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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엔이방인 김상엽 Nov 21. 2023

[올라 UN]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낸다.

세계지도를 보며 국제정세를 읽다.

요즘 다시 읽고 있는 책이 있다. 2012년에 출간한 세계적 지리학자 하름 데 블레이의 저서 <왜 지금 지리학인가>이다.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낸다.

지리적 문해력은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고 하는데, 세계적 지리학자 하름 데 블레이의 시각을 빌려 2024년에 일어날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여담으로 2012년 주유엔칠레대표부 근무 시 맨해튼 서점에서 처음 접했으며, 학창 시절 세계지리 수업에 흥미를 느껴 구입을 했으나, 내 서재에 어딘가에 두고 틈틈이 시간이 나면 읽고 있었다. 그러나 2015년이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그 당시에는 21세기 글로벌 정세의 복잡성을 강조하며, 지정학적 변화와 경제적 불확실성을 특징짓는 중대한 시기였다. 예를 들어, 사우디아라비아의 예멘 개입이 있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의 사나 장악에 대응해 예멘에 대한 공습을 시작했는데, 미국은 지역 불안정과 테러 단체들의 세력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원을 제공했다.


그리고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인공섬을 건설하며 영토 주장을 강화했고, 이는 미국 및 인접 국가들과의 긴장을 초래하고, 해양 항행의 자유 문제를 제기했다. 아울러, 중국은 위안화 가치를 절하하여 세계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고, 경제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촉발했는데, 이는 중국 경제 정책과 글로벌 경제 성장에 대한 불확실성을 높였다고 본다.


한편, 2015.7월에는 이란 핵 협정은 장기적인 논의 끝에 핵 활동 제한을 대가로 이란에 대한 제재 완화를 가져왔으나, 국제적인 회의론에 직면했고, IS는 전 세계적으로 테러 공격을 감행하여 국제적인 군사 및 정치적 대응을 재편성했다.


2015.9월 러시아는 시리아 내전에 군사 개입을 시작하여 지역 정세를 복잡하게 만들고, 미국 및 동맹국들과의 갈등 가능성을 높였고, TPP는 아시아로의 미국의 전략적 재조정의 핵심으로, 글로벌 경제의 큰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역사적인 무역 협정이었으나, 국내 정치적 이슈에 직면했다.


유럽에서는 유럽연합이 그리스의 긴축 완화 요구를 거부했으며, 이는 유로존 내의 지속적인 긴장과 그리스 경제의 불확실성을 보여줬었다. 또한, 대규모 난민 유입으로 인해 경제적, 사회적 문제가 심화되었고, 이민 및 난민 정책에 대한 국제적인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마지막으로, 한편, 파리기후협정은 거의 모든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로 합의한 중요한 진전(2015.12월)을 이루었으나, 여전히 많은 세부 사항과 도전 과제가 남아 있었다.

지리 용어

2015년 주유엔칠레대표부에서 근무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이슈는 사우디의 예맨 군사 개입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주요 아랍 동맹국들은 예멘에 대한 군사 개입을 2015.3월에 시작했는데, 이는 시아파 소수파인 후티 반군이 예멘 수도 사나를 장악하고 대통령을 망명으로 몰아넣은 후에 이루어진 조치였다. 후티는 이란의 지원을 받으며, 아랍의 봄에서 축출된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과 연합하고 있었고, 이 사태는 미국에 복잡한 상황을 초래했다.


워싱턴은 이 개입이 장기적인 군사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알카에다 및 IS가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우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정보와 군사 지원을 제공했다. 그러나 공습과 봉쇄는 예멘의 문제를 심화시켰고, 민간인 사상자는 계속 발생했다. 알카에다와 IS 모두 이 혼란을 이용했다. 이후 평화 회담을 위한 7일간의 휴전이 시작되는 등 긍정적인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사우디의 예맨 개입 스토리는 2015.3월에 시작이 아니라 2011년 초 예멘에서 폭동이 발생한 이후부터 연관되기 시작했다. 유엔은 정부와 반대파 간의 협상을 지지했고, 이로 인해 2011.11월 리야드에서 걸프협력회의 이니셔티브와 이행 메커니즘이 서명되었다. 이후 유엔은 2012년 특사 사무소를 설립하여 예멘 주도의 정치적 전환 과정을 지원하고 여성, 청소년, 후티 및 남부 히라크와 같은 이전에 소외되었던 그룹을 포함한 포괄적인 참여를 촉진했다. 그러나 정치적 전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후티와 다른 무장 단체, 그리고 정부군 사이의 갈등은 2014년 중반 군사 폭력의 증가로 이어졌는데, 당시 유엔 특별 고문에 의해 중재된 합의에도 불구하고, 후티와 군대의 연합 부대는 2014.9월과 그 후 몇 달 동안 사나와 그 나라의 다른 지역들을 장악했다.

이스마일 울드 체이크 아흐메드 예멘 특별보좌관

그럼 여기서 잠깐.

독자 여러분들은 왜 내가 <왜 지금 지리학인가> 저서를 언급을 했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두 가지 이유이다.


첫 번째. 유엔에서 이 사건에 대해 분석 및 보고를 하는 와중에 주유엔미국대표부 친구가 하름 데 블레이의 저서 <왜 지금 지리학인가>를 읽어보라고 추천을 해주었다. 그 친구는 美외교관 필독서라고 하면서 변화의 속도가 가속화되는 세상에서, "지리학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사실 2012년에 책을 구입해서 읽다가 내 서재 어딘가에 잠들어 있다고 했더니, 다시 꺼내서 보라고 한 기억이 있다.


두 번째. 고등학교 사회문화 선생님이다. 30년 전에 해 주셨던 그 말씀이 떠 올랐는데, 그분은 칠판에 세계 지도를 그리고, 세계 이슈 쟁점의 범위는 지구적-국가적 수준에서 지역 혹은 개인적 수준까지 상호연관성을 보여주면서, 우리의 지정학적 여정에서 중요한 항해 도구로 세계 지리는 향후 우리가 맞이할 각 국가 선거에서 초강대국들의 교전에 이르기까지 잠재적인 패러다임 변화로 세계적 동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맥락을 제공한다고 수차례 강조했었다.


사실 그 당시 세계 동향 걱정보다는 여느 고등학생과 같이 대학 진학 걱정으로 하루하루 책상에 앉아 있었으며, 전국적으로 농구붐이 불어 농구만 한 기억이 났으나, 후에 돌이켜보면 그 선생님의 가르침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를 넓게 열어줬었다.


건축을 통해 세상을 이야기하는 유현준 건축가는

"공간을 읽으면 관계가 보인다."

라고 했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세계지도를 곁에 둔다. 세계지도를 통해 우리가 보지 못하는 외부 세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catch-up 할 수 있으며, 다른 분야에서는 서로 연결시켜 보지 않는 역사적 사건과 자연 현상과 정치 상황의 전개, 환경과 인간 행동 결정 사이의 예상치 못한 관련성 등을 배울 수 있다.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내며, 지리적 문해력은 우리의 생존 가능성을 높인다."라는 하름 데 블레이의 시각을 빌려 2024년에 일어날 이슈에 대해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다.


하름 데 블레이의 시각을 통해서 본 전 세계 민주주의, 그 민주주의가 2024년에는 어떨지 생각해 봤다. 전례 없이 많은 수의 선거가 대륙에 걸쳐 전개될 예정인 가운데, 민주주의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및 지역적 해석이 전 세계적으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살펴보면서, 지리학이 정치적 풍경을 형성한다는 그의 말에 동의한다. 그러나 투표수가 증가한다고 해서 민주주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美대선이 다가온다. 지정학적 기로에 선 도널드 트럼프, 그리고 결과적으로 미국의 외교 정책의 미래는 세계적으로 중요한 문제이며, 미국의 결정은 국경을 넘어 환경 정책에서 국제 분쟁 해결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서 미국 유권자들은 아마도 자신도 모르게 전 세계에 반향을 일으킬 투표를 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그들도 알고 있지 않을까?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유럽연합의 가입으로 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은 새로운 지정학적 코러스이며, 이는 특히 미국의 충성도가 변화할 가능성을 배경으로, 하름 데 블레이에 따르면 세계 권력 균형에서 유럽의 역할을 결정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으로 간주했을 수도 있는 시나리오라고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핫한 지역이며 지정학적 화약고인 중동. 하름 데 블레이에 따르면, 중동의 긴장 고조는 이 지역이 세계 정치에서 복잡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하며, 그가 자주 강조했던 지리, 정치, 분쟁의 상호 연계성은 분쟁이 더 큰 지역 위기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한다.


세계는 미국 중심의 짜임새에서 벗어나 다극적 무질서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불안정의 증가와 오랜 갈등의 해빙으로 특징지어지는 이러한 재정렬은 세계의 권력 이동을 이해하는 데 있어 지리적 역학의 중요성에 대한 하름 데 블레이의 관점을 반영한다.


특히 대만과 기술 패권을 둘러싼 중국과 미국 사이의 고조되는 긴장은 국제 경쟁에서 지리적 요소를 강조하는 하름 데 블레이의 인식과 일치하는데, 기술적 우위와 남부 신흥 경제권에 대한 영향력을 둘러싼 전 세계적인 난투극은 지리적 자원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지정학적 관점을 확인시켜 준다.


하름 데 블레이는 지구 에너지 지도를 재구성하는 녹색 에너지 전환이라고 하며, 전통적인 에너지원에서 리튬, 구리 및 니켈로의 이러한 변화는 지리적 자원 분포에 뿌리를 둔 현상인 지구 에너지의 윤곽을 재정의했다고 언급한 이야기가 현재 일어나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래의 비즈니스, 거버넌스 및 기술 발전에서 AI의 급부상하는 역할은 기술과 지리의 교차를 강조하는데, 하름 데 블레이는 별도로 깊게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 같은 융합이 세계 지정학의 미래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게 고려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나를 위한 책

이러한 미래 시나리오가 전개됨에 따라 글로벌 문제에서 지리학의 역할에 대한 하름 데 블레이의 통찰력(지리적 문해력)을 다시 한번 배우는 것은 2024년, 내년 국제정세를 형성할 지정학적 조류를 탐색하고 예측할 수 있는 독특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공간은 배경이 아니라 사건을 만들어내며, 세계지도를 보며 국제정세를 읽어보자.


(사진 출처: 개인 소장 및 유엔사무국홈페이지)


Disclaimer - This post was prepared by Sang Yeob Kim in his personal capacity. The opinions expressed in this article are the author's own and do not reflect the view of his employer.


#국제기구 #해외취업 #유엔 #인턴 #영어 #스페인어 #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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