금(IMF), 세계무역기구(WTO) 그리고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도 참석하여 세계 경제 회복 추세의 배경, 2015년 이후 개발 의제, 자금 조달 프레임워크 등에 대해 토론을 하였는데, 현재(2023년 기준) 그 당시 2014년에 논의된 주제와 세계 동향을 탐구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 특별 고위급 회의는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자금 동원과 활용, 글로벌 파트너십 등의 3가지 주제로 진행이 되었으며, 각 주제를 바탕으로 한 토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계 경제 상황과 전망
유엔의 예측에 따르면, 세계 총생산은 주요 선진국의 회복과 대형 신흥 시장의 안정적인 성장에 힘입어 2014년에 3.0% 성장하여 2013년의 2.1%에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2008년 위기의 글로벌 생산 격차, 특히 유럽 지역과 북아프리카 및 서아시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의 취약한 글로벌 고용 상황, 일부 경제의 지속적인 디플레이션 위협 등의 과제가 지속되고 있다. 세계 인플레이션은 무역 전망을 개선함으로써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2014년에는 세계 상품 무역이 약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증가율이 4.6%로 예상된다. 美FRB의 장기 자산 매입 축소는 추가 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신흥국의 금융시장 변동성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따라서, 향후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복잡한 경제 상황에서, 우리는 세계 경제의 장기적인 안정과 회복력을 보장하기 위해 지속적이고 공정한 성장을 촉진하고 주요 경제의 비상식적인 통화 정책의 완화와 관련된 위험을 관리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자금 동원과 활용
2015년 이후 개발 의제를 구체화하면서 당면한 필수 과제는 지속가능발전을 위한 재원(자금)의 동원과 효과적인 사용이며 몬테레이 컨센서스와 개발을 위한 자금 조달에 관한 도하 선언의 원칙에 포괄적인 자금 조달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 국내 및 국제 정책 환경 모두 지속가능발전 자금 조달에 큰 영향을 미치며, 우리의 접근 방식은 경제적, 사회적, 환경적 지속 가능성 차원에서 시너지 효과를 강조해야 한다. 연간 방대한 금융 요구를 감안할 때 국내, 국제, 공공 및 민간 금융 흐름의 혼합(하모니)은 매우 중요하며, 각 유형은 고유한 속성과 목표를 기반으로 상호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글로벌 관심 의제, 장기 인프라 및 중소기업과 같은 분야에서 상당한 자금 부족에 직면하고 있으며 투자를 촉진하는 데 있어 환경 및 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민간 부문이 이익 중심이지만, 강력한 자금 조달 프레임워크는 글로벌 세이빙(2012년 약 17조 달러 추정)의 일부가 지속가능발전으로 전환되도록 장려할 수 있으며, 따라서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몬테레이 컨센서스와 도하 선언 아래, 전략을 새롭게 하고 글로벌 개발 과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할 수 있는 독특하고 흥미로운 시점에 있다.
글로벌 파트너십
몬테레이 컨센서스와 도하 선언을 포함하여 유엔은 다양한 방면으로 노력을 했으며, 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의 개념은 지속가능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우리의 공통된 약속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MDG8에서 구체화된 이 파트너십은 공식 개발 지원, 무역, 부채 지속 가능성, 저렴한 필수 의약품에 대한 접근 및 새로운 기술과 같은 주요 영역에서 활성화되는 외부 경제 환경을 구축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MDGs 달성을 위한 괄목할 만한 진전에도 불구하고, 진전은 여전히 고르지 못하고 새로운 도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2015년 이후 의제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강화된 글로벌 파트너십이 필요하다. 형평성, 연대 및 인권의 가치에 기반을 둔 이 새로운 파트너십은 과거의 경험에서 배우고 지속 가능한 개발에 대한 전체적인 접근 방식으로 긴급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존의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구축되어야 하고, 이러한 파트너십의 효과는 강력하고 포괄적인 모니터링 및 책임 메커니즘에 달려 있다. 또한 지속가능발전 의제의 공유 비전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각 이해 관계자의 고유한 강점을 활용하기 위해 시민 사회에서 국가 의회 및 민간 부문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이해 관계자 간의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이 파트너십은 주로 회원국들의 정책 행동에 대한 약속을 요약하면서도 다중 이해관계자 참여를 촉진해야 하며, 지속가능발전 자금 조달 및 투자를 통해 모든 차원에서 지속가능발전을 해결하며 글로벌 정책 조치, 시스템 문제 및 이해관계자 참여를 포함하는 광범위한 행위자에 대한 올바른 인센티브를 설정하는 포괄적인 자금 조달 프레임워크에 포함되어야 한다.
2023년 현재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세계 무역이 침체되었다. 2022.10월 WTO는 2022년 추정치 3.5%에 비해 2023년에는 1%에 불과한 상당한 침체를 예상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전체 세계 무역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차별화된 공급망이 더 이상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다는 징후가 있었다. 주요 이유는 글로벌 금융 위기와 도널드 트럼프의 자국이익 중심 정책, 미-중 관세 및 무역 장벽 등이 다른 무역 파트너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체인은 비교적 견고하게 유지되었지만) 생산과 운송을 제한하면서 특정 상품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켰다.
또한 러-우 사태의 충격이 원자재 가격을 급등시키고 시장을 마비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 사태는 특히 공격적인 야망을 가진 독재 정권에 의존할 지정학적 위험성을 부각했고, 이로 인해 점점 더 독재 정권과의 향후 무역 관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곤경에 처한 WTO
세계 무역을 촉진하고 기존의 공급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WTO의 중요성에 대한 거듭된 국제사회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리쇼어링이나 프렌드쇼어링과 같은 개념들이 점점 더 자주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지정학적 환경은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점점 더 일방적인 조치의 채택으로 이어진다. 이에 따라 다자간 규범과 비차별 원칙에 입각한 WTO와 같은 국제기구는 관련성을 잃고 있다.
WTO의 개혁은 다자주의 국가들의 최우선 과제인데, 이 글로벌 기관이 국제 무역을 촉진하고 서로 다른 국가와 경제 시스템 간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WTO가 중국이 투명하지 않고 국가 통제 하에 있는 경제를 규제에 통합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랫동안 미국은 WTO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2014년 유엔은 세계 경제 정세를 논의할 당시 오늘날(10년 후) 더 지정학적이고 안보적인 관점을 고려했을까?
이런 상황에서 WTO의 역할은 무엇일까?
서로 다른 경제 체제를 가진 국가들이 글로벌하고 규칙적인 무역을 촉진하기 위해 협력을 해야 하는가?
지난 10년간 글로벌 파트너십에서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개발을 위한 새로운 글로벌 파트너십이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새로운 과제와 문제는 무엇일까?
전 세계적으로 어떤 유형의 거시 경제 정책이 강력하고 균형 잡힌 지속 가능한 회복을 지원하고 세계 금융 및 경제 위기의 여파로 지속적인 생산량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세계 금융 및 경제 위기와 관련된 주기적인 침체 외에도, 세계화 및 생산성과 같은 일부 구조적 요인이 노동 시장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을까?
불확실성이 너무 많을 때는 한발 뒤로 물러서서 상황이 정리되고 변수가 줄어들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을 수 있기에 우리는 때론 성급한 결론을 배제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을 내다보기 위해 두 배 이상 뒤를 돌아보자
칠레대표단으로써 ECOSOC 고위급 회의를 참석하여 2014년 세계정세에 대해 논의하는 와중에 갑자기 "10년 전(2004년), 20년 전(1994년) 세계정세는 어떠했지?"하고 의문이 들었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세계 경제 발전이 1994년에 있었다. 1990년대 초의 불황 이후, 미국은 꾸준한 경제 성장을 경험했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한 FRB는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고, EU지역은 국가별로 다양한 속도로 경제가 회복되었다. 하지만 가장 주목할 만한 사건은 1994.12월 멕시코 정부가 페소화를 평가절하하면서 시작된 멕시코 페소화 위기로 인해 멕시코를 비롯한 신흥 경제국 시장에서 심각한 경제 혼란이 발생했다. 이 위기는 세계 금융 불안의 잠재적 위험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가져왔는 한편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인도와 같은 경제가 계속 자유화되고 성장했지만, 그 당시 시점에서는 여전히 향후 수십 년 동안 세계 경제에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1994년 세계 경제는 많은 국가의 1990년대 초 경기 침체에서 전반적으로 회복되고, 세계 경제 통합이 증가하며, 멕시코 페소 위기와의 통합에 내재된 취약성을 뼈아프게 상기시키는 것으로 특징지어졌다. 한국은 GDP 성장률이 약 8% 이상, 1980년대와 1990년대 초에 걸친 강한 실적과 일치했으며, 이러한 성장은 국내 소비, 정부 주도의 인프라 개발, 자동차와 반도체와 같은 부문의 견고한 수출이 잘 혼합되어 이루어졌다.
2004년은 20세기 후반 이후로 볼 수 없었던 전례 없는 성장의 급증으로 특징지어지는 세계 경제에 중요한 기간이었다. 이러한 성장은 선진국과 신흥 경제국을 모두 포함하는 광범위한 기반을 가지고 있었고, 미국은 닷컴 버블 붕괴와 9/11 충격에서 반등하여 견고한 성장을 보였으며, FRB가 연내에 점진적으로 금리를 인상하도록 유도했다. 반면 유럽의 경제 상황은 고르지 않았다. 영국과 스페인은 전반적으로 완만한 성장을 보였지만,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경쟁국들을 현저하게 능가했다. 강력한 수출과 증가하는 국내 수요에 힘입어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의 경제가 계속해서 급속한 확장을 이룬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장기간의 경기 침체 이후 회복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특히 중남미의 신흥 시장은 높은 상품 가격과 더 건강한 금융 조건에 의해 부양되었다. 그 해의 굵직한 사건은 EU의 대규모 회원국 추가로, 주로 중부 및 동유럽 10개국이 가입했다. 이 움직임은 유럽 내부와 세계적 규모의 경제 관계를 크게 재구성했다.(사실 이때부터 러시아는 동유럽 국가 특히 우크라이나 정세를 면밀히 보고 있었다.) 그 시대의 경제 호황에도 불구하고, 2007-8년 세계 금융 위기를 촉발시킬 요인인 미국과 신흥 경제국의 경상수지 적자 증가와 전 세계적인 집값 상승과 같은 불균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반면, 한국 경제는 약 4.5%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으며 2003년의 약 3%에 비해 크게 개선되었다. 이러한 반등은 주로 내수의 호조와 수출 주도 경제의 결정적인 기둥인 반도체 부문의 부활에 의해 주도되었다. 부동산 시장도 상당한 호황을 누리면서 잠재적인 거품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미래를 알기 위해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많은 지도자들이 선택하는 미래를 예측하는 일반적인 방법이다. 다양한 과거 사건들의 구성과 진행 상황을 살펴보면, 과거는 현재의 변화 요인들이 미래에 어떻게 구체적인 측면으로 발전할지 예측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내년 주식시장을 과거 1년의 주식시장만으로 판단할 수 없듯이, 충분한 길이의 과거를 살펴보고 여기서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는 합리적인 인과관계를 그리는 것이 중요하다.
2014.4월 연례 특별 고위급 회의에서 인도네시아 대표단은 "국제 금융 시스템에서 각 나라의 목소리, 대표성 개선, 더 포괄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시스템 개발, 국제 부채, 장기 개발 금융 제공 및 기술 이전과 같은 분야에서 더 구체적으로 개혁을 해야 한다. G20의 맥락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의 관심사인 글로벌 대기업의 탈세, 기후변화 등 새로운 의제 논의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을 지속 촉진해야 한다.'라고 언급했다. 10년 전 인도네시아 대표단이 지적한 내용이 현재도 적용되니 참으로 흥미롭지 않은가?
나는 그 당시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1994년도에 마지막승부 드라마로 인해 농구에 열광을 했었고, 2004년에는 대폭설로 인해 교통이 끊겨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 출처: 유엔사무국홈페이지)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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