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채용된 또 다른 나
질량 보존의 법칙(質量保存法則, law of conservation of mass)은 닫힌 계의 질량이 화학반응에 의한 상태 변화에 상관없이 변하지 않고 계속 같은 값을 유지한다는 법칙이며, 물질은 갑자기 생기거나, 없어지지 않고 그 형태만 변하여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한다.
다중 우주론(多重宇宙論) 또는 멀티버스(multiverse)는 우주가 여러 가지 일어나는 일들과 조건에 의해 통상적으로 시간과 공간에서 갈래가 나뉘어, 서로 다른 일이 일어나는 여러 개의 다중 우주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곳에서 무한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은 주유엔칠레대표부에서 근무하는 6년 반 기간 동안 유엔 사무국 본부에 관심을 두었던 그 시절에 수 백번 유엔 채용에 응시했으나, 고배를 마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운 좋게 몇 차례 시도만에 유엔에 근무하는 수많은 전 세계 지원자들도 있을 것이지만, 무수한 탈락은 어느 누구에게나 숙명인 듯하다. 그 과정에서 나의 눈높이와 현실과 조율하게 되고, 마지막에는 목표에 다다르게 된다.
사실 어려움 끝에 적절한 자리에 취업을 하느냐 아니면 좀 더 고생을 하여 원하는 자리에 취업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나의 노력 여하에 달려 있지 않을까 한다.
채용과는 전혀 상관없이 내가 하고 싶은 말만 한 자기소개서, 나와 맞지 않은 직무 지원, 면접 과정 중 공격적 어필 등 여러 실수들을 하지 않았나 한다.
유엔 본부가 있는 뉴욕에서 2011년 주유엔칠레대표부와 함께 유엔 업무를 화려하게 시작했고, 소속 기관과 관계없이 유엔 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기원했던 유엔 사무국 본부 직원 채용에 잇따라 쓰디쓴 결과에 승복해야 했었다.
하지만 그 실패들이 단지 실패로만 끝나지 않는다면, 시간이 흐른 후 현재 (글을 쓰고 있는 시점)는 유엔 관련 경험을 갖게 된 의미를 되새기는 시점으로 기억될 것이다.
나의 곁에서 지켜보는 분들은 내가 욕심을 많이 낸다고 하셨을지도 모르겠고, 다행히 주유엔칠레대표부 이후 옮긴 기관과 업무가 크게 동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2017년 UNDP Country Office로 이직함.)
각자 자기 색깔이 있고, 저마다의 포지션이 있으니, 주유엔칠레대표부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값진 경험을 했다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사실 유엔 사무국 직원이 된다는 건 내 마음속의 꿈이며, 현재도 계속하고 있는 숙제라고 본다.
실패를 하는 와중에 어릴 적에 보았던 SF영화(제목이 기억이 안 남)를 통해 잠시나마 위안을 삼았다는 숙쓰러운 이야기도 있었다. 그 영화는 다중우주, 평행우주, 다차원우주 등 다른 세상이 있다는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영화 이후, 현 우주(우주 A)의 내가 존재하고 다른 우주(우주 B)에도 나와 똑같은 내가 살고 있다고 가설을 세운적이 있다. 다양한 우주에 다양한 나.
그리고 중고등학교 때 배운 질량 보존의 법칙이 여기도 적용이 된다면(나의 성공이 10이라고 가정), 우주 A의 내가 질량 3의 성공을 가진 반면 우주 B의 나는 질량 7의 성공을 가진다. 질량 보존의 법칙이 우주 질서 유지를 위한 가장 근본 법칙이라고 한다면.
만약 현재(그 당시) 우주에서 유엔 본부 직원 채용에 실패했지만, "질량 보존의 법칙과 다중 우주론 - 우주 A의 나와 우주 B의 나는 질량을 보존한다."을 감안한다면, 현 우주에서 내가 못했더라도 다른 우주의 나는 유엔 본부 정직원으로 채용되었을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과학 분야 전문가가 아닌 이상 물리학적 상상을 하는 현실에서는 알 도리가 없지만, 나의 어설픈 상상으로 우주 B의 나라도 이 외로운 채용 시장에서 살아가는 삶의 의미에 빛이 비치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도광양회(韜光養晦). 낙심하지 말고 지속적으로 노력하여 때를 기다리면, 길은 보이지 않을까 하면서 오늘 글을 마친다.
(사진 출처: 유엔채용웹사이트)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국제기구 #해외취업 #유엔 #인턴 #영어 #스페인어 #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