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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버티는즐거움 Aug 07. 2022

주식 다반사 - 주식의 맛

알코올이 들어가 몸이 알딸딸해졌다. 

그때 누군가가 내게 물어보았다. 

'지금 마시는 와인 맛은 어떤가요?'

내가 대답했다. 

'산도와 당도와 탄닌이 조화를 이루어 입에서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다시 또 누군가가 물어보았다. 

'그렇다면 맥주 맛은 어떤가요?'

나는 또 대답했다. 

'홉 고유의 씁쓸함과 풍미가 목구멍을 가득 채우는 환상의 맛입니다.'


2021년 봄, 주식에 취해있었다. 

주식 계좌도 열어본 적이 없던 와이프의 지인이 '삼성전자'를 사야 하는지 물어보았다. 

이미 술에 취해 알딸딸한 나에게 술맛을 물어보는 것처럼, 

주식에 취해있던 나에게 주식의 맛을 물어보는 것이었다. 

'삼성전자 좋죠. 반도체와 핸드폰이 조화를 이루어 주가가 휘몰아칠 것 같아요'

주식을 하지 않던 다른 지인도 물어보았다. 

'애플 사야 할까요?'

나는 대답했다. 

'애플은 성장성과 안정성이 가득한 환상의 주식입니다'


그 이후, 나는 서서히 만취상태에서 깨어갔다. 

술이 깨어 제정신으로 주변을 살펴보니, 내가 그때 먹었던 주식은 산화된 와인과 다름이 없던 것이었다. 

이미 만취 상태였으니 주식이 먹기 좋은 상태인지, 먹어서는 안 되는 상태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언젠가 또 주식에 취해있을 것이다. 

주식에 무관심하던 지인이 나에게 주식을 사야 하냐고 물어본다면, 그때는 만취상태에서 깨어날 때이다. 

그럴 때를 대비해 나의 귀에 번역기를 설치해 놓아야겠다. 

'이 주식 사도 괜찮을 까요?'

나의 번역기는 다음과 같이 번역할 것이다. 

'자 이놈아, 술 깨고 정신 차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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