얽히고설킨 외교의 거미줄을 통한 개인적인 여행
"여러분이 단순히 핵 악몽을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더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여기에 있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4년 2월 20일 목요일 오전, 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비공개 회의실(closed-door room) 내 우리 대표단 뒷자리에 앉아 대량살상무기 관련 논의를 위해 우리 수석대표 Octavio Errázuriz Guilisasti 대사님을 보좌하고 있었다. (안보리 비공개 회의실은 우리가 언론에서 접하는 안보리 회의실 오른쪽 문으로 나가서 좁은 복도를 지나면 외부에서는 모르는 공간이 나오는데 회의실이라고 하기에는 참으로 작다. 그냥 조그마한 방이다.)
9년이 지나가는 이 시점에서도 아직도 약간의 그 긴장감(안보리 회의가 주는 중압감)이 남아 있다. 핵(오펜하이머가 남겨놓은 유산) 군축 및 비확산에 대한 나의 여정은 항상 다자 외교의 심장박동과 얽혀 있었다.
특히 주유엔 칠레대표부에서 근무할 당시 칠레가 2014-15 임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으로 선출되어 핵 및 대량살상무기 이슈 관련 안보리 대표단 보좌관 활동이 나에게 첫 씨앗(핵 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나의 여정)이 된 계기였을 것으로 기억된다.
당시 나는 대북 제재위원회(정식명칭: 1718 위원회), 대이란 제재위원회(1737 위원회, 2015년 이란이 핵 협정에 대한 책임을 준수한다는 전제하에 포괄적 공동 행동 계획을 승인하고 이전의 모든 대이란 제재를 해제),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 위원회(1540 위원회) 등 3가지 군축 관련 안보리 제재위원회를 지원하고 있었다.
(참, 대한민국도 2013-14 임기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서 활동 중이었으며, 1540 위원회 의장이 그 당시 주유엔 한국대표부 수석대표이신 오준 대사님이셨다. "이제 그만하시죠!"라는 명연설을 남기셨다.)
게다가 같은 해 9~10월 칠레외교부 지원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있는 비엔나 군축 비확산 센터에서 핵 군축 프로그램에 칠레대표로서 참여하여 전 세계에서 온 30여 명의 각 국가의 정부, 기관 대표들과 핵에 대한 깊은 토론의 장을 가지기도 했다.
현재 북한 핵 문제를 놓고 안보리 이사국들이 토론하는 모습을 보면서 데자뷰(déjavu)가 엄습했다. 그 이유는 2014년 비엔나에서의 핵 프로그램 과정에서 안보와 주권 사이에 깊이 분열된 국제 사회에서 비슷한 논쟁에 사로잡힌 나 자신을 발견했었다.
또한, 각 국가들이 고민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핵 기술의 복잡한 짜임새는 종종 평화적인 에너지 야망과 무기 생산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여 정책 수립을 어렵게 만들어, 국제 사회도 낭패불감(狼狽不堪) 처지가 되었다고 본다. 그리고 핵비확산조약(Treaty on the Non-Proliferation of Nuclear Weapons, commonly known as the Non-Proliferation Treaty or NPT)에 loophole 있다는 것을 보았다.
2014년 한 해 동안, 국제 사회는 일련의 핵 문제들과 씨름했다. 기존 핵강국들의 군축 약속이 전략적 필요성의 그늘 아래 흔들리는 와중에 북한의 끊임없는 핵 추구는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시켰다. 또한, 중동에서 핵무기 없는 지역을 추진하는 것(nuclear-weapons-free-zone in the Middle East)은 깨지기 쉬운 꿈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각각의 위기는 변화하는 외교의 기회를 가지고 있었고(위기는 기회다 편 참조), 그러한 과정 중에 많은 것을 배웠다.
안보리 대표단에 속해 있는 동안, 다양한 국가 및 기관 입장에서 배운 교훈에 귀를 기울였고, 종종 핵 문제의 복잡한 정치를 탐색하기 위해 그 분야에 지적 엄격함에 의존했다. 주유엔 칠레대표부 안보리 대표단 보좌관으로서의 역할은 안보리에서 칠레 정부의 이익을 대변하고 핵 군축 및 비확산에 대한 정책 권고에 대한 광범위한 담론에 기여하는 것이었다.
그 이후 나는 더 강력한 검증 메커니즘을 옹호했는데, 이는 핵비확산조약 평가회의 관련 업무를 하는 동안 깊이 연구했던 측면이다. 특히 강력한 프레임워크를 위한 NPT 각 조항에 대한 종합적인 법률검토 및 개선방안이 그것이다.
회의론에 맞서 국가들에게 NPT가 법적으로 더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추가 프로토콜의 보편화를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실 동 조약 회원국들이 국제법적 책임 및 조약 실행을 검증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크다.
유엔 회원국들은 원자력 기술의 평화적 이용을 촉진하기 위한 파트너십을 장려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으며, 농업 생산성 향상에서 암 퇴치에 이르기까지 가능성은 방대하고 혁신적이라고 하면서 핵 기술이 지속가능개발 목표를 강화하는 데 잠재력이 있다고 한다.
2014년을 돌이켜보면, 핵무기 없는 세계로 가는 길은 정치적 균열과 신뢰 부재로 가득 찬 가파른 언덕처럼 보였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것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는 각각의 단계에서 끊임없는 대화, 협상, 그리고 평화와 안보에 대한 집단적인 약속에서 비롯되는 것을 공감하면서 안보리의 회의실에서 비엔나의 교실까지, 복잡한 핵 외교의 세계를 통한 나의 여정은 핵 문제를 다가감에 있어 초국가협력적인 안보 정신이 중요하다는 한 가지 진실을 재확인했다.
그리고 내가 위에서 제시한 방안은 나의 외교 경력에서 아직 기록되지 않은 많은 에피소드들을 통해 향후 지속적으로 전달될 것이고 더욱더 구체화될 것이다.
오늘은 유엔 안보리 내 핵과 대량살상무기 군축 및 비확산에 대한 스토리였고, 유엔 총회 군축에 대한 스토리를 알고 싶으신 독자분들께서는 "[올라 UN] 군축위원회는 Assembly Line이다." 에피소드를 읽어봐 주시면 좋을 듯하다.
(사진 출처: 개인 소장, 칠레언론)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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